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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C 2기] 고요했던 삶에 임팩트가 생기다

시소가 만난 의성

로임캠의 막내 시소. 그녀의 귀여움에 여럿 쓰러졌다.


[고요하다 못해 무력했던]


   강원도 횡성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게 서울은 꿈이자 목표였다. 없는 게 없던 커다란 문구점은 어린 나에게 서울에 대한 로망을 심어주었고, 다양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인프라는 그 로망을 키워주었다. 그래서 서울로 갈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정당한 방법인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살았다. 그렇게 목표를 이뤄내고 서울에 살게 되었다. 하지만 서울, 그리고 대학은 생각하던 것과는 달랐다. 가기만 하면 삶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가만히 있으면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특별할 것 없이 1년이 흐르고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가라앉아버릴 것만 같은 마음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발굴하는 문제도 문제다]


   우리는 의성의 문제를 찾아 현장을 돌아다녔다. 우연히 현장관찰에서 만난 공중보건의가 해준 ‘어르신들이 보청기를 착용해도 관리를 받지 않아서 진료를 볼 때 소통의 어려움이 있다’라는 이야기를 통해 처음 문제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후 데스크리서치와 현장리서치의 과정을 거치며 의성 내에 보청기 관리의 접근성이 부족하여 어르신이 스스로 관리를 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문제의 당사자인 의성 내 보청기 사용자들을 만나면 우리가 정의한 문제를 문제라고 느끼지 못하셨다. 그래서 ‘당사자들이 느끼지 못하는 문제도 문제일까?’,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라는 질문들이 계속 들었다. 그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을 때 우리는 철파리에 사시는 보청기를 착용하시는 할아버지를 만났다. 어르신은 딸이 포항에서 사준 보청기가 망가져 그 전에 쓰던 보청기를 사용하고 계신다고 말씀해주셨다. 하지만 딸이 사준 보청기를 확인해보니 고장난 것이 아니라 어르신이 배터리 커버를 열지 못한 것을 망가졌다고 생각하고 사용하지 못하고 계신 것이었다. 이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정의한 문제에 확신이 생겼다. 당사자들이 해결했으면 하는 문제가 아니더라도, 문제라고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것을 발굴하는 것이 의미 있음을 깨달았다.     


인터뷰를 어려워하던 시소는 이후 어르신들께 먼저 다가가기도 잘 하고, 발표도 멋지게 해내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임팩트: 현장에서의 성장]

 

   처음에 현장을 돌아다니며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인터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어색하고 두려운 마음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 그러다 팀원들이 각자 흩어져서 인터뷰를 진행해야 하는 날이 있었고, 나는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혼자 오랫동안 고민하다 할머니께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일상적 질문부터 주제로 삼은 보청기에 대한 질문까지 온전히 한 사람의 인터뷰를 혼자서 진행해보며 정말 뿌듯했다. 그리고 편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끝날 때는 손을 잡아주시면서 손녀딸처럼 예뻐해 주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인터뷰의 재미와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말을 걸지 않았다면 물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할머니의 이야기가 소중했다. 이 경험을 통해 두려움이 사라지고, 도전해보는 용기가 생겼던 것 같다.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의성에서의 시간이었다. 


시소는 '언니 오빠 덕분에 내가 마음 놓고 도전해볼 수 있었다'며 성장의 공을 그레이스와 에이든에게 돌렸다. 든든한 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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