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프가 만난 의성
로컬임팩트캠퍼스에 처음 신청하게 된 계기는 ‘고향이기 때문에’ 라는 이유가 가장 컸던 것 같다. 내가 태어나 20년동안 살아왔던 의성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의성의 문제를 찾고 해결한다는 프로그램의 설명을 보니, 가슴이 뛰었다. 내가 살아왔고, 나는 떠나도 내 부모님과 가족들이 살아갈 내 고향의 문제들을 내 손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그 무엇보다 보람되고 의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청서를 보자마자 고민없이 신청서를 쓰고 제출하게 되었다. 사실 군대를 가기 전 까지는 의성이라는 지역에 대한 애착이 없었다. 놀 곳도 없고 불편함만 많은 동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학만큼은 의성을 벗어나 수도권으로 가고 싶었고, 대학을 간 이후에도 수도권에서의 삶이 의성보다 훨씬 좋았다. 하지만 군대를 가서 내 고향, 내 집을 내가 원할 때 가지 못하고 오랫동안 타지 생활을 하다보니, 점점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애착이 생겼다. 그리고 전역을 하게되고, 의성에 왔는데 의성이 그렇개까지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렇게 살면서 처음으로 고향에 대한 애착이 생겼고, 내 고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로컬임팩트캠퍼스에 참가하게 되었다.
로임캠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이 내 로컬임팩트캠퍼스라는 책의 두번째 페이지이다.
로컬임팩트캠퍼스를 시작하고, 처음 1층에서 만난 사람들은 재재와 에이든이었다. 그 중에서도 에이든의 첫 인상이 특히 강렬했다. 아침 일찍부터 혼자 상을 피고 마늘 치킨을 열심히 먹다가 나에게 “치킨 같이 드실래요?” 라고 권유하는 모습에, 당황하기도 했고 신기하기도 했다. 처음이라 모든게 낯설었는데, 처음보는 재질의 사람이라서 더 낯설었다. 그렇게 처음 2기의 멤버들과 마주하고 나서, 빨리 친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첫 주차에는 정말 대부분의 사람들이 프로그램이 끝나면 올라가서 휴식을 취했기에, ‘친해지기 쉽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많이 아쉬웠다. 그래도 첫 주차에서부터 현장 관찰을 함께하고 점점 저녁에도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점점 서로에 대해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친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정말 다양하고 멋있는 사람들만 모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맏형인 저스티스 형은 과묵하고 조용한 성격이라, 룸메에 같은 팀이지만 정말 다가가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과묵함 안에 유머가 있고, 조용함 안에 정이 있었기에 정말 좋은 사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밍 누나는 첫 주부터 좋은 사람으로 다가와서 너무 고마웠던 사람이었다. 뭐든 ‘내가할게’가 익숙했던 내게 ‘너무 너가 하려고만 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부담을 줄 수도 있다’ 라고 말해주어서, 밍 누나 덕분에 내 행동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게기가 되었었다. 세 번째 멤버인 에이든 형은 처음엔 마늘치킨을 좋아하는 신기한 재질의 사람이었지만, 알면 알수록 진짜 멋있는 형이었고, 좋은 사람이었다. 친형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복희 누나는 조용하지만 누구보다 나를 잘 챙겨주고 장난도 많이 걸어준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 빨리 친해지고 편하게 대할 수 있었다. 재재는 비록 짧은 시간을 만났지만, 배울 점 많은 똑똑한 친구였고, 착한 친구였다. 두막이는 동갑내기 친구인만큼 더 편하고 재밌게 함께할 수 있었다. 성격이 정말 좋아서, 스스럼없이 장난칠 수 있는 친구였다. 진끼는 뒤에서 묵묵히 남을 도와주는 성격의 좋은 사람이었다. 궂은 일도 도맡아 하는 모습이 대단했던 친구였다. 그레이스는 정말 모르는 사람이었으면 존경할만한 사람일 정도로 똑똑하고 멋진 동생이었다. 동생이지만 그레이스한테 많이 배웠던 것 같다. 별이는 항상 밝으면서도 생각은 깊은 좋은 동생이었다. 때로는 막내동생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때로는 강단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팔색조같은 동생이었다. 마지막으로 시소는 정말 조용조용해서 다가가기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가끔 보여주는 재밌는 모습과 밝은 모습에 더 정감이 가는 동생이었다. 11명으로 시작한 2기 멤버들 모두 나에게는 좋은 인연들이고, 오래 보고싶은 사람들이라서 이 인연들을 만나게 해준 로컬임팩트캠퍼스라는 프로그램이 고마웠다. 로컬임팩트캠퍼스를 통해 만난 우리 2기 멤버들이 ‘좋은 사람들’이라는 페이지의 첫 번째 단락이다.
‘좋은 사람들’의 두 번째 단락은 로컬임팩트캠퍼스의 1기를 했던 아자, 쥬, 용 셋 이었다. 첫 일주일동안 만났던 셋은 처음부터 밝은 에너지를 보여주고, 스스럼없이 다가와주어서 고마웠던 친구들이었다. 셋은 일주일동안 프로그램을 만들고 진행하느라 밤을 새 가며 일하는 모습이 많이 안쓰럽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했던 친구들이었다. 그래서 셋에게 많이 고마웠고, 셋을 더 챙겨주고 싶었다. 사실 함께할 시간이 일주일 뿐이라 더 마음이 쓰였던 것 같다.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는 1기와 2기 구분없이 로컬임팩트캠퍼스에서 만난 똑같이 좋은 인연들이었기에, 일주일 뿐인 시간동안 더 잘해주고 싶었고 더 친해지고 싶었다. 그렇게 일주일동안 아침에 산책을 같이 하기도 하고, 밤에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를 부르는 등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많이 친해지고 편해졌던 것 같다. 특히 아침 산책을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아침의 맑은 공기와 낭만을 함께 즐겼던 기억과 지금껏 혼자 요리하는게 익숙했던 내가 처음 누군가와 함께 요리를 해보았던 경험이 정말 좋았었다. 일주일을 함께한 아자, 쥬, 용 세명의 친구들은 다들 어린 나이었지만 나보다도 더 속이 깊고, 멋있는 친구들이어서 배울점이 참 많았다. 그렇게 첫 일주일을 함께해주었던 고마운 인연들이 ‘좋은 사람들’의 두번째 단락이다.
‘좋은 사람들’의 세 번째 단락은 로컬임팩트캠퍼스를 이끌어주신 대표님과 닿, 파도, 앨리스였다. 대표님은 장난을 많이 치시지만, 배울점이 많은 멋있는 분이었다. 항상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시고, 돈주고도 못 들을 강의들을 해주셔서 감사했다. 닿은 항상 프로젝트를 할 때면 많은 조언을 해주었다. 성격도 호탕하셔서 장난도 많이 쳐 주시고, 농담도 많이 해주셔서 덕분애 재밌게 활동할 수 있었다. 파도는 생활 할 때 많이 도움을 주기도 하고 함께 놀기도 했던 고맙고 재밌는 운영진이었다. 노래를 엄청 잘 불러서 파도 노래를 들을 때 기분이 좋았다. 앨리스는 정말정말 착하고 깨끗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었다. 앨리스랑은 그냥 인사를 해도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밝고 착한 사람이었다. 네 분의 운영진들 덕분에 6주 간의 프로젝트 동안 많이 배울 수 있었고,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
‘좋은 사람들’의 마지막 단락은 현장관찰, 현장리서치를 하면서 만난 많은 노인분들과 시니어클럽 관계자 분들, 피드백을 주신 유정규 박사님을 포함한 교수님들이다. 낯선 사람이 말을 걸면 꺼려질만도 하지만, 성심성의껏 대답해주시고, 손자,손녀같다고 말씀해주시며 잘 대해주시던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정말 감사했다. 그리고 대학생들이 갑자기 연락을 드리고, 시니어클럽의 일자리에 대해서 문제를 정의하고 이야기하는데도 만나주시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해주신 시니어클럽의 관계자분들께 많이 감사했다. 마지막으로 피드백을 주신 모든 분들께도 많이 감사했다. 그 피드백들 덕분에 방향성을 잡거나 수정할 수 있었고,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좋은 사람들의 마지막 단락은 로컬임팩트캠퍼스의 현장에서 만난 많은 인연들이다.
첫 주차에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 하면서 각자의 꿈을 위해서 살아가는 모습이 존경스럽고 멋있었다. 그러면서, 내가 갖고 있었지만, 차마 아직은 실현해보지 못했던 요식업이라는 꿈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지금껏 남들보다 늦게 졸업하는 것이 두려워서 과감히 결정하지 못했던 휴학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보게 되고, 휴학을 하고 요식업에 도전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와중 안계를 가는 프로그램이 있었고, 안계의 달빛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난 후, 사장님께 부탁드려서 사장님께 요식업에 대해 많은 질문들을 하면서 궁금했던 것들을 해소하고, 내 미래에 대해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로컬임팩트캠퍼스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호피홀리데이의 사장님의 강연을 듣게 되었다. 호피홀리데이의 사장님은 대기업에서 근무하시다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의성으로 내려와서 맥주 양조장을 만드신 젊은 사장님이었다. 호피홀리데이 사장님이 하신 말씀 중에서, 하고 싶은 일을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하라는 말씀이 내게 크게 와닿았다. ‘나는 지금 내가 살아갈 날 중에서 가장 젊은 시기인데, 뭐가 걱정되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지 못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에 달빛레스토랑과 호피홀리데이의 사장님의 말씀을 듣고, 의성에 오는 길에 바로 휴학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던 요리를 일로써 일 년 해보자.’ 라는 결심을 했다. 일 년이라는 시간동안 내가 좋아하는 요리를 일로써 할 수 있을지 경험해보자라는 결심을 하기까지 가장 큰 영향을 준, 로컬임팩트캠퍼스와 달빛레스토랑, 호피홀리데이 사장님들께 너무 감사했다. 그렇게 로컬임팩트캠퍼스를 하면서 결정한 1년 휴학 후 요식업 도전은 내 삶의 가장 중요한 터닝포인트이다.
현장관찰을 시작으로, 의성을 돌아다니면서 20년간 바라본 나의 시선이 아니라,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바라본 시선으로 의성을 바라보다 보니 의성의 새로운 면을 보게되고, 의성의 몰랐던 문제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노인 일자리라는 키워드를 정하고 현장 리서치를 다니다보니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깊게 공감하게 되었다. 평생 살아오면서 10대에서 20대 초반에는 형제자매를 돌보느라, 결혼하고 나서는 자식들을 키우느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나 잘하는 일 보다는 당장에 돈을 벌기 위해 해야하는 일을 해왔기 떄문에, 지금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그 분들께 물어도 없다고 대답하시거나, 모른다라고 대답하시는 분들이 대다수였다. 그 분들이 살아온 환경에 공감이 되다보니, 정말 슬펐다. 그리고, 그 분들의 그 시절이 있었기에 하고싶은 일, 잘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지금의 환경이 갖춰졌다고 생각하니 정말 감사했다. 그렇게 노인분들과 공감하고, 노인분들을 위한 일을 하기 위해 팀프로젝트를 하면서, 다양한 사람이 한 팀이 되어서 일 하는 것이 정말 힘들고, 한편으로는 정말 재미있기도 했다. 정말 빡빡한 일정에 함께 새벽까지 일하고, 진행되던 프로젝트가 막혀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도 하면서 정말 힘들고 피곤했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 과정들 모두 결과를 위한 과정이 아니라, 과정 자체에서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진행되는 팀 프로젝트에 익숙하지 않아서 많이 미숙하고 실수도 많았지만, 좋은 팀원들 덕분에 내 단점이 보완되고, 우리 팀이 솔루션까지 나아갈 수 있었다. 팀프로젝트를 하면서 정말 피곤해서 바닥에 머리가 닿기만 하면 바로 잠들고, 많이 답답하고 힘들어서 허공에다가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 힘든 과정에서 많이 성장했고, 많이 배웠고. 정말로 행복했다. 로컬임팩트캠퍼스라는 프로그램이 내 삶에 엄청난 임팩트를 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