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C 1기] 예상치 못한 만남들

쏭이 만난 의성

KakaoTalk_20210816_200702408_02.jpg


<딴짓프로젝트 – 친애하는 나의 의성>

태어났을 때부터 대학에 오기 전까지 ‘전라북도 순창군’에서만 줄곧 살았던 내가 의성에 내려간 이유는 리틀 포레스트 영화에 나온 로컬라이프에 대한 로망은 아니었다. 지역에 대한 문제를 그 지역에 머무르면서 주민들의 생생한 소리를 듣고, 조금이나마 해결하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막상 의성에 내려가서 문제해결 프로젝트에 열중하다 보니 에너지가 떨어지는 순간이 왔다. 그 때 날 환기해준 건 바로 ‘딴짓프로젝트’였다. 그 중에서도 프로젝트에서 한 발짝 벗어나, 의성 자체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게 만들어준 ‘친애하는 나의 의성’이 기억에 남는다.


4명의 러너들이 한 팀이 되어, 하루동안 가고 싶은 의성의 명소들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었는데, 우리 팀은 모두 여행지를 선택하는 기준이 비슷했던 것 같다. 다들 사람이 많이 없고, 자연 그리고 풍경이 예쁜 곳을 선호해서 고운사라는 절을 가기로 정했다.


<여행모드로 책크인!>

본격적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의성군 안계면에 위치한 도서관을 들렸다. 보통 책방의 블라인드 북과 달리, 안계도서관은 종이포장지에 약간의 힌트만 적혀진 태그가 붙여진 책을 '대출'할 수 있었다.


우린 각자 옆 사람에게 책을 골라주기로 했다. 책에 대해선 서너 줄의 힌트만 주어지고, 골라주는 대상의 취향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다들 은근히 고민도 했던 것 같다. 그냥 주기엔 약간 아쉬워서 각자 종이 포장지 위에 문구도 썼다.

쏭 글 이미지1.jpg


사실 이런 선물을 별로 선호하지 않거나, 조금 쑥스러워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같이 여행한 러너들 모두 즐겁게 책을 고르고 문구와 함께 선물해줘서 기분 좋게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자연 속 고운사>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커다란 입구가 보이고, 그 뒤로 초록 초록한 숲길이 펼쳐진다. 그 안에서는 음악을 틀지 않아도 매미소리가 적막을 채우고,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숲길을 더 올라가다 보면 고운사의 자태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데,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웅장했다.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와 전설도 절을 구경하는 재미를 더했다.


한옥의 아름다움과 현대적인 모습이 적절히 섞인 고운사 안에 있던 카페 ‘우화루’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자칫하면 이질적으로 보여서 절의 분위기를 해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여긴 들어가자마자 이 고운사라는 공간과 정말 잘 어울러진다고 느꼈다.


쏭 글 이미지3.jpg
쏭 글 이미지2.jpg


<예상치 못한 만남들>

이번 여행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준 것은 예상치 못한 만남들이었다. 도서관 사서님, 문화해설사님, 국민대 디자이너 교수님, 버스기사님 모두 예전의 나였다면 만날 수 있었을까 싶다. 메인 프로젝트 하면서 낯선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이야기를 해왔기 때문에 이런 만남의 행운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서님 덕분에 우리가 머무르고 있었던 안계면의 로컬라이프, 도서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여러 문화프로그램에 대해 더 많이 들을 수 있었고, 고운사에서 마주친 문화해설사님 덕분에 고운사의 숨겨진 이야기를 듣고, 고운사를 더 깊이 있게 즐길 수 있었다.

카페 우화루에서 만난 디자이너님은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이 카페의 로고를 직접 디자인하셨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 밖에도 인테리어 하나하나 왜 이런 소재를 선택했는지, 소품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도 알 수 있었다.

여행의 마지막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프로젝트 중에 만났던 친절한 기사님의 버스를 우연히 탔다. 집에 남는 자두가 많다고 하시며 세 봉지 가득 자두를 챙겨주셔서 숙소에서 다 같이 배부르게 먹었다.

이 모든 인연이 없었으면 이 여행이 이렇게 만족스럽진 않았을거다.


예전엔 여행을 해도 일행이외엔 새로운 사람과 잘 이야기하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장소에 대한 기대만이 여행전에 가득했다. 하지만 이젠 ‘이번 여행에서 어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도 여행 전 설레는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LIC 1기] 여름 햇볕보다 더 뜨거웠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