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가 만난 의성
지난 여름 의성에서의 추억은 이제는 내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인 것 같다. 다양한 사회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고, 정말 많은 것들에 열정을 가지고 뛰어들던, 새로운 것을 마냥 좋아하던 나에게 로컬임팩트캠퍼스는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닿의 추천을 통해 로임캠의 존재를 알게 되고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 로임캠에 대해 들었을 땐 그냥. 마냥. 되게 재밌을 것 같았다. 너무 좋았고, 또 너무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냥 듣자마자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너무나도 좋은 분위기 속에서 면접을 봤고 합격을 했고, 의성을 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서울에서 처음 함께할 사람들을 만났을 때, 어색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의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보이는 그 시간이 좋았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그 외에도 다양한 강연을 들으며 배우고 느낀 것들이 (사실 지금은 자세하게 그 내용이 기억나진 않지만) 지금까지도 내게 너무나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준비과정부터 설렘과 기대를 내게 안겨주었던 로컬임팩트캠퍼스는 나의 설렘과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는 듯 100배에 달하는 좋은 것들을 내게 안겨주었다.
의성에서는 첫 날부터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밥을 먹으며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가까워진 것 같다. 의성에서 처음 맞은 주말엔 우리가 만난 지 두 달은 더 된 친구들처럼 느껴졌을 정도니 얼마나 단기간에 빠르게 가까워진 건지 지금 생각해보면 신기하고도 놀라운 경험이다. 팀이 짜지고 나서 본격적인 문제정의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지금도 ‘그때 어떻게 그렇게 했지’라는 생각을 한다. 다들 열정에 불타올라 일주일의 일정을 현장관찰과 인터뷰로 빼곡히 채운 게 생각난다. 그 누구도 그렇게까지 하라고 시키지 않았는데 다들 열정에 불타서 일단 가보고, 일단 전화해보고, 했던 것들이 기억난다. 그 때의 과정들이 후에 우리들이 더 잘 해낼 수 있는 양분이 되었다는 걸 끝나고서야 알았다. 사실 그 때는 정말 맨땅에 헤딩하듯 뛰어들어서 약간은 겁나고 체력적으로도 많이 떨어져서 힘들다는 생각이 앞섰는데 오히려 그래서 뒤에 달릴 때 덜 힘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과정을 거치며 의성에 더 빨리 익숙해진 것도 있고.. 아무튼 프로젝트 초기에 불태웠던 그 열정, 그리고 다른 팀의 열정, 우리의 열정은 아마 내가 앞으로의 인생을 살면서 다시 경험하기는 정말 힘들 것 같다.
프로젝트가 중반 무렵 들어서면서, 중간 공유회를 앞두고 되게 많이 지쳤던 기억이 난다. 문제 정의에 집중해야하는데 솔루션 도출에 매몰된 나 스스로 때문에 힘들었다. 문제 정의를 제대로 해보고 싶어서 의성에 왔으면서 솔루션 도출에만 집중하는 내 모습이 되게 모순되었다고 느낌과 동시에 팀원들에게 내가 좋은 영향을 주고 있는지, 내가 팀을 잘 이끌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내 머리를 지배하는 순간, 모든 게 조금은 버거웠다. 시간 순서가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찌어찌 중간 공유회를 잘 넘기고 중간에 전체회고를 했던 게 그래도 그 시기를 잘 넘겨내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사실 지금도 그때 썼던 회고문을 간간이 읽어본다. 그때의 내 고민과 감정들이 잘 녹아있어서 그 글을 읽으면 의성에서의 기억과 감정들이 가장 생생하게 떠올라서 의성이 그리울 때 이따금씩 꺼내본다. 아무튼 그만큼 중간 회고가 내게 지닌 의미가 컸고 아주 좋은 변곡점이 되었다. 팀원들과도 보다 건설적이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 시간이기도 했고, 문제정의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고민에 대한 것도 어느 정도 해소되는 계기가 되었다. 의성에서의 모든 것들은 ‘이야기’로서 풀어졌다. 그게 너무 좋았다. 좋은 것이든, 힘든 것이든, 이야기를 통해서 서로가 풀어나간다. 그 과정 중에서 서로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우리가 하나가 되어감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에서야 프로젝트와 관련된 이야기를 쓰려하니 사실 기억이 잘 안 난다. 특히 기억은 미화되기에, 힘들었던 것은 더더욱 기억에서 희미해졌고, 좋았던 것들만 기억이 나서, 고마웠던 분들을 떠올리게 된다. 의성 버스 기사님, 안계면사무소 계장님, 워니팜 청년농부님, 버스정류소 앞 전기를 빌려주신 아저씨, 동대문의류시장 사장님, 무원칙주의 사장님... 다 나열하고 싶은데 기억력이 안 좋아서 다 쓸 수 없어서 아쉽다. 사실 의성이 좋았던 이유는 그 장소 때문이라기보다는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 거기서 쌓은 좋았던 추억들 때문이었다고, 그것만큼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사실 문제정의 프로젝트를 하며 뭐가 진짜 문제인지, 그 더운 여름 땡볕에서, 내게 돈이 주어지는 것도 아닌데 내가 그렇게 열심히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말 좋은 사람들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의성의 그 따듯함이 좋았고, 그래서 그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었고, 그 일을 나와 생각을 같이하는 멋진 사람들과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또 할래? 라고 묻는다면 그때만큼 할 자신이 없어서 못한다고 답할 만큼 그때 정말 열심히 했다. 물론 유의미한 결과물을 결론적으로 내지는 못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지만 그래도 내가 로임캠을 시작했으니 그 뒤에 더 좋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쁘다. 나에게 너무나도 좋았던 의성이 다른 누구에게도 전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의성이 좋은 곳으로 기억되고 또 가고 싶은 곳으로 기억되고 심지어 누군가에게는 머물고 싶은 곳이 되어서, 더 좋은 사람들이 가득한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게 앞으로 로임캠이 해낼 일인 것 같다.(어쩌면 이미 반은 성공한 걸지도?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