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를 통해 알아보는 지역자원의 가치 파악
앞단에서 창업가가 나누고 싶은 '이야기'의 재료를 모으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번 장에서는 멘토리의 로컬창업 프로젝트에 참가한 청년들이 그 재료를 어떻게 모았고 그것을 통해 어떤 가치를 도출했는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로컬에 내려온 청년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지역자원의 가치를 파헤치고 그것에 몰입하는 시간을 갖는다. 몰입하는 방식은 자료조사, 현장관찰, 인터뷰의 형식으로 이뤄진다. 부싯돌 프로젝트 1기에 참여한 '잼글'은 부안의 '갯벌'의 가치를 알아보기 위해 약 한 달여 기간 동안 매일 같이 변산반도, 격포해수욕장, 줄포 생태만 등을 다녔다. 잼글은 큰구슬 우렁이, 엽랑게 등 부안의 갯벌에 서식하고 있는 생명체를 매일 같이 찾아감으로써 오감으로 생명체의 보고의 가치를 느꼈다.
그들이 발견해온 재밌는 점은 시기에 따라 갯벌에 서식하는 생명체들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변산반도에서는 7월 초에 나오는 게의 종류가 다르고, 8월 초에 나온 조게들이 또 다르다고 한다. 매 달 조금씩 다른 생명체가 나타나는 부안의 갯벌은 호기심이 가득한 영유아들에게 건강한 놀이터가 되어주고 있었다. 갯벌에 온 아이들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면서 갯벌의 각종 조개와 게, 우렁이 등을 오감으로 느끼고 있었다.
잼글이 발견한 지역자원의 가치는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갯벌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생태감수성을 기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갯벌에서 모래성을 쌓고, 게를 잡고, 조개를 손바닥에 담으며 웃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을 보면 유희의 인간, '호모루덴스'가 떠오른다. 뻘 위를 뒹굴며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아이들은 정말 '호모루덴스' 다웠다. 다만 부모들은 아이들이 갯벌 속에서 즐겁게 뛰어노는 시간들이 단지 놀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좀 더 교육적으로 작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들이 갯벌에서 발견한 다양한 자연의 이름과 가치를 알기를, 서식하고 있는 생물의 다양성을 기억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갯벌은 아동의 놀이터이자 환경교육의 재료로 사용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렇게 지역자원의 가치를 파헤치고 인지하는 시간은 흔들림 없는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창업팀에게 중요한 밑단이 된다. 지역자원을 이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시각을 이해하는 것은 '나' 중심 사고에서 '타인' 중심 사고로 전환하는 첫 번째 시간이다. 소비를 할 때는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에 따라서 행동하지만 돈을 벌거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내가 전하고자 하는 가치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동의할 수 있을지를 가늠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롭게 마주하는 다양한 자원들이 어떤 가치를 가지고 누구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지 빠르게 파악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지역에서 살지 않은 청년들이 지역의 자원의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밀도 있는 몰입 시간이 필요하다. 농어촌 버스를 타고 한 시간씩 나가서,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매일 조개를 캐고, 생물들을 조사하고 소비자들을 인터뷰하는 시간은 즐겁지만은, 아니 사실 꽤나 고통스러운 일이다. 뜨거운 햇살 밑에서 갯벌 위를 돌아다니느라 피부가 벌게지고 얼굴이 새카맣게 타들어갔다. 힘든 시간을 잘 견뎌내준 잼글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잼글은 이제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할 때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현장 답사를 진행한다. 실제 서비스를 기획할 때, 지역 자원을 이해하는 시간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가장 갯벌을 가기 싫어하던 한 참가자의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과정'에 대한 인터뷰를 보면서 현장에서의 시간이 청년들이 기반을 얼마나 단단하게 만들어주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사실 성과를 잘 잘 낸 거는 프로토타입 부분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저는 배운 게 많은 건 오히려 문제정의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이 사람들이 진짜 불편하게 하는 게 무엇인지 찾기 위해 부안에서는 오프라인으로 나가서 경험을 하고 그리고 또 진짜 계속 돌아다니는 그런 과정들이 저한테도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서울에서는 거의 온라인으로 진행했는데 직접 부딪히는 것이 훨씬 감명 깊었습니다.
낯설지만 신비한 자원이 많은 로컬은 파헤쳐지지 않은 새로운 것들이 가득하다. 누구든 끈기와 의지를 가지고 지역의 자원과 매일 같이 마주한다면, 내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 혹은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재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