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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창업 1단계: 이야기의 재료를 모은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라


로컬에 창업을 하러 온 청년들이 가장 처음으로, 그리고 중요하게 탐색해야 할 지점은 바로 자신이 제품/서비스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재료다. '이야기'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세스고딘은 성공적인 마케팅의 5단계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1단계: 들려줄 만한 이야기가 있고, 세상에 기여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을 고안한다.

2단계: 소수의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고 사랑받을 방식을 설계하고 제작한다.

3단계: 이 소수의 집단, 최소유효시장에 내재된 내러티브와 꿈에 맞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4단계: 입소문을 퍼뜨린다.

5단계: 오랫동안 꾸준히, 일관되게, 정성껏 일으키고자 하는 변화를 기획하고, 주도하며, 그에 대한 신뢰를 구축한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후속 작업에 대한 승낙을 받고 이 변화에 대해 배우겠다는 참여를 이끌어낸다.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현대인들은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제품/서비스를 선택한다. '나 정도 되는 사람은 이 음식을 먹어야 해' '나 정도 되는 사람은 이 차를 몰아야 해' '나 정도 되는 사람은 이 음악을 들어야 해' 등 모두가 각자가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이뤄줄 수 있는 제품/서비스를 구매한다. 창업가들은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파악해 지향점에 도달할 수 있는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며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변화의 핵심은 타겟 소비자의 이야기의 언어와 흐름으로 구상되어야 하며 그 이야기의 끝에는 변화의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제품/서비스에 담긴 이야기는 대부분 오랜 시간과 경력에서 신뢰도와 현실성을 확보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초기에 진입하는20대 청년들이 창립한 스타트업들이 이야기를 진실되게 전달하기는 어렵다. 


로컬에 이미 자리잡은 사람들, 오래된 지역자원에 담긴 이야기는 배경 지식과 스토리텔링 재료 없이 창업에 뛰어든 20대 청년들에게 큰 보완점이 된다. 로컬에는 빠르게 변화하기 어려운 1,2차 산업 종사자들이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던 곳이 많다. 특히 농수산업은 3년 정도는 경력이 쌓여야 제대로 된 결실을 맺을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종사 기간이 긴 편이다. 로컬에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양어장을 맡게 된 아들, 세계일주를 하다가 의성에 흘러 들어와 나만의 홉 농장을 차리게 된 부부 등 오랜 시간과 경력이 쌓여 만들어진 '이야기의 재료'가 존재한다. 자연자원도 마찬가지이다. 오랜 시간 축적된 시간 속에서 깊이 있는 이야기가 발생한다. 채석강의 지질학적인 가치들, 갯벌의 생태자원의 이야기들은 시간이 흘러서 더 가치있게 여겨지는 이야기의 재료들이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재료가 있는 로컬과 함께 한다면 스타트업도 진실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어떻게?

연고도 없이 내려온 이방인이 지역에 있는 사람들과 친해지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지역은 느리게 흘러가는 듯 하지만 지역민들은 은근히 바쁘게 살아간다. 다들 끊임없이 어딘가 돌아다니고 있거나 일하러 나가있다. 이곳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는 그들의 시계를 파악해 직접 찾으러 다녀야 한다. 멘토리 직원들이 지역의 각종 회의, 모임에 참여하고 주최하고 있는 이유는 바쁜 지역민들을 지역에 내려온 쳥년들과 연결될 수 있는 시간을 맞춰주기 위함이다. 멘토리는 지역에 내려온 청년들이 오후나 주말에 취미 모임을 가질 때 지역민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각종 지역축제 안내 및 아르바이트 연결부터 시작해서, 주민들과 함께 하는 취미모임을 열게 해주거나 주민들이 제안하는 행사를 연결해주기도 한다. 이를 통해 청년들이 내가 찾는 이야기의 재료를 가진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현장에 답이 있다

청년들이 지역에 온 초창기에는 일적인 시간에서도 지역 내 이야기를 찾는 시간은 매우 중요하게 다룬다. 프로젝트 초기에는 지역 자원에 담긴 이야기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장 크게 확보한다. 관광자원을 활용해야 하는 팀은 관광자원 관리자, 그곳에 오는 고객,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 등 지역자원과 연결되어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오게끔 한다. 지역의 농산물을 활용해야 하는 팀은 직접 농장에 방문해 생산자의 이야기, 생산자의 가치관, 생산물의 특성을 공부하고 오게끔 한다. 중요한 것은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느끼는 것, 그리고 현장의 이해관계자들과 말 한 마디 더 해보고 오는 것이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시간을 달리하여 방문하고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오게함으로써 현장의 정보를 다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지역 자원의 가치 뿐만 아니라 지역의 생태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 지역의 자원은 어떻게 생산되고 있는가?

- 지역의 자원은 어떻게 가공되고 있는가?

- 지역의 자원은 어떻게 판매되고 있는가?

- 이 전 과정에 관여된 이해관계자는 누구인가?


지역자원의 생산, 가공, 판매 과정을 이해하고 그 과정에 관계되어 있는 이해관계자를 파악하는 것이 이야기를 구성하는 핵심이다. 이 과제들은 제품/서비스의 이야기를 확보할 뿐만 아니라 창업가의 가치관을 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창업이란 나와 비슷한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을 대신하여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노력이다. 창업은 나와 비슷한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추구화는 변화 지점을 읽어내고 그것에 도달하게 만들어 주는 일이다.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내가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은 누구이며,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싶은지 먼저 자신에게 질문해야 한다. 이를 통해 '나는 이것을 왜 해야 하는지', '이를 통해 나는 어떤 가치를 달성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불확실함과 모호함이 가득한 앞으로의 상황 속에서 마음 속에 그려지는 명확한 WHY가 없는 사람들은 쉽게 무너지고 지쳐버리기 때문이다. 


현장에 나가면 내 심장을 뛰게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컴퓨터 앞에 앉아 타닥타닥 찾아낸 정보와 달리 현장에 직접 나가면 자원의 연대기부터 시작해서 현재 이용되고 있는 방식, 앞으로의 가치를 더 현실적으로 추산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내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 내가 매력적이고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이야기를 구상하는 과정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만약 내가 선택한 지역의 자원, 내가 선택한 사람들, 내가 선택한 이야기가 내 마음 속에 큰 울림을 주지 못한다면 잠시 멈춰서는 것이 좋다. 스스로조차 몰입하지 못한 이야기를 담아 제공한 제품/서비스는 다른 사람들의 열정과 진심을 울리게 만들기는 어렵다. 


세상 사람들 중 누구에게,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그 이야기의 목적은 무엇인가? 지역자원을 통해 어떻게 그 이야기를 전달할 수 읬는가?


지역에서 창업을 하는이라면, 이를 끊임없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를 통해 청년들은 스스로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나만의 길'을 어렴풋이 그려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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