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창업가가 되어야 할까?
오늘은 오랜만에 이론적인 이야기 말고 창업 생태계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실전적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최근 들어 가장 많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과연 어떤 청년이 창업가가 되어야 할까?' 이다.
창업팀에는 언제나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긴다. 현금흐름이 끊겨 보유 자금이 없는데 세금 압박이 계속해서 들어오기도 하고 새로 맞이한 팀원과 성향이 너무 안 맞아 늘어지는 회의 때문에 본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창업가는 중간만 해도 고정 급여가 딱딱 떨어지는 직장인이 아니기 때문에 별 쓸데없어 보이는 문제도 급하게 해결해 주어야 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느라 제품/서비스 퀄리티 고도화, 시장 확장 등 중요한 본업을 못해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일을 끝마쳐야 하기도 하다.
이러한 수많은 문제와 돌발 상황이 닥치게 되면 온 몸으로 다방면에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본 적이 없는 대부분의 청년 창업가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그 자리를 떠나고 만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청년 창업은 급증하고 있지만 청년들이 창업한 기업들 중 7년 생존율은 16%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http://www.tongildaily.com)고 한다. 84%가 포기하고 도망치는 와중에 꾸준이 조금씩 성장하고 나아가는, 단 16%에 해당하는 창업 생존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학벌이 좋거나, 머리가 똑똑하거나, 집에 여유가 많거나, 긍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인 등 무언가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외부적인 요인이 있는 것일까? 오늘은 그에 대한 나만의 답을 써보고자 한다.
내가 생각했을 때 창업가가 문제를 해결하고 더 큰 시장을 점유하는 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grit 이다. grit은 한국말로 뭐라고 번역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끈기있게 끝까지' 해내는 정신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가장 비슷한 맥락일 것 같다. 부싯돌 프로젝트에서 중국에서 몇십억 단위로 사업을 굴리는 친구를 만난 적이 있다. 굉장히 어린 나이임에도 중국, 한국을 아우르며 사업을 펼쳐나가는 능력있는 친구였다. 그 친구는 마케팅에 관심이 많았고 잘했다. 그 친구가 마케팅을 하는 특정 이론이나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릴스는 몇 시에 올려야 하고, 콘텐츠는 어떤 사이트나 플랫폼에 올려야 하고 이런 노하우들은 있었지만 기존에 하던 노하우만으로는 부안에서 기획한 서비스를 검증을 할 수 있는 타겟 고객을 끌어들이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래서 그 친구는 타겟 고객이 있을만한 모든 곳에 다 연락을 돌리고 콘텐츠를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야외 활동을 즐겨할 수 있는 아동 단체를 찾아보라는 조언에 태권도 학원 200여 곳을 뒤져서 하루 만에 컨택을 완료해 놓기도 했고, 아이들과 환경 프로그램 또는 여행 프로그램을 하고 후기를 올리는 인플루언서 부모들에게 연락해보라고 했을 때 수 백명의 사이트를 뒤지면서 연락을 돌리곤 했다. 결국 극초기 스타트업 프로그램 테스터로 약 200여 명의 고객을 끌고오는 멋진 모습을 보면서 grit 정신이란 저런 친구를 가리치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끈기있게 내가 맡은 역할에서 최선의 결과를 뽑아내고자 하는 노력과 열정이 프로토타입 개발/검증 단계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다.
간혹 grti을 열심히 하면 뭐든 되겠지 하며 착각하는 사람이 있다. grit은 단지 앞만 보고 열심히만 달려가는 경주마 같은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사람들은 빠른 기간에 자신의 체력과 열정을 소진해 버리고 '역시 안되는 거였어' '열심히 해도 안되는게 있지' 하고 속단하며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grit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열정보다 끈기이다. 내가 한 번 선택한 것은 죽이되든 밥이 되든 끝맺음을 맺는 끈기, 내가 선택한 것이 어제보다 더 나은, 일주일 전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게 만들기 위해 공부하고 적용하고 학습하며 대안을 찾아내고자 하는 끈기가 가장 중요하다. 고작 몇 개월 달리고 '열심히 해봤는데 안되네, 이 길은 아닌가봐' 하며 도망치는 것은 grit이 아니다.
특히 창업처럼 자신이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하는 분야는 더더욱 그러하다. 창업에는 똑같이 따라하면 성공한다는 선진 사례가 없다. 스티브잡스가 한 창업 방식을 따라한다고 제2의 애플을 만들지 못한다. 현대자동차의 초창기 시절을 따라한다고 제2의 현대자동차를 만들지 못한다. 창업은 시장에 있는 기존 대안(제품/서비스)들의 한계를 찾아서 보완하고 더 나은 가치제안을 하며 수요를 끌어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적용할 수 있는 선례는 있을 수 없다. 오히려 선례를 깨부셔야 살아남는다.
우리가 선례로부터 배워야 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문화, 정신, 그리고 프로세스들이다. 어떤 조직문화가 더 빠르게 개선하고 시장에 내보이게 만들었는지, 어떤 정신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해야 지치지 않고 끝까지 달려갈 수 있는지, 어떤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효율적으로 의사소통하며 원 팀이 될 수 있는지를 배워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시시각각 닥치는 시장, 고객, cs, 마케팅, 디자인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는 선진 사례를 바탕으로 도출한 창업가의 창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그래서 더더욱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물고 늘어지는 grit 정신이 필요한 것이다.
'끈기있게, 끝까지.'
사실 말이 쉽지 계속해서 닥치는 어려움을 지치지 않고 해결해 나가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인간은 미래보다 현재의 행복을 더 가치있게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현재 고통스러운 상황이 계속해서 밀려 들어오면 앞으로의 삶이 훨씬 불행해 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회피한다. 그래서 오늘은 창업가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릴 수 있는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해주고자 한다. 지치지 않고 끝까지 달려나가 그들이 꿈꿔왔던 더 나은 사회,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끈기있게 끝까지 해내기 위해서는 그럴 만한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창업가는 운동을 해야 한다.' 프라이머 김도균 대표님 강의를 들을 때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문장이다. 운동할 시간에 일을 더 해야지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하다보면 최종적으로는 점차 몸과 마음이 지쳐서 일에 몰입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지게 된다. 몰입도 체력이 받쳐져야 할 수 있다. 일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몰입해서 빠르게 쳐낼 수 있는 힘이 필요한데 몸 상태가 안 좋으면 몰입에 들어가기가 어렵고 쉽게 튕겨져 나오기도 한다. 컴퓨터를 아무리 오래 붙잡고 있어도 몰입하지 않으면 1시간에 끝날 것들이 4~5시간으로 늘어지게 되어 문제가 첩첩산중으로 쌓이게 된다.
운동을 하면 신체적인 체력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머리속에 쌓인 여러 가지 문제들을 지워버리며 리프레쉬하면서 몰입 상태에 더 쉽게 진입할 수 있다. 창업가는 홀로 짐을 짊어지는 경우가 많다보니까 힘들고 어려워서 감정적으로 우울해지는 상황들이 많이 오는데 이떄 운동을 함으로써 그 감점 회로를 강제적으로 끊어버리는 것이 다시 일에 몰입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마음을 다스리는 여러 방식(명상 등)이 있지만 가장 초보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운동이다. 아무 생각 없이 땀 흘리다가 다시 문제 상황을 바라보면 이전과 다른 판단이 서기도 하고 새로운 대안이 떠오르기도 한다. 운동을 꾸준히 함으로써 중요한 순간에 빠르게 몰입할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의 체력을 길러야 한다.
굉장히 상투적인 말인 것 같지만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있듯이 긍정적인 마인드가 중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긍정적인 마인드란 모든 상황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라는 의미는 아니다. 지금 고객이 긴급하게 문제 상황을 호소하고 있고, 시급하게 보완해서 해결해주어야 하는데 '이정도면 됐지' 하며 마무리하는 것은 자신의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해 상황을 합리화하는 것이지 긍정적인 것이 아니다. 긍정적인 마인드란 나에게 주어진 시련을 '성장 기회'라고 여기고 최선을 다해 해결해보는 자세, 성향이 달라 의견 일치가 어려운 팀원을 '나의 부족한 시각을 보완해줄 수 있는 존재'라고 여기는 태도다. 주어진 문제를 대충 마무리하고도 행복해 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문제를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풀어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매사에 투덜거리며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했을 때의 생산성과 나에게 주어진 또다른 기회라고 생각하며 몰입해서 했을 때의 생산성이 확연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마인드보다 '감사하는 태도'라고 말하는게 더 맞을 것 같기도 하다.
밥도 못 먹고 잠도 잘 못자고 항상 눈 앞에 닥친 일을 급급하게 처리하다 보면 현타가 오는 경우가 많다. 문득 '아니,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러고 있지' 싶은 경우가 많다. 이 시간에 내가 알바를 하거나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면 벌었을 돈을 생각하면 갑자기 마음이 확 떠버리기도 한다. 의미없는 비교와 저울질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중간중간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올바르게 잘 가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계속해서 연료가 투입된다고 똑같은 아웃풋을 낼 수 있는 기계가 아니다. 하다못해 기계도 시간이 지나면 감가상각되면서 이 전에 비해 생산량 및 품질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나만의 길을 창조해 나가는 창업가들은 쉼표 찍고 돌아보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주변에 그 누구도 이 기업의 쉼표를 찍어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쉼표를 찍는 용기를 내야 한다. 잠깐이라도 쉬면 일이 돌아가지 않아 회사에 굉장히 큰일날 것 같지만, 잠깐 쉰다고 기업이 도산 직전까지 가는 경우는 없으니 용기를 내서 쉬어보아도 괜찮다. 사실 쉰다기보다 멈춰서서 돌아본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쉼표를 찍어야 하는 이유는 내가 지금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고, 어디를 향해 달려가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며 원료를 재충전하기 위함이다. 기계의 연료가 에너지라면 인간의 연료는 마음이다. 마음 속에 간절하게 이루고 싶은 무언가가 쉬지 않고 달려나갈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연료이다. 마음 속에 있는 그림이 흐리멍텅하고 구체적이지 않으면 연료는 순식간에 떨어져 낮은 상태의 퍼포먼스 밖에 내지 못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경쟁 전략을 펼쳐야 하고, 혁신적인 대안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에너지 발전소가 꺼지지 않도록 돌봐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모두가 창업은 어려운 길이라고 말한다. 사실 그 말 뜻 이면에는 '스티브잡스나 팀 쿡 등 날고 길 수 있는 애가 하는 거지 너같은 애가 할 수 있겠어' 하는 판단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그들 또한 아무것도 없는 먼지 풀풀 날리는 차고에서 단 두세명이 컴퓨터 두들기던 시절이 있었다. 그들은 자신에게 가치있는 무언가를 이뤄내고자 하는 집념에 가득 찬 마음과 행동, grit을 보여주며 그 시간을 버텼고 결국 목표를 이뤘다. 인간이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는 끈기있게 끝까지 해내는 정신에 달렸다. 이 정신은 연습을 통해 길러낼 수 있다. 실제로 해보니까 자신과 너무 맞지 않더라도 목표한 기간, 지점은 완수하고 마무리하는 습관을 들이다보면 grit의 정신력을 갖출 수 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이글을 읽는 모든 청년 창업가들이 2024년이 끝나기 전에 올해 목표해서 시작한 것들에 최선을 다하는 시간으로 만들어 보길 바란다.
p.s
내년도 사업을 함께할 로컬 창업 혹은 실버 관련 산업 창업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을 찾고 있다. 혹시 나는 이런 정신을 가진 사람이고, 앞서 말한 산업 분야에 관심이 많다면 꼭 만나보고 싶다. jshan@mentory.org로 연락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