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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창업 3단계: 고객 이해

고객의 상황을 읽어내야 한다

시장에 대한 조사가 어느 정도 끝나고 진입 결정이 나게 되면 본격적으로 그 시장 내에 존재하는 고객에 대한 공부가 시작된다. 시장 조사와 고객 이해 파트는 무 자르듯이 나뉘어 있지 않아서 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 중 하나인 '고객'을 조사하다 보면 시장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알아가게 되는 경우도 많다. 고객을 이해하는 활동의 목적은 첫째, 공략 시장의 주요 소비자의 특징을 이해함으로써 '누구'를 위한 제품/서비스를 기획할 것인지 설정하는 데에 있으며, 둘째 소비자들이 이미 이용하고 있는 기존 대안의 한계를 바탕으로 새로운 대안('무엇')을 만들 것인지 제시할 수 있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만들 것인지를 결정함으로써 어떤 창업아이템을 만들어낼지 선정하게 된다.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자기'를 위해 만들었다가 팔리지 않아 악성재고로 처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가 타겟하는 '누구'를 깊이있게 파악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활동 무대: 공간이 행동을 유도한다

앞선 시장 파헤치기 단계와 마찬가지로 이 단계에서의 핵심은 특정 장소와 상황에 처한 고객이 취하는 행동의 심층적인 니즈를 이해하는 데에 있다. 활동 무대라는 개념은 한때 환경심리학의 아버지였던 로저 바커의 연구에 등장했다. 그는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이 심리학 연구를 실험실에만 한정한 탓에 자신도 모르게 인간 행동 형성에 큰 영향을 주는 환경을 통째로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바커는 30년 가까이 지역 주민의 행동을 연구했다. 연구원들은 펜과 노트를 들고 아침부터 밤까지 아이들을 따라다니며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아침에 집을 나선 아이들의 조회 시간과 수업 시간을 관찰하고 아이들이 식당, 놀이터, 교실, 음료수 가게를 거쳐 다시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따라다녔다. 

바커가 밝혀낸 바에 따르면 아이들의 행동 변화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요소는 바로 아이들이 특정 시간에 머무른 장소와 그 장소 형태였다. 이들은 관찰 대상의 개인적 특성과 심리학적 특성을 철저하게 조사하는 방법보다 '관찰 대상이 특정 시각에 어떤 환경과 활동 무대에 있는지 파악하는 방법으로 행동을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인간은 개인적 특성과 심리학적 특성보다 확실히 정해진 일부 규칙과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무언의 규범을 따라 행동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특정 환경에 들어서면 그 즉시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행동을 결정하는 규범을 파악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또는 해야 하는 행동을 알아내기 위해 눈으로 주변을 훑으며 공간의 특징을 살피고 분석(출처: '공간혁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의 구매 포인트를 읽어내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일대기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구매가 일어나는 특정 환경의 규범과 행동을 분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부안에 온 아동 가족 관광객의 상황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관광객이기 이전 각 개인의 심리학적 특성과 개인적 특성을 분석하게 되면 너무나도 다양하고 세분화 되어서 공통점을 찾기 쉽지 않다. 단 디저트를 싫어하는 사람, 식감이 쫄깃한 디저트를 좋아하는 사람, 밥 먹고 디저트를 먹는 것을 안 좋아하는 사람, 디저트에 삼천원 이상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 등 각 개인의 특성으로 고객을 이해하려다 보면 정말 끝도 없이 세분화한 맞춤형 디저트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이 공통적인 특성과 니즈로 묶을 수 있는 이유는 '자녀와 함께 관광지에 온 부모'라는 상황적인 맥락에 있다. 평소에는 잘 오지 않는 지역에 시간 내서 온 '관광객'의 역할이 되었기 때문에 그 지역의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는 니즈가 발생한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가족이 시간 맞춰 놀러왔다는 '부모'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기 때문에 가족의 행복을 중시하고자 하는 니즈가 발생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니즈는 각 개인의 특성이라기 보다는 여행을 오기 전 미리 방문한 다른 관광객 부모들의 후기글이나 동시간 대에 함께 있는 주변 사람들의 행동에 많이 좌우된다. 이 장소를 즐기고 간, 혹은 즐기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서 '여기에 왔으면 이걸 해야 해!' 라는 무언의 규칙을 읽고 수행한다. 

초기 창업가들은 이런 맥락에 따른 니즈를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똑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관광지에서는 아이에게 5~6000원짜리 디저트를 사주는 부모이더라도 집 주변 마트에서는 1000원짜리 간식도 잘 안 사줄 수도 있다. 특정 장소에서 서로 다른 곳에서 온 각기 다른 개인들이 내가 팔고자 하는 장소와 타이밍에 공통적인 행동을 하는 모습을 찾아내야 한다. 유사한 행동 패턴을 잘 찾아냈다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그들이 따르는 규범에 내재된 심리적 욕구는 무엇인지 읽어내야 한다. 고객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개인적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처한 환경의 규범을 읽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이 이 상황에 처했기 때문에 꼭 해야만 하는 행동 양식을 명확하게 파악해내야 그들의 지갑을 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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