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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회에 참가했을 때 보이는 것들

카페&베이커리 박람회 후기


요즘 소규모 브랜드들이 이름을 알리기 위해 박람회에 많이 참가한다. 카페&베이커리 박람회, 차박람회, 불교 박람회, 농업박람회 등 다양한 산업군의 박람회가 개최되고 있어 참가하기는 쉬운 편이다. 물론 가격 장벽은 낮지 않지만.

박람회? 거기가면 돈 많이 벌 수 있겠다!

박람회 준비 비용의 대부분은 부스값(자리세)으로 나간다. 아무것도 없이 자리값만 결제해도 180만원이며, 자리값에 기본 벽이 있는 형태의 부스를 결제하면 300만원이다. 기본에서 좀 더 꾸며진 세련된 형태의 부스를 신청하면 약 400만원 정도가 든다. 자리만 결제하면 벽이나 인테리어를 자비로 해야 하기 때문에 경험과 자본이 없는 대부분의 소규모 브랜드들은 보통 기본 형태의 300만원짜리 부스를 신청한다. 거기다가 박람회는 보통 3~4일을 붙여하기 때문에 숙박비를 필수적으로 결제해야 한다. 부스값, 숙박비에다가 재료값, 기름값을 다 더하면 인건비를 빼더라도 준비 비용이 4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수도권 박람회장에 사람은 많이 오긴 한다. 이번에 디저트팀이 참가한 일산 카페&베이커리 박람회에는 하루에 약 300명 정도가 다녀갔다고 한다. 이 말만 들으면 '우와 총 1200명한테 팔 수 있는거야? 돈을 쓸어담겠네' 싶지만 실장은 다르다. 박람회에 참가한 대부분의 가게들이 판매를 주로 하러 나오기보다는 시식이나 체험 전략을 취하며 홍보에 주력하기 때문에 오는 소비자들도 부스에게 시식을 기본적으로 기대하고 온다. 고객 응대용으로 공짜로 제품을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맛이 중요한 F&B 제품들은 더더욱 시식이 중요하기 때문에 시식을 안하는 부스는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 300명을 대응하며 마진을 남기기 위해서라면 300개 + 판매개수 를 준비해야만 하는 것이다. 4일 동안 약 1000~1500명의 사람을 만나면서 굉장히 크게 벌어들이고 갈 것 같지만, 대량 생산 시스템이 없고, 브랜드 이미지가 확실하지 않은 소규모 브랜드들이 홍보와 판매를 둘 다 잡기는 사실 쉽지 않다. 대부분 홍보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하기 때문에 소규모 브랜드들에게 박람회에서는 수익은 커녕 손익분기점을 기대하기 어려운 곳이다. 


팔고 싶은데 팔 수가 없어요

여러 가지 행사 및 납품들이 겹치면서 이틀 정도 밖에 만들 시간이 없던 디딤돌 같은 경우에는 약 1000개의 제품을 준비해갔다. 그러나 하루에 시식 이벤트로 나가는 개수가 300개가 넘어가버리자 2일차부터는 판매를 아예 중단하고 시식 이벤트만 진행하기는 전략을 취했다. 체험 후 구매를 문의하는 고객도 적지 않았지만 한 명의 고객에게 한 박스를 팔아버리면 한 박스에 있는 10개가 나간다. 그러면 추가적인 10명의 고객에게 알릴 기회를 놓치기 때문에 브랜드를 더 많이 알리는 것에 가치를 두었다. 30명한테 30박스 팔아서 2시간 만에 장사를 접는 것보다 5시간 동안 300명의 고객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 더 유의미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물론 홍보용, 판매용 디저트를 모두 준비해갔으면 베스트였겠지만 박람회 초보자다 보니까 오는 손님들의 수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였고, 여러 가지 일이 겹치면서 베이킹 할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했던 점들이 겹쳐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설상가상 토요일에는 2시가 되기도 전에 준비했던 이벤트 수량 170개가 떨어지면서 남은 4시간을 체험형 부스만 운영하게 되었다. 

사람이 사람을 모은다.

디딤돌의 부스를 보면 다른 부스와 달리 초보자 티가 많이 나기는 한다. 다른 부스에 비해 조명도 많이 없고, 구조물이나 디자인도 많이 없어서 상대적으로 휑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디딤돌은 그런 휑한 벽면을 고객들이 직접 채워주게 만들었다. 고객들이 좀 더 부스에 머물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떤 체험을 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팀의 디자이너 메린이 고슴도치를 도장으로 직접 꾸미게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고슴도치 그림에 색깔 도장을 찍고 간식을 추천하는 캐릭터를 완성하면 량그드샤 1개를 무료로 주는 형태였다. 

고객이 직접 꾸민 형형색색의 고슴도치들이 한 장, 두 장 늘어가다 보니까 휑한 벽면이 조금씩 채워졌고, 그 그림을 보고 귀엽다면서 모여드는 사람들이 생겼다. 사람들이 책상 위에서 뭘 열심히 하고 있자 그 모습을 보고 지나가다가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생겼다. 백종원이 말했던 '사람이 사람을 모은다'는 전략이 이런 형태로도 발현될 수 있구나 싶었다. 만약 판매할 디저트가 준비되어 있었다면 설명부스를 앞쪽에 배치하고 체험 부스가 끝난 후 판매 카운터가 마지막에 자리 잡고 있었다면 인지 - 고려 - 경험- 구매 의 고객경험이 좀 더 매끄럽게 이어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행사장 내에 꽤나 경력직(?)인 것 같은 부스들은 대부분 이와 같은 동선을 설계하고 있었다. 같은 행사에 참가한 커넥츠 커피 같은 경우 설명 - 시음 - 판매처의 경로가 쭉 연결되어 있어 고객들이 브랜드를 이해하고, 제품을 체험한 후 구매하는 과정이 좀 더 매끄럽게 이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디딤돌이 다른 F&B 브랜드처럼 단순 시식이 아닌 체험 활동으로 고객들이 브랜드에 좀 더 머물게 한 것은 전략은 매우 훌륭했으니, 다음에 박람회에 참여한다면 그 아이디에 동선을 좀 더 고려하여 개선하면 더욱 훌륭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어엿한

여러 행사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자신들만의 아이디어를 꽃피운 디딤돌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 박람회 참가사 중에 가장 어린 대표와 팀원들인데도 당당하게 고객을 맞이하고 끌어들이는 모습이 멋졌다. 이 경험을 발판 삼아 다음 달에 연남동에서 진행될 카페 팝업을 어떻게 할지 골똘히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정말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안에서는 매일 같이 힘든 모습만 보고 서로 꼬질꼬질한 작업복, 체육복 형태로만 봐서 커가고 있다는 체감을 못했는데 많은 고객들을 맞이하고 끌어당기는 모습을 보자 이제는 정말, 어엿한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항상 최선을 향해 달려가는 디딤돌에게 박수를 보낸다.


디딤돌 인스타그램 아이디: picopico_d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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