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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Edu Feb 10. 2021

정지의 시간

나는 '존버'할 수 있을까


트위터에서 본 가장 인상 깊었던 말,


대기업 임원에 오른 전직 기자가 

크게 도약하기 직전에 '정지의 시간'이 온다.

무엇을 어떻게 해도 나아지지 않는 그 시기를 견뎌야 

날개를 필 수 있다, 고 말했다.




확률 과정 이론에서의 정지시간은 아니고,

무언가 업무나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 항상 눈에 보이는 결과를 냈는데, 

어느 순간부터 진전속도가 더뎌지더니 결국엔 지지부진한 상황이 온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처음 공부를 시작해 성적 향상을 맛본 사람은 

그 재미에 꾸준한 공부를 이어가지만 어느 순간 성적이 올라가지 않고 그대로라는 거다.


아무리 공부시간을 늘리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도 성적은 똑같은 상태,

보통 사람들은 이때 한계를 느끼고 공부에서 손을 떼버리거나 포기해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 시점이 지나면 폭발적으로 성적이 올라간다.

분명 똑같은 공부를 하는 것 같은데 나오는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는 일을 할 때도 똑같다.

같은 양의 업무를 해도 성과가 눈에 보이는 때가 있고 멈출 때가 있다.

이 시기를 소위 말하는 '정지의 시간'이 아닐까 싶다.


백무산의 '정지의 힘'이라는 시의 한 구절에는 

-씨앗처럼 정지하라, 꽃은 멈춤의 힘으로 피어난다-고 말한다.


결국 도약하기 위해서, 큰 성장을 위해서는 

잠깐의 숨고르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요즘 같은 시기가 '정지의 시간'이 아닐까 싶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재택근무도, 단축근무도, 구조조정도 없이 

무탈하게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상황은 다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바뀐 생활로 인해 많은 에러를 겪을 것이고 

어려운 상황을 마주했을 수 있다.


슬픈 이야기지만 2018년 하반기에 채용이 결정된 직원들은 3년째 입사대기 중이다.

시국이 나아지면 입사하여 근무할 수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새로운 직장을 찾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 상황이다.


결국 정지의 시간을 겪고 있는 것인데, 솔직히 쉽게 이야기하면 

존버를 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에 따라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달라진다는 것으로 

각각의 인생이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될 예정이다.


물론 존버해라! 라고 감히 누구도 이야기할 수 없다.

단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일도 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저 희망을 인질로 잡은 채 

영원한 고통을 선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지의 시간'을 슬럼프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뭘  해도 귀찮고 의욕이 나지 않는다. 일도 싫고 사람 만나는 것도 싫다.

이 시기를 견뎌야만 뭔가 새로운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깊고, 강한 슬럼프를 이기기란 쉽지 않다.


슬럼프가 오는 이유는 다양하다.

너무나 바쁘게 살아온 사람이 한순간에 감당 못할 여유가 생겼을 때,

내가 해결하지 못할 일들이 갑작스럽게 많이 닥쳤을 때,

침체된 상황이 오래갈 때, 


그래서 지금의 시기는 전 국민이 슬럼프를 느끼고, 정지의 시간을 갖는 것 같다.

누구도 원하지 않는 슬럼프가 찾아와 귀찮고, 슬프게 한다.


우리 인생은 항상 쉬운게 없으며 만만치 않은 삶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데

그것조차 하지 못하게 만든다. 답답할 노릇이다.


무언가 하면 효과가 있고, 성과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변하는게 없고 

의욕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은 취업 준비생이나 사회 초년생, 경력이 많은 직장인 등 

모두에게나 올 수 있는 감기 같은 마음의 부담이다.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상황에 심리적인 동요가 크기 때문에 

불안하고 초조하다. 이때 필요한건 노력도 의욕도 아닌 휴식.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게 중요해 보인다.





다른걸 다 제쳐두고 본인을 돌아보고, 돌봐야 한다고는 말하지 못한다.

어떤 사람은 그럼에도 나보다 남을 생각해야 하며 

이 어려운 시기를 어찌어찌 넘겨야 하기도 한다.


내 경우에는 모든 사회적 지위나 명예, 경제적인 능력까지 모두 버린 채 

칩거 하다시피 하는 식으로 슬럼프를 극복한다.


며칠이고 집에만 있고, 누워만 있다 보면 그새 몸이 충전을 끝내고 

다시금 일을 할 수 있는 의욕을 불러와준다.


누구나 오는 것이 슬럼프지만, 누구나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정지의 시간'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것은 맞다.


이 지루하고 귀찮고, 없는 의욕을 살려 꾸역꾸역 삶을 살다 보면 

분명 보상의 날이 올 것이다.


이 힘든 날들을 버티고 버티다 보면 언젠가 정지된 시간이 풀리고 

재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


결국, 우리는 사람이다.

널브러지기도 하고, 번아웃, 슬럼프, 정지의 시간은 모두 겪는다.


그러니 언젠간 지나가겠지 하는 마음으로 

함께 존버하는 것도 방법일 거다.


다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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