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적 퇴직공무원> 7.
출근을 하려고 현관문을 나서는 내게 엄마가 말했다.
"오늘은 싸우지 마~~~."
말 그대로 쌈닭이 되어버린 때가 있었다. 만 3년을 꼬박 채워 근무했던 부서였는데, 여러모로 많이 힘들었다. 해도 해도 끝이 없이 줄을 서는 업무와 사람들의 이기심에 지쳐가던 시기였다.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엄마를 붙잡고 오늘은 이런 일이 있었네, 누가 이랬네, 속상한 얘기들을 구구절절 늘어놓았다. 가만히 딸의 직장 내 고충을 들어주던 엄마는 내심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딸의 출근길에 한 마디를 건넸다. 순간, 엄마의 말에 삼십 대 딸은 초등학생이 되어버렸다.
"오늘 학교 가서 친구들이랑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고 와." 하는 말처럼 들렸다.
10년 6개월을 통틀어 그때의 3년은 '괴로운 날들'이라 이름 붙이고 싶다. 처음 1년 동안은 잘 참아내다가, 1년 반이 지나갈 무렵부터 나는 쌈닭이 되었다. 누가 건들면, 반사적으로 쪼았다. 상대방이 같이 쪼으면, 지지 않으려고 계속 쪼았다. '누구든 건들기만 해 봐라!' 씩씩거리며 날을 세웠다. 썩은 고기를 입안에 쑤셔 넣은 것처럼 매일같이 속이 비렸다.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해서 잠만 잤다. 앞차 꽁무니-컴퓨터 모니터-앞차 꽁무니-내방 천장, 을 반복하는 일상이었다. 내 모든 에너지가 고갈되어갔다. 여분이 없는 에너지를 사람들과의 관계보다 일에만 집중하던 어느 날이었다. 이전에 함께 일한 적 있던 선배님이 전화를 하셨다.
"요즘 나한테 들리는 네 소문이 정말 네가 맞아? 내가 알던 네가 맞는 거냐?"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 선배님이 알던 저도 저이고, 부끄럽지만 선배님 귀에 들리는 소문의 저도 아마 제가 맞을 거라 답했다. 착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쌈닭의 소망이 현실 앞에서 자근자근 밟히던 날들, 쌈닭 볏을 뽑지 않고서는 멈추지 않을 날들이었다. "너 요즘 왜 그래?" 물으며 등을 토닥여주는 입사동기와, 힘내라며 커피 한 잔 건네주는 동료 직원들 덕분에 꾸역꾸역 버텼다.
퇴직을 하고서 뒤돌아 볼 여유가 생기니, 그때의 3년이 가장 아쉽다. 왜 그렇게밖에 하지 못했을까 후회가 된다. 참 별로였던 부서였는데, 나까지 별로였다. 부당하다고 생각했던 일들과 타협할 수 없다고 여기던 일들은 내 기억 속에서 모두 먼지처럼 흩어지고, 참 별로였던 삼십 대 초반의 나만 남아 있다. 직장은 일을 하는 곳! 일을 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난다면 큰 행운이지만, 사람들과의 관계보다 업무가 먼저라고 믿었다. 그런데 모든 것을 멈추고 보니, 밤을 새 가며 열정을 쏟아부었던 업무 성과들은 모래밭에 남긴 발자국 같은 거였다. 반면에 사람들과의 관계는 땅속에 심은 씨앗이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씨앗들도 많지만, 싹을 틔우고 튼튼하게 줄기를 올리는 나무들도 있다. 그런 중요한 깨달음은 늘 뒤늦게 '후회'라는 꼬리를 달고 찾아온다. 아쉬운 일이다.
보기 드문 유방운(Mammatus cloud)이 나타났다. 날씨가 좋지 않을 전조로 나타나는 구름이라 알려져 있다. 그런 선입견 때문만은 아니라, 유방운을 실제로 보면 하늘에서 무언가가 우글거리는 느낌이다. 그래서 좋아하지 않는 구름이지만, 볼 기회가 많지 않아 경이롭다. 한 시간 남짓 하늘에 나타나더니 이내 사라지는 유방운을 보고 있으니, 어쩐지 그 시절의 내 마음이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