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놀이

눈을 감아야만 빛을 볼 수 있었으니까

by 살피

눈을 감고 손으로 꾹 누르면 곧 불꽃이 터진다. 어둠 속에서 본 형형색색의 빛들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나는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도 어둠을 찾았다. 눈을 감아야만 빛을 볼 수 있었으니까, 내 딴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온 아이들은 좁은 방에 다 같이 잠들어 있었다. 그중 깨어있는 건 언니와 나뿐이었다. 부모는 보육원인 줄 알았겠지만 여긴 지옥이었다. 온통 더러운 시설들과 엉켜있는 아이들. 외딴곳에 있는 우리들은 선뜻 밖을 나서지 못했다. 선생님들이 단체로 사라진 후에야 아이들은 하나둘 도망쳤다.

나와 언니는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보육원에서 지냈다. 선생님들이 처음부터 단속이 심했던 건 아니었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아이들은 밖으로 산책도 다니고 맛있는 밥도 먹었다. 그리고 보육원에서 지낸 지 일 년이 되는 순간 다른 건물로 옮겨졌다. 보육원에서 차를 타고 30분은 가야 도착하는 건물은 우중충했다. 폐가 느낌도 있었지만 멀쩡히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었다. 보육원을 흉내 내는 듯한 이곳엔 아이들이 훨씬 많았다. 모두 이곳에서 오래 지낸 탓인지 성인을 바라보는 나이도 꽤 있었다.

처음 입소한 보육원에서와는 달리 이곳에선 모든 걸 허락 맡고 행동해야 했다. 화장실을 갈 때에도, 밥을 먹을 때에도 확인증을 받았다. 왜 그렇게까지 기록에 집착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건 암묵적인 룰이었기에 따라야 했다. 보육원에 있던 선생님들과는 결이 달랐다. 조금 더 지친 얼굴에 몸은 단련되어 있었다. 아이들 수에 비해 방은 모자랐기에 많은 아이들이 한 방에서 지냈다. 나와 언니는 다행히 같은 방에 배정받았다. 나와 나이 차이가 별로 안 나는 언니는 겁이 많았다. 새로운 곳에 들어올 때마다 겁에 질리는 언니를 챙기는 건 항상 나였다.

언니가 선생님들을 무서워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나보다 더 친근하게 지냈다. 단지 수많은 아이들 사이에 엉켜 있는 걸 싫어할 뿐이었다. 언니는 모두가 잠든 밤에도 방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선생님들한테 걸릴 텐데. 내 걱정이 무색하게 언니는 새벽에도 멀쩡했다. 뒤늦게 들어와 내 옆자리에 누웠다. 언니는 깨어있는 내게 속삭였다. 내일 나가자.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잠들었다. 꿈속에선 언니가 내 팔을 잡고 저 먼 곳으로 끌고 갔다. 그곳이 어딘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눈이 멀 정도의 빛이 있었다는 것만 기억난다. 내가 잠에서 깨자 해가 뜨고 있었다. 언니는 잠을 자지 않았는지 멀쩡한 정신으로 깨어있었다.

어쩌면 언니보다 더 겁이 많은 나는 정해진 시간 외에 방 밖으로 나가는 게 두려웠다. 그러나 언니는 너무나 당당하게 행동했다. 그동안 볼 수 없던 모습이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언니에게 끌려 나갔다. 놀랍게도 밖엔 아무도 없었다. 원래부터 아무도 없던 것처럼 이곳은 고요했다. 높은 창문에서 들어온 햇빛 줄기에 먼지가 떠다니는 게 보였다. 이곳에 온 후로 이런 풍경을 처음 봤다. 언니는 얼마 없는 우리의 짐을 챙기고 이곳의 문을 열었다. 밖으로 향했다.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밖을 못 본 채 살아왔기에 모든 것이 낯설었다. 언니는 어젯밤 가장 어린 선생님이 말해준 얘기를 떠들었다. 너희를 내보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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