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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먼지 팔구일 Dec 03. 2022

영화 <아무도 없는 곳>,참 지난한 사람들

그리움을 붙잡으며 사는 당신께


카페, 지하철, 공원, 바 그리고 오후에서 저녁으로 넘어가는 시간은 단조로우면서 무언가 쓸쓸하다.

영화는 붙잡을 수 없는 시간과 기억을 담으려는 창석의 고단함을 따라간다.


바람의 방향을 따라 걸었다. 길을 잃어버릴까봐 붙잡은 손은 어느덧 늙어버렸고 우리에게 남은 건 뒷모습이다.

시간이 잔인한 건 그 때문이다. 웃음소리는 선명한데

웃는 순간은 사라진다. 기억이 생성됨과 함께 순간은 삭제된다. 기억을 붙잡기 위해 억척스레 기다림이란 고집을 부려보지만 부질없는 일이다.


절망 끝에 기적이 온다 믿는 순진함은  0.5그람의 청산가리를 타먹는 것보다 잔인한 일일지도 모른다.

사라진 사람이 돌아올거라고 믿는다는 건 그런 일이다.

영화 속 창석의 아내 혜진은 죽은 딸을 놓지 못하고

여전히 살아있는 존재로 여긴다.


창석이 영국에 있는 아내를 떠나  돌아가지 못하는 건,

회피도 아니고, 아내를 이해하지 못해서도 아니다.

사라진 사랑을 안고 평생을 사는 고통을 덜어낼 방법을 찾아보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여전히 보고싶고 사랑하고 늙어서도 손을 붙잡고 살고 싶은 아내를

위로하고 싶어서 지난한 여행을 선택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우리 모두가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 사는 동안 상실의 감각은 커지면 커졌지 결코 작아질 수 없다. 살아갈수록 남는 것은 결국 그리움과 사무침이다.

사소한 일상의 길은 결국 잃어버린 사람에 대한 애틋함으로 남게 된다.


피하지 않고 바람을 따라 걷는 것, 가버린 것은 가버린 대로 두어본다면 어느날 사소한 것들이 말을 걸어오는 날이 올테지.

사라진 이야기가 문득 떠오르는 날, 말 걸어볼게.

따뜻한 너의 눈 조금 길게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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