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먼지 팔구일 Apr 18. 2023

보라색 시간


봉제 공장 안 백열등 빛이 눈부시다.  

햇볕에 옷감 색이 변하고

바깥 풍경에 집중이 흐트러질까

스티로폼으로 창문을 가렸다.

그곳에 엄지손가락만한

구멍을 내어본 적 있다.  


미싱이 돌아갔다.

사뿐한 기계 소리, 가벼운 발놀림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무거워졌다.

재봉틀의 노루발이 움직이는 동안

노루는 초원을 어떻게 달릴까 궁금했다.


보지 못한 드라마가 억울하진 않았다.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유행가를 따라 부르니

어느새 다림질까지 마친, 빳빳한 옷이 완성되었다.

한 벌의 옷에는 트로트가 새겨졌다.


하늘을 수놓는 공장의 전선들,

스팀다리미로 피어 오른 김,  

오토바이 엔진소리는 늦은 밤에도   

멈출 줄 몰랐다.  


오래 전 녹은 가위 구멍이

재단 책상 위에 잠들었다.

작가의 이전글 무한도전으로 배우는 스토리텔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