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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먼지 팔구일 May 31. 2024

지하철에서

누가 빌런인가

저녁 10시가 넘은 무렵이었다.

조금 큰 소리의 데시벨로 이야기를 나누는 여자분들이 있었다. 원래 지하철에서 남들에게 1도 신경 안쓰는 나에게도 대화 내용이 다 들렸고, 이들이 이야기하는 대상이 어떤 성품의 사람인지, 어떤 일을 겪고있는지 이미지로까지 그려졌다. 하지만, 이걸 뭐라고 컴플레인을 할만큼의 데시벨이라고 하기엔 좀 그랬다.

그때 어떤 할아버지께서 조금 과격하게 이분들을 향해 대중교통인데 조용히좀 히라고 했다. 여자분께서는 본인이 대화했던 소리보다 더 큰 데시벨로 죄송하다고 했다. 하지만 목소리 톤으로 들어봤을 때는 전혀 죄송하지 않은 태도였다.


여자분께서는 일행과 아까 이야기 나눌때보다는 작은 소리로, 하지만 여전히 내게도 그 내용이 잘 들리게끔

할아버지같은 나이 있는 분들이 남자들이 큰 소리로 얘기할때는 아무 소리도 못하다가 여자들이 조금이라도 소리내면 꼭 저렇게 와서 시끄럽단 말을 한다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화가 나신 할아버지는 그분들을 향해 지금 뭐하는 거냐며 조용히 하라고 다시 한 번 말했고, 여자분은 할아버지 지금 약주하셨냐며 이게 시끄러운거면 칸을 옆으로 옮기면 된다고 하셨다.


여자분들이 소리를 낸 건 맞았지만, "조용히좀 해요"라고 컴플레인을 들을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할아버지가 컴플레인을 하는 방식은 과격하고 무서웠지만, 그분들이 여성이라서 상황을 지적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굳이 시끄럽다고 말을 했어야 할까.

굳이 약주하셨냐며 우리가 남자라면 지적했을까라고  할아버지를 나쁜 사람으로 낙인을 찍어야 하는 거였을까.


누군가가 빌런이 돼야만 속이 시원한 세상이다.

지하철의 빌런은 누구였을까.

힐러보다 빌런이 많아진 세상에서

차악은 방관외엔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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