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흔들리며 피어나다.
터널을 지나며, 사이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그 소리와 함께 주변은 점점 시끄럽고, 그 속에서 우리의 언쟁도 고조되기 시작한다. 긴 터널 속에서의 대화는 점점 더 감정적으로 얽히고, 우리는 하염없이 서로에게 속상함과 섭섭함을 쏟아낸다. 그 순간, 우리가 이 길을 걷기 시작한 이유를 잊어버린 것만 같다.
’ 언제부터였을까 ‘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는 서로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았는데, 지금 이 순간엔 그 차이가 너무 선명하게 다가온다.
우리는 처음엔 마치 서로 닮은 듯 느껴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의 차이가 점점 더 드러나고 있었다. 그런 차이를 느끼기 시작한 순간부터, 갈등은 멀어진 듯 보였다. 그렇게 사소한 주제로 시작된 언쟁은 어느새 감정의 폭풍처럼 커졌고, 불편한 감정이 나를 휘감았다.
하지만 돌아보면,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사소한 일인지 모르겠다. 기분이 상한 이유도,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달랐는지 우리는 생각 주머니를 아무리 들쳐봐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감정에 휘둘려 순간의 감정에 충실했던 결과였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가 싸운 이유조차 명확하지 않다. 우리가 싸웠던 주제나 감정도 이제는 흐릿해져 버렸다. 그저 길을 걸어가며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일까
하지만 긴 어두운 터널의 끝에 도달할 때쯤,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에게 미소를 지으며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즐겼다. 그동안의 여정과 언쟁은 모두 지나갔고, 우리가 원했던 목적지, 통영에 도달하면서 마치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통영에 들어서자, 바다의 넓고 푸른 물결이 우리의 시선을 끌었고, 그 너머로 펼쳐지는 하늘과 땅은 마치 새로운 시작을 암시하는 듯했다. 박경리 선생님의 고향이자, 그 작품 속에서 그려진 풍경은 내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통영의 자연은, 우리가 그동안 놓치고 지나쳤던 소중한 것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그것이 전부였구나, "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싸움의 원인도, 우리가 서로 다르게 느끼고 있던 감정들도, 이제는 그저 지나간 일처럼 느껴졌다. 통영의 고요한 바다와 그 풍경 속에서 나는 알게 되었다.
우리가 싸운 이유가 무엇이었든, 그것은 결국 너무 작은 일이라는 걸. 갈등은 통영의 자연 속에서 점차 녹아내리며,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평화였음을 느끼게 되었다.
잠시 과거로 돌아가 보자. 이 싸움의 정쟁처럼 일제강점기와 그 이후 한국 사회에서, 지주와 농민 사이의 경제적 격차와 사회적 불평등은 심각한 문제였다. 그 시절, 토지에서 다뤄진 땅에 대한 소유권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재산 문제가 아니라, 그 시대의 경제적, 정치적 갈등을 상징하는 중요한 이야기였다.
소작농들의 고통과 지주들의 권력 남용은 그 당시 사회의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땅을 소유한 지주 계층과 일하는 농민 계층 간의 격차는 말 그대로 극명했다. 소작농들은 땅을 잃고, 지주들은 그들의 권력과 부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갈등은 결코 쉽게 해결되지 않았고, 소유권의 문제는 그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비약일지도 모르지만, 이와 비슷한 상황이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도 부동산 문제라는 큰 사회적 이슈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느낀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 급등은 젊은 세대와 중산층의 주거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으며, 이는 점점 더 큰 사회적 갈등을 낳고 있다. 부유한 계층과 가난한 계층 간의 격차는 날로 확대되며, 그 사이에서 경제적 불평등은 여전히 뿌리 깊은 문제로 존재한다. 오늘날의 대기업과 노동자, 부유층과 중산층 간의 갈등은, 과거 지주와 농민의 대립이 그 형태만 달라졌을 뿐, 여전히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토지]에서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의 정치적 혼란도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한다. 일제의 압박 속에서 한국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었고, 해방 후에는 좌우 이념 간의 갈등과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하게 일어났다. 그 혼란 속에서, 새로운 국가 정체성을 정립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오늘날 대한민국 역시 정치적 이념의 대립이 큰 문제로 존재하고 있다. 좌파와 우파, 보수와 진보 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되었고, 그로 인해 정치적 대립은 종종 사회적 혼란을 일으킨다. 또한, 부패와 정치적 위기 속에서 정치권에 대한 신뢰 부족은 많은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이처럼 정치적 혼란은 여전히 대한민국의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토지]에서 그려진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갈등은 그 당시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불평등, 정치적 혼란, 국가 정체성의 문제, 그리고 개인과 공동체의 갈등은 토지에서 그려낸 이야기와 많은 유사점을 지닌다.
그 시절의 갈등을 돌아보며, 우리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는 사실에 씁쓸함과 연민을 느낀다. 과거의 교훈을 되새기며, 그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그리고 그 답은 어쩌면 우리 각자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