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흔들리며 피어나다.
화면양면전술(畵面兩面戰術) 옛 전장에서 적을 속이기 위한 고전적인 계책이다. 한쪽에서는 휘황한 깃발을 흔들며 정면 승부를 예고하지만, 정작 결정적인 움직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다.
역사 속에는 늘 이런 장면이 반복되었다. 제갈량은 빈 성을 열어 적장을 유혹했고, 손자는 거짓 퇴각으로 적을 무너뜨렸다. 그 속임수들은 하나같이 치밀했고, 단순한 기만이 아니라 정교한 계산이 깔린 전략이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같은 전략을 목격한다. 단, 이번에는 창과 방패가 아닌, 정책과 숫자로 싸움이 벌어진다.
그럴듯한 명분 속에 숨겨진 실체를 알아차릴 수 있을까?
한 채의 집.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담보로 한 꿈이고, 누군가에게는 그저 하나의 숫자일 뿐이다. 이제, 정부는 새로운 방식으로 주택 시장에 개입하려 한다.
“지분형 주택.”
이름만 들으면 공정한 기회처럼 들린다. 적은 돈으로도 내 집 마련이 가능하고, 실수요자를 위한 희망이 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구조의 진짜 수혜자는 누구인지 의문이 생긴다.
정부가 집값의 일부를 보유하는 방식이라지만, 결국 그 리스크는 누구에게 돌아가는 것인가? 주택 가격이 오르면 실수요자는 점점 더 많은 돈을 들여야 하고, 가격이 떨어지면 그 부담은 정부, 다시 말해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진다.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떠넘기는 것은 어닐까? 가계를 생각해서 정부가 책임지려는 순수한 의도라 보기엔 의구심이 든다.
게다가 어디서 많이 본 장면 아닌가? 2008년,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무너졌다. 저신용자도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했지만, 막상 부실이 쌓이자 그 부담은 금융 시스템 전체로 확산되었다. 지금 우리는 같은 길을 가고 있지는 않은가?
다주택자들은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까? 집을 팔고 싶어도 시장이 받쳐주지 않을 때, 지분형 주택이 거래를 활성화한다면? 정부가 매입해 준다면? 결국 다주택자는 더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남겨진 사람들은? 자신이 온전히 소유할 수 없는 ‘반쪽짜리 집’을 가진 채, 시장의 변동에 흔들릴 것이다. 그것은 자산 형성의 기회인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임대 생활인가?
전통적인 이야기 속에서, 속임수는 언제나 눈앞의 상황을 바꾸는 데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장기적인 승리를 가져오는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이 정책이 정말 실수요자를 위한 것이라면, 누구의 위험을 줄이는지, 누구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과거의 전장에서, 혹은 금융 역사에서 이미 많은 교훈을 얻지 않았던가?
그리고 이제, 우리는 더 먼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 우리의 아이들은 어떤 세상에서 살아가게 될까?
그들에게 남겨질 것은 집인가, 아니면 빚인가? 단 한 채의 집을 위해 점점 더 높은 레버리지를 감당해야 하는 시대, 그 끝은 어디일까? 지금 어른들이 탐욕스럽게 만들어 가는 시스템 속에서, 다음 세대는 무엇을 물려받을 것인가?
한 세대가 지나고 나면, 오늘의 선택이 얼마나 무거운 결과를 초래했는지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빚을 떠안고, 더 높은 가격, 더 많은 대출, 더 불안정한 미래 속에서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결국, 탐욕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한 세대가 모든 기회를 끌어안고 떠난다면, 다음 세대는 무엇으로 살아가야 할까? 전문가들이 알아서 잘하겠지 하며, 나 같은 일개미는 일이나 해야 할까? 고민 속에 이불을 뒤척인다.
깃발은 여전히 휘날리고 있다. 그것이 진격을 의미하는 것인지, 혹은 또 다른 기만의 시작인지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은 그 깃발이 가리키는 곳에서 어떤 삶을 살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