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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의 정에 치여 식욕이 폭발한 몽수구리

셋째 몽수구리의 수난

by 양다경

캐리와 해리는 남매였기에 특별히 둘이 애착하는 성향이 있었다. 해리와 캐리는 먹는 것에 단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었고, 서로 방해되지 않으려 따로 몫을 기다렸다. 그리고 지나가다 부딪히면, 의식적으로 옆구리를 파고들어 장난을 걸었다. 그러다 또, 피곤이 녹아들면 둘은 팔다리를 걸친 상태로 잠이 들기도 했으며, 깨면 그루밍을 토대로 우애를 다졌다. 그리고 해리를 목욕시키면 '놔둬!' 하듯이 처절하게 울었는데, 그러면 캐리도 목욕탕 문 앞에서 '캬웅'하고 울며 험악할 정도로 몸부림쳤다. 그래서 서로가 단짝으로 인식하는 듯했고, 그건 캐리가 중성화 수술했을 때 해리의 행동이 더 두드러지기도 했다.

​캐리가 여자 고양이라 중성화 수술의 깊이가 있어 힘들 때 이야기다. 가족들은 캐리의 모습에 현타가 오고, 쓰린 마음이 가득했는데, 해리도 캐리가 챙겨줘야 하는 유약한 모습으로 느낀 것이다. 그래서 의지할 수 있도록 존재감을 드러냈는데, 해리는 누워있는 캐리의 털이란 털을 침으로 촉촉하게도 골랐다. 그리고 물을 마시러 갈 때조차 앞장서 따라다녔고, 캐리의 동작 하나하나에 몰두하는 것도 같았다. 그래서 캐리가 잠이라도 들라치면 해리는 방어자세로 돌입. 꼬리를 치켜들며, 당분간 캐리에게 접근금지할 것을 알리는 모습이었다. 그러니 평소 가족들이 캐리의 근처만 가도 냥이 언어로 "그릉 가르랑 오옹 크악" 하고 주의를 주는 해리. 거기다 몽수구리가 우연히 캐리를 쳐다만 봐도, 해리는 몽수구리를 불온한 세력으로 인식, 보디가드처럼 "캬르렁"거렸다. 뭔가 캐리가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그 구역을 지키는 호위무사 같았다. 그러면 가끔 몽수구리는 해리의 지나친 경계태세가 억울한지 그 속상함을 피력하려 "오옹" 그랬는데. 그럴 때마다 "그 입 닥쳐! 몽수구리!" 하는 모양으로 해리의 경고음 소리가 '아아앙'하며 크게 울려댔다. 그래서 몽수구리는 매번 살짝 덤비다 구석으로 찌그러지는. 그런 속앓이를 가진채 숨곤 했다. 그 상황은 캐리가 실밥을 풀고 좀 괜찮아지자, 해리는 그제야 안심이 됐는지 살벌한 태도를 끝내고, 젠틀한 냥이가 되어 돌아왔다.

​그러다 난리 법석, 해리의 가출이 있었으니. 캐리도 해리가 없을 때 이상행동이 나타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였다. 늘 타깃이 되는 서열 3위 몽수구리, 몽수구리는 뭔 죄라고, 몽수구리가 지나갈 때 캐리는 심술궂게 앞발로 신경을 긁었다. 그러면 몽수구리는 경직되어 살얼음판처럼 주변을 물색, 마땅한 곳을 찾아 은신했다. 그것은 가족들에게도 이어져 캐리는 우리가 다가가도 으르렁대는 횟수가 잦았으며, 때론 현관문 귀퉁이를 끊임없이 긁어 나갈 구멍을 찾고, 해리를 적극적으로 찾으려는 시도를 했다.

​특히 밤에는 플래시를 비추듯 특유의 날카로운 눈매로 사방을 훑곤 했는데, "꺄오웅웅웅", 하는 서럽고도 앙칼진 소리를 냈다. 그것은 아마도 밖에 나간 해리가 자신의 소리를 듣고 오길 바라는. 그 애절함이 담긴 귀곡성을 열창하는 것도 같았다.

​때문에 해리를 찾고 난 후, 캐리 해리의 남매의 정은 더욱 돈독하게 됐으니. 잠깐의 이별이 있었던 둘은 보란 듯이 딱 붙어 나란히 걸어 다녔다. 그리고 괜스레 자는 캐리에게 해리는 다가가 그루밍하는 척하다, '앙'하고 살짝 깨물었으며, 그러면 캐리도 싫지 않은 듯 해리의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해리는 또 그런 상황을 즐기듯, 캐리에게 '나 잡아봐라'는 식으로 쫓고 쫓기면서 둘은 엎치락뒤치락하고 노는 것이다. 한동안 몽수구리는 남매의 그 모습에 애써 무신경으로 대하고, 덩그러니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것도 같았다. 그러다가 또 알콩달콩 하는 남매를 한 편의 영화 보듯이 관람하기도 하던 몽수구리. 그러던 몽수구리는 어느 순간, 비집고 들어갈 수 없는 그들의 공간을 인지했는지, 먹는 것으로 그 허전함을 달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둘 사이에 조금은 치이는 서러운 몽수구리였다.

​그러던 중, 때가 돼서 몽수구리도 중성화하는 날이 도래했다. 몽수구리는 차분한 성격 탓에 조용히 절차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전부터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풀어주고 있던 탓에 수술 후, 식욕이 폭발하는 몽수구리였다. 사실 우리는 급식이 자율화였는데, 셋 모두 절제된 음식 섭취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다지 냥이들 식사를 터치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몽수구리가 먹어도 너무 먹어대는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릇은 박박 씻은 듯이 깨끗했다. 그 덕에 배는 땅에 닿을락 말락 계속 늘어지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으며, 몽수구리는 걷는 것을 즐겨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점점 몽수구리를 볼 때마다 사료에 코를 박고, 주섬주섬 섭취하는 광경을 자주 발견하게 되고. "어! 몽수구리 또 먹는다, "라는 증언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그러나 우린 그렇게 말하면서도 잘 먹는 몽수구리 모습이 내 배부르듯 오히려 귀여워했고, 영양 보충을 야무지게 하는구나, 하며 몽수구리의 엉덩이를 토닥였다. 아마도 우리는 몽수구리에게 먹보둥이가 되게 사주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몽수구리는 시간과 비례에 살이 쪘고, 그렇게 먹고 늘어지게 자는 것을 낙으로 삼더니 몸무게가 7킬로나 되었다. 놀란 나는 걱정으로 음식을 조금이나마 줄이려고 했는데, 그러면 적으로 알고 몸을 최대한 부풀려 대들기까지 하는 몽수구리. 결국, 새끼 때 보인 피가 섞인 변까지 보게 되었다. 우린 그제야 철렁 내려앉는 마음을 부여잡고, 부랴부랴 병원에 예약했다. 예약한 날, 딸과 나는 힘을 합쳐 몽수구리를 들어 이동장에 넣었다. 그런데 몽수구리가 생각보다 상당히 무거웠다. 가까운 거리임에도 팔은 맥없이 동요했다. 우리는 낑낑대며 잠시 멈춰 서다 몽수구리를 들고 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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