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한 해리 찾기의 여정
해리가 밖으로 나간 것을 알아차린 가족들은 마음이 얼어붙고, 걱정을 주체 못 했다. 안개 낀 일상이 되고, 온갖 어두운 생각이 미로에 갇혀, 순간순간 돌고 들었다. 가족들은 마음의 감기를 앓는, 딱 그 심정으로 해리를 찾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자기 냄새에 이끌린다고 해서 해리의 장난감과 이불을 집 마당에 내놓았다. 그리고 시간 날 때마다 주변에 나가, 목이 칼칼해질 때까지 여기저기 해리를 불렀다. 그래도 찾지 못하니 밤마다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잠을 청하지 못했다. 그러면 또 밖으로 나가 온 동네의 골목을 밟게 되었고, 몽유병처럼 헤매 다니는 일도 허다했다. 집 나간 고양이 찾기를 검색하면, 골든 타임에 고양이 찾는 것이 중요하다기에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어디에도 해리는 얼굴을 내밀지 않았고. 어떨 땐 나는 해리의 겨드랑이에 숨은 날개가 돋고 해리가 날아서 먼 곳까지 가는 꿈을 꿀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신경이 곤두서는 답답함과 먹먹함이 뒤엉켜 햇볕이 기우는 오후에 옥상에 올라갔다. 옥상에서 해리를 부르면 메아리처럼 퍼지고 해리가 듣고 찾아올 것만 같았다. 목이 타 들어가는 심정으로 해리를 연신 부르니, 눈물이 치밀어 오른다. "단속을 잘했어야 했어…." 후회만 남은 가슴은 해리를 부를 때마다 달래지 못하고 저려왔다. 그런데 그때였다.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어떤 분이 "옆집에서 왔는데요", 하고 외쳤다. 나는 혹시 시끄럽게 해서 항의 방문 온 것인가, 싶었다. 그래서 사과할 요량으로 계단을 빨리 내려가 대문을 열었다. 거기엔 웃는 인상이 귀여운 한 아가씨가 아기자기한 머리띠를 한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제가 집에 길냥이 밥을 주는데요, 고양이 찾으시는 것 들렸는데"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머리가 하얘졌다. "최근에 못 보던 고양이가 와서 밥을 먹고 있거든요, 혹시 치즈냥이 코숏인가요?" 하고 내게 물었다. 나는 금방 "네! 네!" 하고 답했다. 아가씨는 내 대답에 발그레해진 얼굴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에 기척을 냈다. 그리곤 사진을 찍어오겠다고 하고, 걸음을 바삐 하고 돌아갔다. 나는 대문 밖으로 아가씨를 따라나가며 고개를 깊게 숙였다. 그리고 "고맙습니다~!",라는 말로는 부족해 허리가 휠 정도로 인사를 했다.
그리고 하루 지난 후, 아가씨는 다시 방문했고, 찍어온 사진을 핸드폰으로 뚝딱 보여주었다. 나는 보는 동시에 눈에 눈물이 영글었다. 3주 정도 흐른 사이 볼이 수척했지만 해리였다. 살아있다는 것만도 위로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그쪽으로 꼭 방문하겠다, 하고 아가씨 집 주소를 메모에 찍어 두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해리를 보면 어떻게 데려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가족들 사고의 끈을 조이고, 긴장을 고조시켰다. 그래서 그날은 함께 해결방안, 그 끝도 없는 대화의 항해를 하고, 몇은 졸다가 자고, 몇은 뜬 눈으로 밤을 새우게 되었다. 그런데 새벽, 두시쯤. 놀랍게도 해리의 울음소리가 지나가는 바람을 타고, 가까이 들려왔다. 깨어있던 나와 딸은 그 소리를 감지하자마자, 서로 누구랄 것도 없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해리는 태연하게도 옥상으로 가는 높은 담벼락 위에 덩그러니 앉아있었고. 딸은 그런 해리를 보자, 발뒤꿈치를 들고 "해리야~"라고 애달프게 불렀다. 해리는 도망가지 않고, 딸의 목소리를 감지한 듯 코를 찡긋거렸다. 그리고 내게도 눈길을 주더니 담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것이다.
우리의 심정은 해리를 보자마자 막 급하게 다가가고도 싶었지만, 서로 얘기가 있었던 터라 일단 자제하고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몇 분 후, 차츰차츰 해리의 다리 놀림이 빨라지고, 시선은 담벼락 밑으로 굽어 내려다보고 있었다. 해리의 눈이 또렷해지며 우리에게 와닿고, 드디어 몸이 고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눈치챈 딸은 호흡을 고르며 서서히 해리에게 밀착 접근하며, 오라는 손짓을 했다. 해리는 주위를 기울이던 처음과 다르게 긴장하던 경계를 푸는 모양이다. 추워 보이는 해리의 다리, 딸은 아주 조심스럽게 팔을 펴고 쭈욱 내민다. 해리의 다리가 잡힐락 말락. 닿을까 말까 하는 통에, 딸은 고개를 바짝 들고 안간힘을 쓰며, 손을 위로 뻗었다. 결국 딸의 손에 걸려든 해리의 다리, 딸은 용케도 그 다리를 놓치지 않고 조심스레 담 밑으로 끌어당겼다. 그러자 해리는 "앙앙 야옹~" 하며 이끌리듯 딸의 품 속으로 들어왔다. 딸은 해리를 품에 안으며 허리를 구부리고, 한동안 서러움에 울음을 터트렸다. 나도 그 모습에 빼곡하게 쌓인 슬픔이 터져 나와 울먹거리고. 해리가 딸의 품에 매달린 모습이 축복만 같고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우린 그 찾은 기쁨에 눈물을 금세 훔치고, 웃음꽃이 번지더니 기세등등하게 해리를 얼싸안고 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거품을 내며 목욕을 시키고, 좋아하는 캔을 따서 먹였다. 해리는 집에 오니 안심이 되었는지 참치를 다 먹다 말고, 그르렁 거리며 드러누웠다. 그리고 언제 그랬다는 듯이 누워서 잔망을 떨기도 하는 해리. 근데 해리의 배를 보니 그동안 잘 먹지 못했는지 납작하고 홀쭉했다. 아마도 우릴 애태웠던 해리의 여정은 녹록지 않았는가 보다. 바깥의 고양이 서열은 더욱 강력했으니. 그러던 중, 캐리와 몽은 해리에게서 낯선 냄새가 났는지, 영역 침범 고양이인 줄 알고 하악질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캐리는 해리에게 딱 붙어서 그루밍하기 시작했다. 남매였던 둘은 그렇게 서로를 기억하고,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