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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종이, 파란 종이의 전설

변소

by 양다경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전, 일제강점기 교도소로 지어졌던 건물이 작은 아파트처럼 임대하고 팔려 층간별로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었다. 그 아파트는 협소한 탓에 집 안에 화장실이 없는 모양으로 방 하나와 부엌으로만 만들어졌고. 때문에 그 시절, 변소 일명 재래식이라고 일컫는 화장실이 복도 층 입구에 설치되어 공동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때문에 각 복도 층의 사람들만 사용하는 공동변소, 그 변소에 관해 전해진 이야기였다.




저녁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만금은 층 주민 10 가구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변소를 이용하려 몸을 일으켰다. 낮에 사용할라치면 이웃이 많아 그녀는 저녁 늦게 배가 아픈 것도 어쩌면 괜찮다, 생각하며. 부모님이 할머니 병문안을 간 탓에 혼자 무서움이 들기도 하는 12살 만금이지만, 제법 의젓했다. 그리고 오래된 건물이긴 하나 그래도 이 작고 튼튼한 아파트에 사니 그전 쥐가 들끓던 허름한 주택보단 낫다 여기며. 물론 여전히 변을 볼라치면 밑으로 쌓인 변이 다 보여 불만이지만, 그전 나무 작대기를 대충 걸쳐놓은 것보다 큰 사각 틀이라도 있어 그나마 감지덕지인 줄도 모를 일. 그녀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재촉하려 부러 좋은 인식을 떠올리며. 언제 집으로 날아들었는지 모르는 한 귀퉁이, 신문지를 손으로 잡아 구겼다. 그리고 변소를 가기 위해 현관문을 딸각하는 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아파트 복도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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