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사고의 징후
짙은 밤, 12시가 다 되어 달리고 있는 버스 막차, 그리고 그 버스를 운전하는 운전자 현식. 그는 종일 버스 운전에 시달린 피곤함이 얼굴에 눅눅히 묻어 나오고 있었다. 룸밀러로 보이는 승객들도 하나같이 저무는 시간의 무게를 어깨에 달고. 오로지 살기 위해 살아가는 오늘,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을까, 버스 운전자 현식은 이 시각이 되면 자주 접하는 단골 승객들에 어느덧 관찰자 모드가 되어 바라보기도 한다.
늘 맨 뒷좌석에 앉는 앞머리를 빈번히 넘기는 회색 슈츠의 청년. 막 사회 초년생인 티가 팍팍 나며 자주 야근을 한 탓에 고달픈지 줄곧 졸고 있고. 노인 좌석에 앉아있는 얼기설기 묶은 머리의 할머니. 그녀는 눈 밑 거무튀튀한 색의 주름이 하루 종일 지친 것을 말해주며 으스러질 듯 집에 가는 것만 같다. 그리고 그 뒤로 파마머리의 중년 여성. 보따리를 안고 무언가 생각에 빠진 듯 흐린 얼굴이기도 해서 현식은 보면서 궁금증의 눈빛이 되기도 했다. 맞은편엔 짙은 밤색 양복을 입은 신사가 있었는데. 그 신사는 중간석에 앉아 검은 뿔테의 안경을 손으로 추켜올리며 밖의 이모저모를 바라본다. 밖은 드물게 오고 가는 사람들과 앞다투어 가는 차들뿐인데도 불구하고. 버스 출입문 바로 뒷좌석엔 두 갈래로 머리를 땋은 귀여운 여학생. 그 여학생은 매번 독서실 앞에서 차를 타니 그곳을 다녀오는 듯하고 앉자마자 앙증맞은 작은 수첩을 꺼내 펼쳐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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