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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원한

업보

by 양다경

사십여 년 전, 어수룩한 좁은 길목을 따라 널브러진 쓰레기가 잔뜩 모인, 그 길을 따라 나가면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시장이 보이고. 그리고 북적북적한 시장통 구석에 보란 듯이 철창에 갇혀있는 겁을 잔뜩 먹은 고양이들이 웅크려 있다. 그 옆으로는 허리에 좋다는 뜬소문에 을자에게 고양이를 사러 온 사람들이 있고. 그녀는 사람들 앞에서 히죽거리며 그 자리에서 고양이를 도살해 장사를 하고 있었다.


늘 아침부터 무표정한 모습의 그녀는 서슴없이 날이 선 칼날을 또다시 '쓰윽 쓰윽' 갈며. 한낱 고기가 된 고양이를 검은 봉지에 담아 손님에게 건네고 돈을 받는 것이다. 그것은 한 줌의 동정도 없는 것으로 고양이를 잡는 그녀의 눈은 서슬이 퍼렇다. 사람마다 사연 없는 인생은 없겠지만 을자는 특이나 고양이를 싫어한 탓에 주저하지 않고 그 일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구청에서 직원이 나와 그녀에게 더 이상 그 일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당장 치우라고 하면서. 그건 나라에서 혐오 장사로 간주한 것으로 세계화를 외치던 시점부터였는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동물을 죽여 파는 일을 엄격하게 규제한 탓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얘기를 듣고도 구청 직원에게 반항하며.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고 10년간 한 일인데, 왜 고양이 파는 것을 그만두게 하냐며 항의했다. 하지만 그 일은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었고, 을자는 하는 수없이 자신의 일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그 일을 그만둔 지 일 년 후, 아들 규민을 결혼시키고 며느리 정은을 봤다. 그런데 그토록 손주를 바라던 아들 며느리에게서 아이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그녀의 근심은 날로 커지고 아들, 며느리에게 별의별 약을 써도 기다림은 생각보다 길어졌다. 그러다 결혼한 지 5년 만에 들려오는 깜짝 소식.


​"어머니 저 임신한 것 같아요!" 을자는 며느리, 정은의 소식을 듣고 뛸 듯이 반겼다. 그리고 이번에 태어날 아기가 아들이라면 기다리던 4대 독자를 얻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할머니가 된다는 것이 결코 싫은 것이 아니라는 걸 비로소 실감하며.

"그래 몸 조심히 하고, 뭐 먹고 싶은 거 있음 내게 다 말하고" 그렇게 그녀는 며느리 정은에게 건강을 신신당부하며. 첫 손주를 볼 기대감에 한껏 부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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