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
딸 세은을 하나 두고 이혼한 강현민, 현민은 전처와 합의 끝에 딸을 데리고 나와 살게 되었다. 그런 처지를 아는 동네 형, 안철근은 그를 안쓰럽게 생각했고, 자신의 회사에 근무하는 최자연을 소개해 주었다. 최자연도 짧은 결혼생활 끝에 이혼을 한 상태였는데 그녀에게는 아이는 없었다. 그래서 그 둘은 만났고 현민은 자연의 새초롬한 모습에 호감을 가졌다.
자연도 현민을 만나고 난 뒤, 그와 다정한 한때를 보내면서 새 가정에 대한 마음을 품게 되었다. 그러다 둘은 사귄 지 1여 년쯤 현민이 자연에게 프러포즈를 하게 됐고. 자연도 현민의 청혼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래서 재혼은 이루어져 현민과 자연, 그리고 딸 세은, 자연스레 새 가족을 이루게 되었는데.
8살 세은은 새엄마가 생긴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지만 아빠, 현민을 생각하는 착한 딸이었기에 쉽게 새엄마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에 반해 자연은 언제가 본 적 있는 현민의 사진 속 전처의 얼굴. 그 얼굴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와 닮은 세은이 이유도 없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세은을 볼 때마다 전처의 얼굴이 겹쳐졌기 때문이었다.
"얘! 얘! 밥 좀 흘리지 말고 먹어!" 하면서 오늘도 여지없이 세은을 다그치는 자연. 자연은 이제 세은의 모든 것이 얄밉다.
그래서 현민이 출근하고 나면 살림만 한 자연이었기에 세은이 학교에서 오면 이유 없이 혼을 내고 구타까지 서슴지 않았다. 구타가 시작되면 이제 1학년, 8살인 세은의 몸 구석구석, 안 보이는 곳을 노리며 교묘히 이루어졌는데. 그리고 현민이 퇴근하면 세은의 험담을 늘어놓는 것이다.
"재가 얼마나 거짓말을 해대는 줄 아세요? 오늘도 제가 준 돈으로 빵을 사 먹고는 돈을 받은 적 없다, 하는 거예요. 내 참 기가 차서"
"아니, 얘가 그렇게 얘기한다고? 엄하게 다스려야겠네, 당신이 수고가 많아, 미안해......" 하며 자연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현민.
그러니 아빠, 현민도 세은이 자신의 핏줄이긴 하나 자연의 말을 믿고 점점 세은을 미워하게 되었다.
그래서 세은은 가족 내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늘 구박받는 속에서 하루를 보내는 세은, 모습은 웃음기가 싹 다 없어지고 점점 말라져 갔다.
이제 자연은 남편까지 자신의 편을 드니 세은을 마음 놓고 툭하면 방에 가두어놓기도 했다. 그리고 화가 조금이나마 수그러들면 풀어주기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세은을 가둬놓은 것을 깜빡 잊고 외출하는 날도 빈번했다. 그러면 세은은 갇힌 방 안에서 훌쩍이며 하루 종일 굶는 날이 허다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세은을 방에 가둬놓고 자연이 외출하는 날이었다. 세은을 가둬놓은 방을 열쇠로 잠가 거듭 확인하는 자연. 자연은 마치 세은을 사육하듯 더 이상 인격체로 보지 않는다.
그런데 하필 그날, 자연이 실수로 가스불을 잠그지 않았는데. 골목 안쪽 구석, 세은의 집에 누군가 지나가다 당배 꽁초를 집 창문 안으로 던진 것이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집에 불이 붙기 시작했고. 세은의 방 틈으로 연기가 스멀스멀 스며들기 시작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