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터
LDG 뉴스입니다. 아내가 보험을 가입하고 남편을 계획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모예림이라는 여성으로 내연남 광한수와 함께 남편을 살해한 뒤 유기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유기 장소를 밝히지 않아 경찰들은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준철 기자로부터 듣겠습니다.
모예림은 사건 발생 1년 전 남편 앞으로 생명보험을 다섯 개 가입하고 자신을 수혜자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내연남 광한수와 함께 남편 조 모 씨를 살해할 계획을 세웠다고 하는데요. 조 모 씨는 평일처럼 아내, 모예림 씨가 주는 삼계탕을 먹고 잠이 들었는데 탕에는 수면제 성분이 들어있었다고 합니다. 이때, 광한수를 집으로 불러들여 밧줄로 압박해 살해했다고 하는데요. 그 후 증거인멸 차 욕실로 시신을 옮겨 토막을 냈다고 합니다. 욕실에는 루비놀반응에 많은 피의 흔적을 찾아냈습니다. 조 모 씨의 행적이 수개월 채 보이지 않자 수상하게 여긴 측근의 실종 신고로 덜미를 잡혔는데요. 하지만 조 모 씨의 시체은닉 장소를 밝히지 않아 수사의 어려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때문에 검찰의 고민은 날로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상, 이준철 기자였습니다.
사건 발생 1년 전
김종구, 내 나이 50세. 어느덧 세월이 흘러 중년인 된 나는 취미가 낚시이다.
취미가 된 건 꼭 낚시를 해서 물고기를 잡으려는 것보다 바다에 앉아 무상무념하는 것이 좋기 때문인데. 특이나 최근에 안 무아진이란 이곳은 탁 트인 풍경이 나의 눈을 시원하게 했고, 산의 정기와 바다의 기운이 다사로와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렇기에 나는 이곳에 있으면 생각의 묵은 찌꺼기를 내보내게 되고. 더욱이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이곳이지만 사람들에게 그다지 알려지지 않아 조용한 걸 좋아하는 나에겐 딱이었다. 그래서 이곳에 빠져든 나는 어쩌다 보니 이 알짜배기 장소에 두어 달에 한 번쯤 오는 것이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
오늘도 한적한 무아진, 식물이 무성하고 때로는 우거진 수풀림에 자연 생물들의 소리가 크게 들린다. 그러면 덤으로 보란 듯이 굵직한 물고기가 몇 마리 잡히기도 하며. 오늘 매운탕은 제법 그럴듯하겠다는 생각에 나는 흐뭇했다. 그렇게 만족하며 두어 시간쯤 낚싯줄을 드리우고 있을 때, 좀처럼 인적이 드문 무아진에 낯선 남자가 오는 것이 보였다. 창 있는 검은색 모자를 쓰고 검은색 잠바를 입은 한 남자. 그의 나이는 어림잡아 40대 중반쯤으로 보이고, 키가 족히 180cm가 넘고 덩치가 꽤 컸다. 그는 배에 내려 나를 보자 짐짓 낯빛을 밝게 하더니 자신의 짐을 내리고 허리에 팔을 짚으며 운을 뗐다.
"여기 너무 좋네요~ 자주 오시는가 봐요~" 하며 그는 눈이 부신지 찌푸리며 내게 말했다.
나는 문득 혼자 낚시를 하다 누군가 오니 신경 쓰였지만 "자주는 아닙니다."라고 태연히 말했다.
그러자 "여기, 제법 낚시가 잘 되나요?" 말을 걸며 더욱 가까이 다가오는 그 남자. 남자를 가까이 보니 광대가 도드라지고 아침에 깎은 수염 같기도 한데, 벌써 입가에 까칠하게 돋아나있었다.
"이제 막 이곳을 알아 잘 모르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아요." 나는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
"음... 여긴 인적이 드무니... 정말 조용해서 좋네요." 남자는 무슨 생각을 깊이 하는지 눈을 가늘게 뜨며 주변경관을 훑는다.
"네, 그다지 알려진 곳은 아닌 듯합니다." 그는 내 말에 나를 빤히 주시했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좋은 곳을 찾다 이곳까지 왔는데 참 멋지네요. 선생님은 어떻게 알고 오신 겁니까?"
"전, 우연히 이곳 근처로 여행 왔다가 알게 되었죠. 제 성격이 이런 고즈넉한 곳을 좋아하다 보니..."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부부싸움 끝에 멋대로 집을 나와 방황하다 온 곳이라는 사실이 목에 걸렸다.
"아, 그러시군요, 낭만 있으시네요, 하하" 하는 그는 공감을 바라는 듯 눈빛을 내게 주며 웃었다.
나는 "네에... 뭐 그렇죠" 하며 긍정의 미소로 답했지만 다가오는 사람들을 경계하는 편이라 조금 건조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특유의 쾌활함으로 내가 막 물고기를 낚자 "우와" 하며 감탄의 소리를 냈고 틈틈이 계속 말을 걸었다. 그래서 어쩌다 보니 그날밤 서로가 설치한 텐트 앞. 그 앞에서 통 성명 정도 간단히 하고 밤늦게까지 술잔을 함께 기울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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