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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aki Jul 25. 2018

#13_어디에나 어울리는 마법의 식초. 발사믹 식초

Aceto Balsamico Di Modena by LEONAR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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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과 채식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서적들이나, 동영상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가 먹는 소와 돼지, 닭, 염소, 양 등등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그들이 도축되는 과정이 얼마나 끔찍하고 비이성적인지를 보여주는 내용들이다. 나는 아직까지 용기가 나지 않아 그러한 책들과 영상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이러한 내용의 책 혹은 영상을 본 사람들 중에는 더 이상 육식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나니 더더욱 보는 게 무서워졌다.


하지만 내가 그런 것들을 보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내가 고기를 참 많이 좋아한다는 것이다. 고기를 먹지 않으면 힘이 나지 않는다고 느끼는 1인이다 보니 고기를 안 먹을 수는 없고, 먹을 때마다 동물 복지 환경에 대한 좋지 않은 사실들을 떠올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기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 그래서 가능하면 동물 복지가 인증되어 있는 고기들을 사 먹는 편이다. 비싸지만 소와 돼지, 닭들에게도 나에게도 더 좋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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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맛있게 먹는 법은?! 


개인적으로 고기의 다양한 부위 중에서도 살코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치킨은 가슴살을 먹고, 삼겹살도 가능하면 기름이 적은 부위를 골라서 사고, 스테이크를 먹을 때도 마블링이 많은 1++ 등급보다는 마블링이 적은 1등급 고기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고기의 어떠한 부위를 좋아하는지는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개인적으로 고기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채소와 함께 먹는 방법인 것 같다. 치킨에는 절임 무가 있어야 하고, 삼겹살에는 상추와 깻잎이 있어야 하며, 스테이크에는 샐러드가 있어야 한다. 고기만 먹는다는 죄책감을 줄여주는 동시에 건강에도 좋고, 느끼해지는 속도 달래주어 고기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해준다.


그중에서도 스테이크와 샐러드의 조합을 가장 좋아하는 편이다.

저녁에 밥하기 귀찮거나 탄수화물을 줄여야겠다고 느낄 때 스테이크와 냉장고 속 채소들을 꺼내 뚝딱 만들어내는 한 끼 식사. 가장 간편하고, 가장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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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엔 드레싱이 필요하다 


어려서부터 샐러드를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항상 그 드레싱이 문제였다. 내가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케첩과 마요네즈를 채소 위에 쭉 뿌리는 게 기본이었는데 난 항상 그 조합이 싫었다. 원래 케첩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기도 하지만 마요네즈와 함께 범벅이 되면서 이건 채소의 맛도 아니고 케첩과 마요네즈만 먹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이러한 샐러드가 보이면 항상 케첩과 마요네즈 주변의 채소들만 먹곤 했었다. 나이가 들어서 내가 직접 나의 샐러드를 만들때도 드레싱은 항상 문제였다. 오리엔탈 드레싱이건 머스터드 드레싱이건 난 항상 드레싱을 만드는 게 너무 어렵고 번거로웠다. 채소를 손질하고 자르는 것보다도 드레싱 만드는 것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싫었다.


그러다 만난 것이 발사믹 식초였다.

어디에 뿌려도 맛이 좋은 발사믹 식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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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도 양도 가격도 착한 코OO코 발사믹 식초 


국내에 한창 이탈리안 레스토랑들이 생기던 시점에 이 발사믹 식초를 처음 알게 되었다. 식전 빵과 함께 나오는 올리브유 속에 담긴 까만 무엇이 그것이었다. 올리브유의 느끼한 맛을 잡아주면서도 새콤한 맛과 향을 나게 하는 그것에 대해서 모두가 궁금해했었고, 결국 그것이 발사믹 식초라는 것을 알게 되자 너도나도 한 병씩 구매를 하기 시작했다. 진짜 이탈리아에서는 발사믹 식초를 이렇게 먹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많았지만(그런데 이탈리아 여행에서 식전 빵과 함께 올리브유&발사믹 식초를 주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것과는 상관없이 그 둘의 조합이 우리들의 입맛에는 참 맞았었나 보다. 개인적으로 발사믹 식초의 확산에는 코OO코가 한 몫했다고 생각한다.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1리터 정도의 크기를 가지고 있는 코OO코 발사믹 식초는 맛도 좋고, 양도 좋고, 가격도 좋은 삼박자를 모두 갖춘 제품으로 한번쯤은 사볼 수 있는 매력을 갖추었고, 다시 한번 찾게 하는 맛도 갖추고 있었다.


우리 집에도 첫 번째 병을 사 온 뒤로 4,5개 정도의 병이 거쳐가지 않았나 싶다. 냉장고 속 채소들을 꺼내 손질하고 발사믹 식초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만 뿌리면 샐러드 완성. 세상 쉬운 드레싱 레시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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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탈리아 Aceto Balsamico di Modena 찾기 


사실 내가 이 '팬트리의 언어'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난 지금도 코OO코의 발사믹을 먹었을 것이고, 앞으로도 쭈욱 이 제품을 구매했을 것 같다. 물론 코OO코의 발사믹 식초는 참 좋다. 하지만 치명적이게도 이것이 진짜 이탈리아의 발사믹 식초가 아니라는 사실을 난 너무 뒤늦게 깨달았다. 처음엔 'Modena'라는 지역명만 붙으면 다 이탈리아 모데나 지방의 전통적인 레시피로 만든 발사믹 식초인 줄 알았었다. 다행히도 코OO코 제품에는 'Modena'라는 명칭이 붙어 있었고 아무 의심 없이 제품을 먹었는데 발사믹 식초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서 이것저것 조사를 하다 보니 이건 진짜가 아니었다.  


발사믹(Balsamic)은 이탈리아 말로
'향기가 좋다'는 의미의 단어로
향이 좋고 싶은 맛을 지닌
최고급 포도 식초를 말한다.

첫째로. Modena 지역의 포도 품종을 사용해야 한다. 

Trebbiano와 Lambrusco 포도 품종

진짜 발사믹은 이탈리아 북부 모데나 지방(혹은 인근 레조 에밀리아 지역)에서 나오는 Trebbiano와 Lambrusco 포도 품종으로 그 지역에서, 그곳의 전통적인 기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지정된 포도 품종으로 그 지역에서 제조를 하는 것은 꽤 많은 제품들이 하고 있는 듯하다. 백화점에만 가 봐도 'Modena'라는 명칭을 붙인 발사믹 식초들이 꽤 많은 편이다. 하지만 그것만 확인한다면 나처럼 진짜가 아닌 발사믹 식초를 전통 발사믹 식초인 줄 알고 먹게 된다.  


* 모데나 인근의 레조 에밀리아 지역에서 만든 발사믹 식초도 진짜 발사믹 식초라고 하니 이 두 지역만 잘 알아두면 되겠다.     

  

두 번째로. 제조 과정이 다르다. 

저 많은 나무통들을 오랜 시간 거쳐야 진정한 발사믹 식초가 나온다고 한다.


발사믹 식초의 깊은 향과 풍미는 오크, 밤나무, 물푸레나무, 아카시아 나무, 뽕나무, 곱향나무로 제작한 나무통들을 거쳐오면서 오랜 시간 자연 숙성시키는 결과물이라고 한다. 짧게는 1,2년 길게는 100년까지도 숙성시키는 발사믹 식초는 시간의 힘이 더 해져 그 어떤 것으로도 흉내 낼 수 없는 깊은 맛과 향을 낸다고 한다. 특히 6개의 나무통을 거칠 때마다 양이 20~30%씩 줄어든다고 한다. 농축되고 농축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짧은 시간에 만들어 내는 일반적인 공장의 발사믹 식초와는 차원이 다른 맛과 향의 차이를 만들어 준다. 아쉽게도 코스트코의 발사믹 식초는 짧은 시간 동안 만들어 내기 위해 적포도주 식초에 캐러멜 색소와 맛을 참가하여 제조를 하는 듯하다. 정확한 제조 과정을 찾지는 못했지만 제품 뒷면에 들어 있는 '캐러멜 색소'라는 단어가 이를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세 번째로. 인증 마크가 찍혀있다. 

12년 이상 숙성된 발사믹 식초에 붙어 있는 D.O.P

와인에 인증 마크를 붙이는 것처럼 모데나에서 만들어진 진짜 발사믹 식초에는 인증 마크가 붙는다. 3년 이상 숙성된 일반적인 모데나 산 발사믹 식초에는 I.G.P (Indicazione Geografica Protetta)가 붙어있고, 전통적 양조법으로 제작된 12년 이상 숙성된 발사믹 식초에는 D.O.P (Denominazione di Origine Protetta)가 붙어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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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진짜를 찾다! 


일반적인 마트에서는 대부분 캐러멜 색소가 들어간 발사믹 식초를 판매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가격적인 부분 때문에 그러하지 않았을까 싶긴 하지만 제대로 된 제품을 쉽게 접할 수 없다는 점이 뭔가 아쉽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백화점에는 다양한 브랜드의 좋은 진짜 발사믹 식초 제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선택한 것은 1871년부터 4대에 걸쳐 이어져 오고 있는 Acetaia Leonardi이다.

좋은 식품 브랜드들의 시작이 그러하듯, Leonardi가 탄생한 모데나 지역도 발사믹 식초를 위한 포도가 자라기에 좋은, 발사믹 식초를 숙성시키기에 좋은 최적의 환경을 가진 곳이라고 한다. 더운 여름을 지나온 포도들은 단 맛과 신 맛이 적절한 균형감을 이룬 9월과 10월에 사람들의 손으로 수확이 된다고 한다. 수확이 된 포도들은 Leonardi 전통 레시피에 따라 가공이 되어서 나무통에서 숙성이 되기 시작하는데, 여름과 겨울의 기온 차이가 큰 이곳의 기후는 발사믹 식초가 더 깊고 균형 잡힌 맛으로 숙성될 수 있도록 해준다고 한다.


실제로 Leonardi를 투어 할 수 있는 투어 상품이 있다고 한다. 포도밭을 보고, 발사믹 식초들이 숙성되고 있는 창고도 가보고(오래 숙성된 발사믹을 한 숟가락씩 먹어 볼 수 있다고 한다!!), 발사믹을 활용한 점심 식사까지 제공하는 코스가 있다고 하니 이탈리아를 갈 때 꼭 일정에 추가를 해두어야겠다.  

Leonardi의 모습과 숙성 창고 (출처 - Leonardi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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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발사믹을 맛보다! 

병 모양도 예쁜 8년산 발사믹 식초

보통 어린 발사믹 식초들은 2~3년 정도의 숙성 초기 단계로 샐러드 드레싱에 주로 사용하면 좋은 새콤한 맛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숙성이 오래될수록 점점 더 깊고 묵직한 맛들이 올라오는데 고기, 생선, 파스타와 같은 요리에 사용을 하면 좋다고 한다. 10년이 넘어간 발사믹 식초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이나 과일에도 뿌려 먹을 정도라고 하는데 조만간 한 병 사서 좋은 요리와 함께 먹어 봐야겠다.

치즈와 궁합이 좋았던 발사믹 식초 8년산

거의 대부분의 발사믹 식초를 샐러드 드레싱으로만 먹어 보았었는데, 이번엔 좀 더 색다른 방법으로 파르마지오 레지아노 치즈 위에 발사믹 식초를 뿌려서 먹어보기로 했다. 이탈리아에서 치즈 먹을 때 많이들 먹는 방법이기도 하고, Leonardi Tour에서도 마지막 코스에 치즈에 뿌린 발사믹 식초를 준다고 한다.(병 목에 걸린 레시피에도 소개되어 있다.) 짭짤하고 콤콤한 치즈의 맛과 새콤 달콤 깊게 능축된 발사믹 식초의 맛. 가벼운 스낵으로 먹기엔 너무 아깝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깊고 완성된, 매우 고급스러운 맛이 느껴진다.  


1. 파르마지오 레지아노 치즈를 손톱 만하게 듬성듬성 잘라둔다.       

칼로 반듯하게 자르기보다는 부시듯이 덩어리를 쪼개는 것이 보기에도 좋다.


2. 이 위에 발사믹 식초를 뿌려준다.      
 

3. 와인 한잔과 마시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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