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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aki Oct 17. 2022

고요한 아침을 위한 커피

아자드 힌드 CXR

다시 한번 아침 요가를 시도한다. 누군가는 새벽 5시부터 일어나 명상과 요가를 한다고 하지만 나는 내 나름의 아침이라는 시간에 일어나 가볍게 40분 정도의 요가 스트레칭을 하는 정도이다. 이마저도 무조건 해야 하는 하루의 일과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출근 전 눈이 떠지는 적당한 시간에 꼭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일어나 내 몸이 움직여지는 대로 움직여 주려고 한다.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느끼는 건 뭐든지 부담 없게, 자연스럽게, 오래 하는 것이 좋다는 것. 그렇게 나의 생활을 만들어 가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요가를 끝내고 잠시 멍하게 앉아있다 커피를 한잔 내리기 시작한다. 아침에 마셔도 부담이 없는. 오히려 아침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은 [인도의 아자드 힌드 CXR (India Azad Hind CXR)]이다.




내가 인도 커피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내가 너무 사랑하던 서촌의 [자하]라는 카페에서였다. 떡과 함께 드립 커피를 파는 아주 작은 카페였는데 떡과 어울리는 커피를 찾다 소개하게 되었다고 하며 나에게 인도 커피를 추천해주었다. 커피를 잘 알지도 못했지만, 인도에서 커피가 나오는 줄도 몰랐고 떡과 어울린다는 말이 어떤 말인지 궁금해서 마셔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부터 카페에 인도 커피가 있다면 자연스럽게 인도 커피를 시키고 있다.


나에게 인도 커피는 구수함이다. 숭늉 같은 느낌. 커피라고 하기에는 좀 더 보리차를 태우듯 볶아서 내린 것 같은 맛이랄까. 하지만 가볍지 않게 묵직하면서도 왠지 모를 친숙함과 편안함이 이 이른 아침의 커피에 잘 어울린다. 또한 차갑게 마시기보다는 따뜻하게 마시는 게 더 맛있다는 느낌이 있는데 특히 날이 쌀쌀해져 가는 이 계절에 정말 잘 어울리는 커피라고 생각이 든다.


내가 마신 아자드 힌드 CXR은 아는 로스터분이 직접 생두를 구매하여 로스팅하여 나눠주신 콩이었다. 한 종류의 콩을 2가지의 방식으로 로스팅을 해주었는데 로스팅 방식에 따라서도 또 다른 맛의 차이가 느껴진다. 굉장히 평범한 미각을 가진 나로서는 이 차이가 무슨 차이인지 말로, 글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숭늉 같은 구수함이 가장 크게 느껴지고, 강냉이 혹은 옥수수차에서 느껴지는 단맛과 헤이즐넛의 향이 아주 살짝 느껴진다. 이걸 로스터분이 의도하신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른 아침 몸을 깨워 하루를 시작하시는 분, 그 시간을 함께 할 따뜻한 커피를 찾으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한번쯤 시도해보셔도 좋을 만한 커피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농장명 : 아자드 힌드 (Azad Hind Estate)

생산자 :키리트우타파 (Kirit Uthappa)

지역 : 카르나타카, 쿠르그 (Coorg, Karnataka)

재배고도 : 1,000m

품종 : CXR(로부스타 교배종)

가공 방식 : 워시드(Washed)


다크 초콜릿 / 건포도 / 버터스카치 / 헤이즐넛 / 묵직한바디 / 클린


출처 : 커피 리브레




이 커피에 대한 정보를 통해서 내가 해석해 낼 수 있는 것들은 솔직히 하나도 없다. 공부하지 않은 채 그냥 마시기만한 나의 불찰.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조금씩이라도 공부를 해뒀으면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지만, 이미 전문가적인 글들은 많을 터이니…


커피를 잘 모르는 아주 평범한 입맛을 가진 사람으로서의 나의 감상들을 적는 것에 만족하도록 하겠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 또한 각성하거나 잠을 깨기 위해 카페인을 들이켜는 행위가 아니라, 나의 소중한 시간을 함께 해준 커피 한잔을 기억하기 위함이니까.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커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얻기보다는 이러한 때의 이러한 뉘앙스의 커피를 이러한 기분으로 마시는 것도 괜찮겠구나 정도로 느껴주셨으면 한다. 그렇게 커피를 마시는 즐거움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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