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알 다하라 내추럴
첫 모금에선 흙 맛이 났다. 얼씨(Earthy)라고 표현하기엔 진짜 물에 흙을 탄 것 같은 그런 텁텁한 맛. 바리스타가 잘못 내린 건지, 원래 예멘 특유의 맛이 있다던데 그건가…라고 하기엔 남편이 너무 극찬을 했던 터라 이 맛이 당장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직 커피가 덜 풀어져서 그런 것 같다며 얼음이 조금 더 녹으면 그때 다시 마셔보라고 한다.
시간이 아주 조금 더 필요했을 뿐이었다.
이 커피가 가지고 있는 맛과 향이 제 힘을 발휘하기 까지.
얼음이 아주 살짝 더 녹은 뒤에 마신 예멘 커피에서는 그저 시트러스 하기만 한 레몬, 라임과는 다르게 향긋한 베르가못의 향이 났고, 뒤에서 자연스러운 꿀의 단맛이 올라왔다. 아까의 그 흙 맛들은 어디 갔나 싶을 정도로 화려한 향들이 느껴졌는데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이 향긋함 뒤에서 묵직하고 단단하게 이 향들을 뒷받침해주고 있는 대지의 힘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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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명 :알 다하라 (Al-Dahra)
생산자 :다섯 명의 소작농 (Five Samllholder Farmers)
지역 :알 다하라, 샤르키하라즈 (al-Dahra, Sharqi Haraaz)
재배 고도 : 2,320 - 2,400m
품종 :주파이니 (Jufaini)
가공 방식 :내추럴 (Natural)
베르가못 / 오렌지 / 건망고 / 블랙체리 / 건자두 / 꿀
출처 : 커피 리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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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커피들이 있는 것 같다. 내리자마자 허겁지겁 들이키는 것보다는 아주 잠깐의 시간을 주면 가지고 있는 능력을 훨씬 더 멋지게 펼쳐내는 그런 커피들 말이다. 커피에게 주는 잠깐의 시간을 인생에도 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여유를 가진 다는 것이 생각보다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생각하게 되는 요즘, 이 커피 한잔이 나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