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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aki Oct 24. 2022

커피에서 제비꽃이 생각난다

탄자니아 아카시아 힐스 게이샤


롤러코스터 같은 한 주였다. 당혹스러움과 함께 분노가 느껴지더니 곧이어 이 상황에 대한 무기력함과 서글픔이 밀려왔다. 이런 상황에 처한 나 자신에 대한 한심함과 하루하루를 대충 산 것이 아닌가 하는 자책이 함께 동반되었다. 정신을 차릴 필요가 있었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느끼는 감정들이 무엇인지, 나의 하루하루가 어떠한지,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 그렇게 커피에 대한, 와인에 대한 나의 일상들을 적어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대단한 변화는 물론 없지만 그래도 뭔가 나아지고 있는 거겠지…라고 생각한다. 이 한주를 정리하는 마음으로 [탄자니아 아카시아 힐스 게이샤 (Tanzania Acacia Hills Geisha)]를 내린다.


게이샤는 항상 화사했다. 차갑게 마시면 그 안에 담겨있는 꽃향기, 과실의 향기가 적절한 산미와 매끄러운 질감으로 함께 뿜어져 나왔다. 그런데 오늘의 게이샤는 수줍다. 확 터져 나오기보다는 은은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보라색 꽃 같은 느낌이야”


라고 남편이 말했다. 보라색 꽃. 화려하고 강렬한 꽃의 느낌보다는 작고 수줍어 보이는 제비꽃이 연상된다. 지배적이지는 않지만 라임의 산미와 껍질에서 느껴지는 씁쓸, 쌉쌀한 맛이 느껴지면서 뒤에서 은은한 단맛이 올라온다. 재스민과 얼그레이의 맛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런 향긋함과 쌉쌀한 맛을 이야기하는 건지 생각해본다. 보라색 꽃이라는 표현이 알 것 같기도 하다. 한 모금 한 모금 마실 때마다 이 커피의 매력이 조금씩 더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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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명 :아카시아 힐스 (Acacia Hills)


생산자 : 레옹 크리스티아나키스 (Leon christianakis)


지역 : 올데아니,카라투 (Oldeani, Karatu)


재배 고도 : 1,920m


품종 : 게이샤 (Geisha)


가공 방식 : 워시드(Washed)


재스민 / 얼그레이 / 레몬티 / 시럽


출처 : 커피 리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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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생각을 조금씩 더 정리하고, 마음을 가다듬으면 다음 한 주도 또 열심히 살 수 있겠지. 그렇게 하나씩 정리해나가다 보면 제자리를 찾아가지 않을까 싶다. 이 시간을 함께 해주는 좋은 커피 한잔이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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