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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aki Oct 31. 2022

게으른 나의 하루를 위한 커피

르완다 부산제 (Rwanda Busanze)


날씨가 너무 좋은 주말이다. 일어나 안방 커튼을 열어보니 어느덧 앞집 은행나무가 노랗게 단풍이 들어 있었고, 건너편 인왕산은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하늘도 파랗고  계절을 즐길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밖을 나가고 싶지는 않다. 워낙 집순이이기도 하지만 날씨가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안에서 밖의 풍경을 즐기는 게  즐겁다.


그래도 오늘은 특별히 더 나갈 생각이 없다. 오래 동안 숙제처럼 미루어왔던 집 청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주중에도 틈틈이 집을 깨끗이 잘하던데 나는 좀처럼 그러질 못한다. 주중엔 더 어지르지 않게 조심을 하고 주말에야 제대로 좀 치우는 정도랄까. 2명이서 사는 집이 왜 이렇게 항상 지저분해지는지 모르겠다.


청소를 하기 전에 리추얼처럼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집 안의 창문들을 활짝 열어 둔다. 아직까진 창문을 활짝 열어도 춥지 않다. 오히려 선선한 바람이 집안 가득 들어오는 게 기분이 좋아진다. 청소기를 돌리고, 부엌 싱크대들을 닦아내고, 뭔지 모르게 구석에 쌓아두었던 물건들을 제자리에 두고, 바닥을 닦기 시작한다. 꼼꼼하게 하는 편도 아니라 하다 보면 1시간 남짓이면 하는 일인데 왜 이렇게 하기가 싫을까. 깨끗하게 정리된 특히 보송보송해진 바닥의 촉감이 좋다.


이제 커피를 마실 시간이다. 노동을  뒤에 나에게 주는 상으로 [커피 리브레 르완다 부산제] 내리기 시작한다.


20g의 원두를 갈아, 첫 번째 물을 붓고 30초 정도의 뜸을 들인다. 예쁘게 부풀어 오르는 커피가 맛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두 번째 물을 부으니 좋은 향이 풍겨져 나오기 시작한다. 커피가 내려오는 동안 냉장고 얼음을 재빠르게 꺼내 텀블러 가득 채운다. 세 번째 물을 붓고 2분 30여 초를 기다렸다 드리퍼를 제거하고는 서버에 담긴 커피를 살살 흔들어 향을 맡는다. 역시 좋다.


차갑게 마시는 부산제는 달큼하다는 맛으로 기억이 남는다. 르완다 커피의 특징이라고도 하는데 어떤 이들은 ‘달콤한 귤 맛’이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아직 나에게는 이것이 귤의 달콤함인지 꿀의 달콤함인지 정확하게 가려내긴 어렵지만 기분 좋은 단 맛이 뒤에서부터 올라온다. 나의 미각과 후각이 예민한 편고 아니고 쉽게 지치는 편이라 대부분의 커피는 첫 향과 첫 모금에서 가장 뚜렷하게 느끼고 뒤로 갈수록 그 맛이 그 맛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은데 이상하게도 르완다는 마시면 마실 수록 맛있다고 느껴진다. 이 날도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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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 스테이션 :부산제 (Busanze)


지역 :부산제, 나루 구루 (Nyaruguru, Busanze)


재배 고도 : 2,000 - 2,115m


품종 :부르봉 (Bourbon)


가공 방식 : 워시드(Washed)


수상 경력 : 2018년 CoE 7위


플로럴 / 천도복숭아 / 빨간 사과 / 체리 / 꿀 / 메이플 시럽


출처 : 커피 리브레



케냐나 탄자니아, 에티오피아처럼 커피 강대국으로 인정은 못 받고 있지만 르완다의 커피 또한 뛰어나다고 한다. 특히, 내전 등 국가적 문제가 많았던 르완다는 ‘공정 무역 커피’를 함으로써 해외로의 수출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2008년에는 아프리카 최초로 ‘CoE’를 유치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르완다 커피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르완다의 ‘냐루 구루’ 지역에 위치한 ‘부산제 워싱 스테이션’은 ‘늉웨(Nyungwe)’의 울창한 숲이 제공하는 그늘과 커피 가공을 위한 신선한 물이 있는 곳으로 이곳에서 가공된 ‘부산제’는 2018년 CoE에서 7위를 기록한 커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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