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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aki Nov 02. 2022

조용한 퇴사를 꿈꾸며 커피 한잔

Espresso CORE 롱블랙


예전엔 회사에서의 성장이  나의 성장이라고 생각했다.  다양한 (어쩌면  많은) 일들을 하고, 그만큼의 다양한 경험들이 쌓으면 내가 성장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믿었었다. 그렇게  단계씩  높은 회사로 올라가고  높은 직급과  많은 연봉을 받고, 주변에서도 남부러워할 만한 그런 인생이 펼쳐지게  거라고 생각했었다. 30대까지는 그랬었다. 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현실이 눈앞에 와 있었다. 저 꼭대기 언저리의 삶은 나의 삶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만 열심히 한다고 기회가 생기지 않고, 건강이 나빠질 정도로 일한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나보다는 일단은 이 일만 잘 쳐내자는 마음으로 해왔던 것들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과연 나는 잘 살고 있었던 건가?


요즘 나의 인생과 회사 생활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그녀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회사 8시간은 욕먹지 않을 정도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잘하고, 재택  때는 최대한 재택의 이점을 누리면서 일하는 게 목표예요.  이후의 시간에는 나를 위해서 쓰고 있어요.” 아무렇지 않은  별일 아니라는  그녀는 나에게 이렇게 말을 했지만, 이러한 결론을 내리기까지  많은 고민과 시간이 있었다고 했다. 그녀라고 이러한 결정을 내리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경험을 쌓기 위해서 그동안의 익숙한 직장을 뒤로하고 이직을 결심했을 때는 이러한 결정을 하게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라고 ‘조용한 퇴사 너무 하고 싶었던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가 마신 커피는 매일 아침 원두를 로스터링 하는 ‘Espresso CORE’ 롱 블랙이었다. 여리여리하고 향기롭다기보다는 진하고 강한 느낌. 하지만 무겁거나 텁텁하지 않고 깔끔한 게  안에서  여운을 주었다. 30 남짓 그렇게 소소한  무거운 대화를 나누면서 마시기에  적당한 정도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커피를 마시는 내내 이런 생각을 했다. 나를 위해 시간을 쓴다는  과연 어떤 것일까. 단순히 취미 생활을 하며 나를 위한 시간을 쓰기엔 나에겐 지속적인 소득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직은 내가 해왔던 일들을   이어 가고 싶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을 하다 보니 ‘조용한 퇴사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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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두잇두잇두두잇


Espresso CORE


매일 아침 로스팅하는 원두로 신선한 크레마를 맛볼 수 있는 곳

커피가 진하고 묵직하다 보니 라테, 플랫 화이트가 정말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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