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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aki Nov 16. 2022

감사함이 느껴지는 아침 요가

따뜻한 보리차 한잔


새벽 요가를 한지 이제 한 달이 넘어가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벽 알람이 그렇게 싫었는데 이제는 그렇게까지 싫지는 않다. (그렇다고 완벽하게 좋아지지는 않을 것 같다.) 예전에 2,3번의 마음속 싸움을 하고 난 뒤에 일어났다면 이제는 1번 정도로 싸움이 줄었고 크게 어렵지 않게 이겨내고 침대에서 일어난다. 오늘 아침도 그렇게 별일 아니라는 듯이 일어났다.


오늘은 1시간짜리 수업이 있는 날이다. 날이 많이 쌀쌀해져서 보일러를 살짝 틀고는 자리에 앉아 줌을 켠다. 언제나 그렇듯 차분한 목소리로 반갑게 맞이해주는 선생님 덕분에 기분이 좋아진다.


밤새 굳은 몸들을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살살 풀어내고 이것저것 아사나들을 취해 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트레칭 정도의 동작들로 한 시간이 채워졌었는데 이제 조금씩 새로운 아사나들이 더해지기 시작한다. 오늘은 처음으로 아드라 찬드라 아사나 (반달 자세)를 진행했다.



평소 균형 감각이 많이 좋지 않아서 한 팔과 다리 하나로 균형을 잡는 게 항상 힘들었는데 오늘은 흔들리지 않게 무게 중심이 너무나도 잘 맞는다. 하늘을 향해 있는 팔과 다리가 흔들리지 않고 쭉 뻗어 있다. 천천히 3번의 호흡을 진행하며 에너지를 팔과 다리로 내보낸다.


어머나. 다들 새벽부터 이게 뭔 일이래요 ㅎㅎㅎ


줌으로 진행을 하다 보니 모두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선생님의 목소리에서 기쁨과 놀라움이 느껴진다. 아마도 각자의 공간에서 훌륭하게 이 아사나를 수행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이 순간이 너무 즐겁고 감사했다.


감사의 일기를 쓰는 게 마음에도 좋다고 누군가 그랬다.

살다 보면 좋고, 재미있는 일들보다는 어렵고, 속상한 일들이 더 많을 수 있지만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하며 살아가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하루에 감사한 것들을 몇 개씩만 곱씹어 보라고 했다. 설마 그게 그렇게까지 도움이 될까 싶었는데… 지금 이 순간이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자 이 순간이 더 빛나기 시작했다.


이런 감사한 마음과 함께 불안감도 생긴다.

과연 내가 이 새벽 요가를 계속할 수 있을까. 작은 것에도 감사하다며 이렇게 계속 글을 쓸 수 있을까. 이것 또한 하다가 중간에 멈춰버리면 어떻게 할까. 나는 항상 이런 식으로 하다 말게 되는 게 아닐까. 지금까지의 나 자신을 잘 알다 보니 또 그렇게 핑계를 대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에게 실망하게 될 것 같은 불안감도 함께 뒤따라 온다.


괜찮아. 이것 또한 과정이야. 뭐든 해보는 게 중요해.

그렇게 생각하며 나 자신을 애써 토닥토닥해준다. 그래. 이것 또한 과정이겠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아지는 게 있을 거야. 지치지 말자. 그렇게 다시 한번 다짐한다. 요즘은 이런 과정들의 연속인 것 같다. 희망과 불안이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한다. 이러한 감정의 동요에 끝이 있는 건지 아니면 삶은 이런 감정들의 연장선인지 궁금해진다.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이런 감정을 알아채고, 이해하고 해결해내는 과정 속에서 나아지는 게 있겠지… 라며 희망으로 마무리를 지어 본다.


오늘은 커피 한잔 대신 따뜻한 보리차 한잔으로 시작한다.

카페인으로  고요해진 마음을 들기 보다는 따뜻하고 구수한 보리차로  기분을 이어가고 싶다. 이렇게 우리 모두 오늘 하루도  지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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