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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aki Nov 23. 2022

결국, 나부터 나를 믿어야 한다.

아우어 베이커리 ㅏ ㅜ ㅓ


그날따라 아우어 베이커리에 사람들이 없었다. 뭔 일인가 싶었지만 오히려  되었다며 이곳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기로 했다. 오늘 선배는 점심도 사주더니, 커피도 본인이 산다며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역시 밥 사 주는 선배가 너무 좋다.


아우어 베이커리에는 2가지 종류의 원두가 있다. 고소한 맛을 가진 ‘도산’과 산미를 가진 ‘ㅏㅜㅓ’이다. 선배와 친구는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이 ‘도산’을 선택했고, 나는 잠깐의 고민 뒤에 ‘ㅏㅜ ㅓ’를 선택했다. 묵직한 커피보다는 뭔가 새콤, 상큼하게 개운해지고 싶은 기분이다.


 그때 기억 안 나?
그 일로 엄청 칭찬하셨었잖아.
 그런 일들 잘해.  진짜 잘한다고.


오래간만에 만난 선배에게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하며 이야기를 했었다.

내가 지금  잘하는지 모르겠고, 자신감과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 상태라고.  해도 내가  일을 중요하게 봐주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를 지나가듯 했다. 밥 먹으면서 선배에게   이야기가 신경 쓰였었나 보다. 커피가 나오자마자 기운 차리라는  선배가 해준 이야기였다.


그랬었나? 맞아 그런 적도 있었지.

내가 이런 것도   알고, 저런 것도   아는 사람이라고 알아봐 주길 바라면서 문서 한 장 한 장,  속의 단어 하나하나를 고심해가면서 일을 하던 때가 있었지.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나의 노력을 알아주고,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너무 고마웠다.


세상이  마음처럼 돌아가지 않으면 지난 노력들이 바보처럼 느껴질 때가 .

 하러 그랬을 까. 어차피 아무것도   없는데,  몸과 시간 버려가면서  대단할  얻겠다고 바보같이 그랬을까.   요령 있게 처신했어야 했어.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스스로가 나의 시간들을 부정하고 있었다. 그랬던 나에게 선배의 이야기는 머리끄덩이를 집어 잡힌 그런 느낌이었다.


내가 먼저 나를 인정해주자.

지금까지의 시간을 나는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다.  시간들의 힘을 믿자. 항상 모든 일이 순탄하게  좋은 대로만 흘러갈 수는 없겠지만 다시 시도할  있는 힘과 능력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는 말자. 주변에 나를 인정하고,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부터 나를 믿자. 이렇게 계속 되뇌며 커피를 홀짝 거린다.


—-



Blending :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아리차 G1, 과테말라 산 페드로 SHB, 브라질 까마로사 레드 버번 NY2 FC


Medium Light Roasting


장미 / 패션 푸르츠 / 피치 / 클린 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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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신 커피에서는 묘한 향이 난다. 한 모금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뒤에서 진하게 올라오는데 과실 향은 아닌 것 같은 이것이 과연 무슨 향일까 마시는 내내 궁금했다. 컵 노트를 확인해보니 장미향이라고 한다. 장미향이라니… 오늘 선배에게서 잊고 있었던 자신감과 함께 장미꽃 한 다발을 선물 받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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