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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aki Nov 25. 2022

조찬 커피 모임

폴 바셋 라테

그녀는 5시에 일어난다고 했다. 원래부터 잠이 많지도 않았지만 불규칙한 회사 생활 때문에 좋아하는 운동을 하려면  시간에는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 예전부터 스쿠버 다이빙, 폴댄스, 등산, 테니스, 골프 등등 해볼  있는 것들은 죄다 한다. 심지어 잘한다.


8시 근처 커피숍에서 보기로 했다. 그녀가 사는 동네, 나의 회사와 그녀의 회사가 비슷비슷한 동네라 이런 만남도 괜찮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난생처음으로 조찬 모임을 약속했다. 회사 임원들만 하는 조찬 모임인 줄 알았는데… 이른 시간에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


6시에 일어나 요가를 하고, 부지런히 씻고 나와서 폴 바셋으로 향한다. 8시에 문을 여는 폴 바셋엔 역시나 사람이 많지는 않다. 키오스크로 모닝 라테와 그녀가 마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기다린다. 이 날씨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니. 본인은 아직 젊다며 아이스도 괜찮다고 한다.


 바셋의 라테는 언제나 맛있다.

고소하고 신선한 원유에 적당한 양의 에스프레소가 들어가서 밍밍한 맛이 나지 않는다. 요즘은 라테가 맛있는 카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처음  바셋이 생겼던 그때 처음 마신 라테는 너무 충격적이라 아직도 그날이 기억날 정도이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마셔보라도 이야기를  정도였다.


아침에 마시는 라테는 항상 즐겁다.

 속에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게 항상 부담스러운 나에게 라테는 업무를 시작하게 해주는 나의 아침 식사가 되어 준다. 회사 근처에 맛있는 카페가 있으면 그것 만으로도 회사 출근이 즐거웠고, 근처에 마땅한 카페가 없으면 회사 머신과 우유 한팩으로 어떻게든 라테 비슷하게라도 만들어서 마신다.


따뜻한 라테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두고 그녀와의 조찬 커피 모임이 시작되었다.

회사를 퇴사하고, 코로나를 거치면서 아마도 4,5 만에 만난 듯하다. 가끔 톡으로 연락을 주고받긴 했었지만 서로 연락을 자주 하는 성격들도 아니고 필요할 때마다 서로의 생사를 물어보듯 가끔씩 했었다. 하지만 어색함은 없다. 마치 어제 만났던 것처럼 시답잖은 이야기들로 대화를 시작한다.


 편안함은 무엇일까.

오래간만에 만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대화라니. 척하면 . 하면 어가 저절로 나오는 2시간 동안의 대화였다. 나와 같은 필드에 있는 사람과의 대화가 이렇게 편안하고 재미있다니. 오래간만에 느끼는 편안함이 그날의 하루를  즐겁게 해 주었다.


—-



폴 바셋 한남 커피 스테이션점


매일 오전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11시 이후부터 발렛 파킹 가능


—-

언니, 우리 이제 자주 보자.라는 한마디를 남기며 그녀는 나를 안아주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뒤돌아보니 좋았던) 일을 하며 지지고 볶던  순간들이 떠올라 눈앞이 찡해지려 한다. 요즘 일하는 게  외롭다 생각했던 나에게 너무나도 따뜻한 감정들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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