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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aki Nov 28. 2022

주말의 커피 세 잔

커피 리브레 CoE 1위와 2위


하루 종일 늘어져 있고 싶은 그런 날이다. 어젯밤 집에 놀러 온 친구들과 평소에는  먹지 않았던 사케를 마셨고 와인과는  다른 형태의 숙취를 느끼고 있다. 정말 작정하고 침대 밖을 나가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일요일 오전 8. 하루 종일 침대에서 뒹굴거리기에 나쁘지 않은 시간이다.


한 시간 남짓 핸드폰도 보고, 드라마도 보며 침대에서의 시간을 만끽하고 있을 때쯤 일이 있다며 잠깐 사무실에 나갔던 남편이 전화를 한다. 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다녀오겠다며 같이 가겠냐고 묻는다. 분명 침대 밖을 나가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같이 가겠다고 대답을 한다. 따뜻하고 포근한 침대도 너무너무 좋지만 맛있는 커피 한 잔이 너무 필요하다.


항상 그렇듯 우리는 카페 리브레로 향했다. 평소라면 진열대의 원두들을 보면서  마실까 고민을 하는데 그날은 남편이 별다른 망설임도 없이 주문을 한다.


“1위랑 2 한잔씩 주세요. 아이스로 주세요.”


마음속으로 라테를 차갑게 마실까 따뜻하게 마실까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게 뭐람. 나는 라테가 마시고 싶다며 이야기하자 남편이 일단 마셔보란다. 최근 CoE에서 1위와 2위를 한 커피라고 한다.


Cup of Excellence.  그대로 최고의 커피 원두에 부여되는 명칭이라고 한다.  세계에서 선정된 커퍼(Cupper. 커피 원두의 맛과 품질을 감정하는 사람)들이 경연에 출품된 원두를 5차례 이상 평가해 순위를 매겨 최고 품질의 원두를 가려낸다. 브라질, 볼리비아,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니카라과, 르완다 9 커피 생산국이 참여를 하고 있다. (출처 : 네이버 지식 백과)


먼저 올해의 1위인 니카라과의  아비온(El Avion)

개인적으로 내추럴 가공 방식(커피 과육을 제거하지 않은 상태로 건조를 진행하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평소라면 딱히 손이 가지 않는 커피였겠지만 1위라고 하니 한 모금 마셔 본다. 역시나 강한 짜장 냄새가 훅 밀려온다. 커피에서 무슨 짜장 냄새가 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과육까지 제거되지 않은 원두에서는 짜장 냄새와 같은 발효취가 느껴진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하지만 이런 향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이건 개인 취향이라고 생각이 든다. 1위이긴 하지만 나에게 맞는 커피는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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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명 : 엘 아비온


생산자 : Mario Jose Gonzalez Rodriguez


지역 : 누에바 세고비아 (Nueva Segovia)


재배 고도 : 1,400 - 1,800m


품종 : 레드 카투아이 (Red Catuai)


가공 방식 : 내추럴


체리 / 자두 / 건포도 / 블루베리


출처 : 커피 리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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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인 온두라스의 산타루치아(Santa Lucia) 마셔본다

일단 워시드 가공 방식 (커피 과육을 모두 제거하고, 과육에 있는 점액질 등을 모두 물로 씻어서 진행하는 방식으로 개인적으로 내추럴보다 깨끗, 깔끔한 맛이 난다고 생각한다.)이라 아까와 같은 취는 나지 않을  같다.  모금 마시고 이게 무슨 향일까, 무슨 맛일까 생각을 한다. 1위와 2위라고 해서 너무 기대를  건가. 솔직히 노트에 있는 재스민, 멜론, 청포도, 사탕수수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건 나의 예민하지 은 감각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다지 느껴지는 게 강하지는 않다. 전반적으로 맛은 있지만 인상적이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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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명 : 산타 루치아


생산자 : Desarrollos Santa Lucia


지역 : 리오 보니토, 코마야과, 온두라스


재배 고도 : 1,550m


품종 : Geisha & Pacamara


가공 방식 : 워시드


재스민 / 멜론 / 청포도 / 사탕수수


출처 : 커피 리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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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받았다고  맛있는 커피는 아닌가 보다.

어느 와인 전문가가 심사를 위해 평가를 하는 방식과 내 입맛에 맞는 와인은 전혀 다르다고 했었는데 아마 커피도 그러한가 보다. 커피를 심사하는 방식에 맞춰서 심사를 했을 때는 뛰어난 원두 일지 몰라도 내 입맛에는 아닐 수 있는 것이다.


남편은 아쉽다며 부산제 한잔을  마신다.

 손에 아직 2위가 남아있긴 하지만 나도 부산제가  끌린다. 역시나  모금 마셨더니 은은한 단맛과 함께 백도의 향기가 올라온다. 어려서 엄마가 특별한  간식으로 주었던 얼음 넣은 후르츠 칵테일 통조림(파인애플, 복숭아, 빨간 체리가 들어가 있는 델몬트 칵테일 통조림. 추억의 맛이다) 향이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집에서감기에 걸리면 통조림 과일을 먹었다. 감기의 열로 뜨끈해진 몸에 얼음을 넣어 차갑게 만든 통조림 과일과 시럽을  모금 마시면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 가족들이 나를 정성스럽게 보살펴주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 들게 하는 추억의 음식이다.


난 이렇게 맛을 추억하게 해주는 커피가 더 좋은가 보다. 1위도 좋고 2위도 좋지만 역시 내 입맛에 맞는 그런 커피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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