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한 교육, 탁월함을 키우다>
그들이 홈스쿨링으로 시간을 쌓아가는 과정이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가 되어 주었다.
“경쟁 사회로 돌입하기에 앞서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것이 학교 교육이라면
우리는 일단 초등학교에서 멈추었다. 중학교 입학을 다시 생각해야 했다.
인생을 설계 단계부터 곰곰이 살펴봐야 한다.
건축하기 전에 먼저 내가 살고 싶은 집은 무엇인지,
살고 싶지 않은 집은 무엇인지 따져 봐야 한다.
어떤 것을 원하는지, 어떤 것을 원하지 않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또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무엇인지말이다.” (24p.)
책의 이 문장을 읽는 순간, 흩어져 있던 생각들이 한데 모였다.
학교라는 길을 선택할지 말지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사람만큼은 되고 싶지 않은지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야 할 시간이었다.
나는 한동안 질문을 잘못 붙잡고 있었다.
어디로 갈지에만 몰두한 채, 왜 가려 하는지는 묻지 않은 채로.
그 사실을 조용히 짚어준 이 책은,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었다.
지금 이 시기에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온 것이 우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서 ‘무엇을 선택했는지’보다, 어떻게 선택에 이르렀는지를 유심히 보게 되었다.
책 속 형제의 형 역시 처음부터 확신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부모의 설득에도 쉽게 마음이 기울지 않았고, 공교육과 홈스쿨링의 장단점을 하나씩 적어 내려가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들여다보는 시간을 거쳐 비로소 홈스쿨링에 발을 내디뎠다고 했다.
누군가의 선택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승인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내가 생각하는 홈스쿨링의 이상적인 출발에 가까웠다. 반면 우리 아이는, 남편의 설득 덕분에 중등 홈스쿨링을 이미 ‘당연한 미래’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학교의 단점을 주로 듣다 보니 “학교에 안 가면 쉬는 시간은 길고, 하기 싫은 공부는 안 해도 되고,
시험도 없는 세상”이라는 어린 마음의 환상이 덧입혀져 있다.
그래서 요즘 나는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말을 반복해서 꺼낸다.
아이가 내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우리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지 혼란스러웠던 순간들 사이에서 이 책은 내 마음을 조금 정리해 주었다.
아이에게 홈스쿨링으로 자신의 길을 찾아간 형제의 이야기를 보여주었다.
큰 설명은 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이 홈스쿨링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학교와 홈스쿨링의 장단점 목록을 하나씩 짚으며
아이와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가 꼽은 학교의 장점은 “친구가 많다”, 단점은 “학교 폭력에 노출된다”였다.
세 해 동안 친구를 만나기 위해 학교에 다녔던 아이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답이었다.
폭력에 대한 언급은 최근 전학 온 고학년 형의 영향처럼 보였지만, 서열 속에서 부담을 느끼는 아이의 기질이 스치기도 했다.
홈스쿨의 장점으로는 “시간을 마음껏 쓴다”, 단점으로는 “친구 만나기가 어렵다”를 꼽았다.
‘시간을 마음껏 쓴다’는 말이 가진 넓음과 무게를 아이와 함께 천천히 배워야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부모가 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 있어도 정작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겉으로 보이는 자유와 실제의 자유 사이에는 꽤 큰 결이 숨어 있다는 것도.
그 결을, 아이와 함께 알아가야 할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아이와 함께 학교를 갈지 말지보다 먼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지에 대해 질문을 나눌 준비를 하게 되었다.
어떤 삶은 선택하고, 어떤 삶은 내려놓고 싶은지까지.
이 책이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했던 이유도 답을 주어서가 아니라 이 질문을 아이와 함께 꺼낼 용기를 건네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질문을 안고, 이 책을 조금 아껴가며 읽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