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빛나는 순간, 나의 확신은 조용히 흔들렸다

by 나경


경연장에 들어서자, 공기가 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선배 누나와 형들 틈에 앉은 아이의 얼굴에는 긴장과 설렘이 번갈아 스쳤다.


일주일에 한 번, 3년 동안 방과 후 수업으로 배워온 사물놀이.

경연대회에 나간다는 학교 안내 문자를 받았을 때만 해도 그저 소소한 경험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매일 점심을 서둘러 마치고, 선배 형의 리드에 맞춰 30분씩 연습을 이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조금 놀랐다. 그 책임감과 꾸준함이 대견하면서도, 왠지 모를 기대감이 마음속에 차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경연의 날.

지역의 여러 초등학교 대표단이 각자의 악기를 품에 안고 자리를 잡았다. 아이도 2~3년 차 선배 누나와 형들 틈에서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무대 뒤에서 장구끈을 조심스레 매만지는 손끝이 잔뜩 굳어 있었다. 객석의 박수소리가 잦아들자 첫 장단이 울렸다. 떨리던 손끝이 리듬을 타고, 장단 소리가 공연장 전체를 가득 메웠다.


그 동안의 연습이 무대의 리듬이 되어 흐르는 걸 보니, 공연장의 북소리보다 내 가슴이 먼저 뛰었다. 북채가 공기를 가를 때마다 아이의 고개가 리듬을 따라 움직였다. 파도처럼 번지는 장단이 아이의 몸을 타고 흘렀다. 그 속에서 아이의 눈빛은 반짝였고, 자신감과 확신이 어린 그 눈은 내가 알던 아이의 것이 아니었다. 순간, 낯설 만큼 단단하고 어른스러워 보였다.


7분이 남짓의 공연이 끝나자, 경연장은 박수와 환호로 가득 찼다. 무대 위 아이가 그 소리를 온몸으로 받으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 속엔 단순한 성취감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낸 무대의 기쁨이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배움은 어쩌면 이런 ‘함께함’에서 시작되는 건 아닐까. 혼자서도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아이가 가장 빛나는 순간은 누군가와 어깨를 나란히 할 때였다.
'집에서의 배움이 이런 순간들을 대신할 수 있을까'
홈스쿨링이라는 이름 아래, 나는 아이의 세상에서 무엇을 덜어내고 무엇을 남기려 하는 걸까.

그 물음이 공연이 끝난 뒤에도 오래 마음에 남았다.
아이의 장단이 멎은 자리에서, 나의 고민은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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