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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싱키맘 May 09. 2023

극야 Kaamos

핀란드의 최북단 마을인 누오르감(Nuorgam)에서 오늘부터 다시 극야(Kaamos)가 시작된단다. 극야의 기간에는 태양이 지평선 위로 전혀 올라오지 않는다지.  누오르감에서 오늘 마지막으로 하늘로 솟아올라온 태양은 내년 1월 17일에 가서야 다시 볼 수 있게 된다. 약 50일간 이어지는 누오르감에서의 극야. 극야는 위도 68.6° 이상인 지역에서 겨울 동안 어두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흑야라고 하지 않고 극야라고 굳이 칭하는 이유는 밤이 극단적으로 길기 때문이라지. 극단적... 태양빛이 완벽하게 자취를 감춘 그곳, 극야의 하늘에서 오롯이 존재 자체를 발하는 오로라!  지역 토착민들은 오래전부터 오로라를 여우불(revontuli)이라고 했다는데. 전해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여우가 눈덮힌 툰드라 눈밭을 달릴 때 꼬리로 눈더미를 치면 피어나는 불꽃이 하늘로 올라간 것이 오로라가 되었다 생각했다고. 춥고 어둡고 길고 지리멸렬하게만 느껴지던 핀란드의 겨울이, 한해 두해… 여러여러 해..를 넘기던 어느 해 겨울, 가로등 불빛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수없이 빛나던 눈의 결정체들을 고요히 바라보고 있는데.  문득! 극야의 겨울이 포근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왔다! 하늘의 태양과 땅의 빛이 사라진 그 곳에 여우불과 순결한 눈송이를 내려주는 것은 이 척박한 동토에서 모진 세월들을 버티고 견뎌내온 인간에게 자연이 내려주는 만인의 권리, 온전한 혜택인 것이다.  

24.11.2021 헬싱키 사진출처. https://www.visitsodankyla.fi/pohjoisenluonto-artikkeli/kaa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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