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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싱키맘 May 09. 2023

4월 2일 총선 이후 핀란드는 어디로?

4월 2일 총선 이후 핀란드는 어디로?


3월의 마지막 날인 어제 저녁뉴스에 튀르키예 국회에서 핀란드 나토가입 비준안이 만장일치로 승인되었다는 기사와 함께 핀란드 대통령, 총리, 외교장관 등을 비롯 기쁨의 인터뷰가 흘러나왔다. 시기적으로 내일 총선에 미칠 영향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여진다.


지금은 은퇴한 40여년간 언론에 몸담았던 핀란드 전설적 저널리스트 Unto Hämäläinen은 YLE방송 시사프로에 나와 이번 핀란드 선거 양상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전쟁 선거”라는데. 1945년 이후 전쟁 속에 선거를 치르는 건 처음이라는 것이다. 당시의 선거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전쟁이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 언론조차 선거날(4월 2일)이 다가오는 사전투표기간에 총선을 탑뉴스로 다루지 않았다고 했다.


각 정당들은 지상에서 천상에 이르기까지 모든 걸 다 이뤄줄 듯이 약속하고 있다고. 특히 국기부채에 대해 서로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가계부채, 이렇게 가다가는 기업파산을 너머 개인파산이 속출할 것이며, 특히 청년들의 주택부채는 심각한데, 이렇듯 국민 일상의 삶을 돌보는 정책, 지속가능한 일상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각 정당들은 자신들의 비누거품 속에 갇혀 본인들의 아젠다만을 특정 방식으로 끊임없이 떠들고 있을 뿐이다라고 했다.


시스프로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이번 선거에서 이성적으로 투표할 것이냐? 감정적으로 할 것이냐?를 묻자, 거의 반반이었다. 저널리스트 Unto Hämäläinen 본인도 예전 어느 대통령 선거에서 선거 막판에 심경변화로 감정적으로 투표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3월 30일 발표된 각 정당 지지율을 보며 아..핀란드 분들도 많이 힘드시구나.. 싶더라. 산나 마린 총리가 이끄는 사민당은 지지율 3위로 시나브로 하락추세고, 핀란드 보수 정당 국민연합당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지지율 급상승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극우 포퓰리즘당 핀인당이 바짝 쫓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9개의 대표정당들을 모아 놓고 선거정책 토론회를 펼치는 모습은 한국에서 온 나에게는 여전히 고무적이다.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정책은 국가부채, 안보, 예산삭감(파이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이었지만, 교육의료복지일자리창출 정책은 물론이고 기후온난화와 핀란드 숲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와 같은 기후변화 대응, 녹색성장 등에 대한 각 정당들의 뚜렷한 정책방향성을 알아볼 수 있었다. 특히, 9개 대표정당 당대표들 중 7명이 여성이고, 이들 9명 당대표들의 평균연령이 48세라는 것만 보아도 핀란드 정치가 보여주는 지향점은 뚜렷해 보인다.


4월 2일 내일 총선 이후의 핀란드는 어디로 갈 것인가.


18년째 핀란드에서 결혼출산육아취업교육과 성장이라는 인생의 중대한 시간들을 오롯이 통과해오면서 아직까지 한국국적은 포기못했지만, 언젠가는 핀란드 국적을 취득할지도 모르는 가능성이 있는 1인으로서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으로 박수를 보낸다.


국회의원 2백명을 선출하는데 2천명이 후보로 등록했단다. 모두들 선전하시길!


덧. 모든 선거토론회가 수어는 기본이고, 영어, 소말리아어, 아랍어, 스웨덴어, 러시아어, 일상의 핀란드어를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한 쉬운 핀란드어 버전까지 다양하게 방송되는 것을 보며 정보접근의 문턱은 가능한 낮추고, 차별은 최대한 줄이려는 촘촘한 배려, 다양성을 포용하려는 이들의 의지와 노력이 고스란히 읽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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