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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향 Apr 27. 2018

엄마의 품격

4. 나를 위로한 따뜻한 한마디

  '엄마도 우아하게 먹을 권리가 있다.'


  주말 저녁 아이들을 데리고 우연히 찾은 동네 한 맥줏집 문 앞에서 무심하게 쓰인 문구를 보고 그만 울컥했다.



  노키즈존이 늘어나는 요즘 아이를 동반해 음식점이나 카페만 가면 모든 사람이 나를 주시하는 것 같고 작은 행동도 의미를 부여하게 돼 움츠러들던 스스로의 모습을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

  사실 대다수 부모나 부모가 아닌 사람들도 어린아이와 함께 술집에 가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기가 힘들다. 나조차 왜 굳이 아이들을 데리고 하필 술집을 가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으니까.


  다만 시끄럽고 번잡한 술집이 아니라 동네의 조용한 맥줏집이라면 가끔은 아이아빠와 기분전환을 위해서 가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맥주와 함께 아이가 좋아하는 감자튀김만 파는 곳이고 동네 엄마들이나 여대생이 주요 고객이라 집에서보다 훨씬 즐겁게 놀 수 있어서다.



  언제부터인가 나도 모르게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게 됐다.

  인터넷에서 '맘충' '대디충'이라는 말을 자주 접하다 보니 엄마의 사소한 행동이나 실수가 전체 부모들을 싸잡아 비난받게 만들 수 있고 내 소중한 아이가 사회의 부정적인 존재로 손가락질받는 것이 싫었던 이유다.

  그래서 온 가족이 카페를 가면 음료수를 반드시 4개 이상 주문하고 아이가 물을 쏟거나 조금만 소란을 피워도 주변 사람에게 사과하며 급하게 자리를 뜬 경험이 수십 번이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시선은 불편했다.

  얼마 전에는 평일 연차휴가를 내 동네 엄마들과 둘째들을 아기띠로 안고 회사원이 많은 도심 빌딩의 카페를 갔다.

  진하게 화장하고 멋진 슈트를 입고 하이힐을 또각거리는 젊은 회사원들 사이에서 맨얼굴로 우는 아이를 달래며 커피를 마시는 내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집에서 애나 보지 왜 아기엄마가 이런 데를 오지.'라고 생각할까 봐 괜히 부끄러웠다.



  내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존중받기를 원한다면 엄마의 교육관과 실천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사회에 대한 서운함이 있었던 듯하다.

  '엄마도 우아하게 먹을 권리가 있다.'='엄마도 맥주를 마셔도 된다.'라며 나를 환영해준 맥줏집 문 앞 글은 지금 다시 생각해도 고마움을 넘어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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