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6. 육아휴직의 양극화

by 노향

요즘 도시생활자 중 맞벌이를 안 하는 집은 보기가 힘들다.

우리 팀에는 외벌이 가정이 드물게도 많은 편인데 며칠 전 옆자리 동료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으니 마트라도 나가서 돈을 벌겠다는 부인을 뜯어말렸다고 한다.


경제사정이 안 좋은 것도 아니고 일을 하고 싶은 것도 아닌, 단지 남편 혼자 아등바등 돈을 버는 것 같은 미안함을 느꼈다고 한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활방식은 주위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집값과 물가가 높은 수도권살이를 하다 보면 더더욱 다른 집과 비교하게 된다.


남들 사는 만큼만 따라간다고 중산층 흉내를 내다가 대출이자가 생계를 위협하고 당장 부부 두 사람 중 한명이 실직하면 삶의 질이 곤두박질친다.


그럼에도 많은 여성들이 눈물을 머금고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는 유아휴직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서다.

법정 육아휴직 기간 1년은 부모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놓고 일로 복귀하기엔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아이가 할 줄 아는 표현은 엄마, 아빠, 맘마뿐이고 엄마아빠가 눈앞에서 잠깐만 사라져도 울고불며 두려움에 떠는 아이를 어떻게 하루 종일 남에게 맡긴단 말인가.

친구 중에도 아이가 한 살 반쯤 됐을 때 어린이집에 보냈다가 적응하지 못해 결국 회사를 그만둔 경우가 있다.


그나마 요즘은 남편의 육아휴직이 늘어나 과거에 비해선 좋아진 세상이다. 법적으로 미취학 아동이 있는 부모는 두 사람 다 1년씩 육아휴직을 낼 수 있고 이런 법만 지켜져도 육아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법적 육아휴직 기간만 보장받아도 감지덕지할 판이다.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프리랜서 등은 출산 후 산후조리를 해야 할 몸 상태로 출근길에 오르는 게 대다수다.


정부가 보조해주는 지원금은 차치하더라도 갓난아이를 부모의 품에서 보호해야 하는 시간과 권리마저 빼앗기는 것이다.


내가 첫아이를 임신 후 전 직장을 그만둔 이유도 나보다 먼저 임신출산과 함께 회사를 떠나야 했던 동료들을 봐왔기 때문이다. 회사 간부들은 평소 "여직원이 아이 낳고 1년이나 쉬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지금 다니는 회사의 대표는 정작 본인이 여성임에도 "첫딸을 낳자마자 친정으로 보내놓고 보름 만에 출근했다."는 사실을 늘 강조하곤 했다.

옛날 사람들의 사고는 바뀌기 어려운 데다 인력 대체가 어려운 중소기업일수록 출산한 여자는 회사를 위해 떠나 주는 게 인지상정인 것이다.


남편 역시 회사를 그만두기 전 육아휴직을 요구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지난 주말 시중은행을 다니며 출산휴가 중인 친구를 만나러 갔는데 육아휴직을 2년이나 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교사나 공무원의 경우는 자녀 한 명당 3년의 육아휴직이 허용되는데 그래서 아이 셋을 낳고 9년을 연속으로 쉬다가 복귀하는 엄마들도 있다.


직업의 종류에 관계없이 경제활동을 하는 부모라면 저마다의 이유로 직장이라는 전선에 뛰어드는데 가장 기본적 권리인 육아휴직조차 이렇게 차별받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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