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에서 상처받지 않고 일하는 방법

친절과 친근함은 한 끗 차이다

by merry

친절함의 기준은 무엇일까.

“고객님,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고객님, 차 서비스 해드릴까요?”

“이쪽으로 오시면 샴푸 도와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어떤 서비스받으시겠어요?”

미용실에서 너무 익숙한 말들이다.

입에 붙어 있어서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문장들.

그런데 가끔은

이 말들을 하는 내가

조금 지칠 때가 있다.

말은 공손한데

마음은 점점 말라가는 느낌.

아니 행동은 하고 있었지만 영혼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지금 내가 친절한 건지,

아니면 형식을 수행하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과연

경어를 쓴다는 게

친절함일까.

나는 오래도록

경어 = 친절이라고 배워왔다.

말을 낮추고,

말끝을 올리고,

요청이 아닌 제안처럼 말하는 것.

옷은 세미 정장처럼 입고 신발은 낮은 단화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일하면서 알게 됐다.

경어는

사람을 존중하는 도구이지

친절 그 자체는 아니다.

복장은 단정함을 위한 것이지

나의 개성을 감추는 도구가 되어서도 안된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 아이를 커트하면서

“고객님,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라고

묻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말은 공손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경어는

친절이 아니라

형식에 가깝다.

말은 완벽하게 공손한데

표정은 닫혀 있고,

상황에 대한 배려가 없을 때

그 친절은 따뜻하게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정해진 데이터를

기계처럼 처리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

반대로

말은 아주 단순한데

상황을 먼저 읽고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느낀다.

아, 이게 친절이구나.

미용실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고객은 시술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나의 안내를 따라 움직이고,

나의 손길에 몸을 맡긴다.

펌을 하러 온 고객은

입구에서부터

가방과 외투를 맡기고,

내가 안내하는 자리에 앉는다.

원하는 스타일과

내가 제안하는 스타일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고,

그 시간 내내

나의 동선을 지켜본다.

나 역시

내 고객에게 집중한다.

약이 얼굴에 튀지는 않았는지,

옷이 젖지는 않았는지,

목이 마르지는 않는지,

화장실이 급하지는 않은지.

특히 셋팅펌처럼

시술 중 움직일 수 없는 경우에는

펌을 말기 전에

반드시 화장실을 확인해야 한다.

이런 작은 배려 하나가

시술의 흐름과

고객의 불편함을 동시에 좌우한다.

그래서 미용실은

친해질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하지만

친해진다고 해서

기준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

친절은

문장이 아니라 의도에 가깝다.

상대를 낮추는 말이 아니라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으려는 마음.

상황을 세세하게 살피는 태도.

나는 그것이 친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말을 더 공손하게 하려고 애쓰기보다

상황을 더 정확히 보려고 한다.

지금 이 말이

나를 위한 건지,

상대를 위한 건지.

형식적인 친절은

쉽게 지친다.

계속 유지해야 하고,

조금만 흐트러져도

불친절로 보인다.

하지만 기준이 있는 친절은

오래간다.

말이 조금 짧아도,

톤이 담백해도

상대가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면

그건 충분히 친절이다.

나에게 2년 동안

2주에 한 번씩 커트를 하던

정운 씨가 있다.

전근을 가기 전날,

마지막으로 머리를 자르며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저 내일 이사 가요.

가끔 대구 오면 찾아올게요.

2년 동안 제 머리 책임져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정말 다시 올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4시간 거리의 다른 지역으로 가면서

이 말을 건네준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고마웠다.

나는 이렇게 답했다.

“정운 씨,

나도 정운 씨랑 함께한 2년이

참 좋았어요.

유쾌했고, 재미있었어요.

정드네요.

가서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지내요.”

우리는 웃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친절함의 기준은

얼마나 공손하게 말했느냐가 아니라,

상대와 나

둘 다 불편하지 않았느냐에 있다.

때로는

10대들이 쓸 법한 비속어들로 웃기도 하고,

가끔은 바보처럼

실실 웃으며

내가 조금 내려가기도 한다.

가끔은 같이 울기도 하고 화도 같이 내주면서

상대의 감정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일한다.

이건 친절일까,

친근함일까.

나는 공감하는 미용사로 살아가고 싶다

지금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일을 하면서 여러 삶을 연극처럼 보기도 하고

공감하며 살아간다

나는 내일이 좋다.

그래서

친절을 택하든,

친근함을 택하든

항상 적당한 거리를 둔다.

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외모를 공유하며

조금 더 예뻐지게,

조금 더 멋있어지게

디자인하는 일을 한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삶을

잠시 빌려 경험한다.

무례하지 않게,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각자의 삶의 방향을 존중하며

우리는 서로에게

작은 힐링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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