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나는 '정적인 운동이 잘 맞아'라는 생각에 갇혀 요가와 필라테스만 해왔었다. 하면 할수록 균형이 잡혀가는 느낌과 필라테스만의 흉곽호흡을 통해 배에 힘을 주고 갈비뼈를 움직여 숨을 쉬는 호흡법을 알고 나서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흉곽호흡법에 대해 찬양하기 시작했다. 9시간 동안 앉아서 근무하는 사무직이기 때문에 퇴근 후 요가와 필라테스는 하루종일 굳어있던 뻐근한 내 몸을 다시 제자리로 맞춰주는 데에 꼭 필요한 운동이었다.
그런데 똑같은 동작의 반복과 이미 알고 있는 익숙한 자세들 때문인지, 어느 순간 운동을 해도 예전만큼 시원하다고 느껴지지가 않아 운동슬럼프에 빠졌다. 바쁘다는 핑계로 세달 정도 운동을 쉬다가 어느날 집 앞에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헬스장의 이벤트 전단지가 자꾸만 눈에 밟혔다. 가까운 데서 운동을 다시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상담만 받아보려고 들어갔다가 곧바로 6개월을 끊고 나왔다. 끊은 날부터 당장 시작한다고 하는 바람에 첫날부터 러닝머신을 뛰었지만, 다른 기구는 해보지도 못한 채 돌아왔다. 유튜브로 기구사용법과 나한테 맞는 방법을 찾아보다가 나를 위한 투자라는 생각에 쉬운 길을 선택했다. 체형분석을 받고 PT를 끊게 되었다. PT를 시작한 지 이제 5회 차지만, 어떤 날은 너무 쉽게 할 수 있는 동작과 기구들만 하다가 집에 왔고, 어떤 날은 살면서 처음 쓰는 근육들을 쓴 탓에 밤새 근육통으로 몸이 아파 잠에 들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운동을 하는 날이 기다려졌다. 그 근육통이 느껴지는 고통을 즐기기 시작했다. 인바디를 할 때마다 근육량이 부족했던 몸에 드디어 근육이 생기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운동에 있어서 나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나에게 맞는 운동은 요가와 필라테스뿐이라고 오랜 시간 같은 것만 해왔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아직 편견으로 가득했다. '나는 물을 무서워하니 수영은 평생 못할 꺼야', '무서운 것은 못 보니 공포영화는 못 볼 꺼야'라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영을 배우려는 시도를 했었고, 수영을 하지 못해도 할 수 있는 서핑은 배웠다. 최근에는 무서운 장면에서는 눈을 감고 귀를 막기는 했지만 영화관에서 공포영화 보기까지 성공했다. 못한다고만 생각해 왔던 것을 해내고 나니 쉽게 느껴졌다. 왜 그동안 하지 못했는지 별 것 아닌 것같은 기분까지 들었다.
문득 내가 정의 내린 '나'는 내가 만든 이미지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떤 것은 잘해', '이건 내가 못하는 것이야'라는 어떤 한계는 그 누구도 정해준 적 없었고, 내가 정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