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오월, 따뜻한 햇살로 가득 찬 말레이시아로 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그해 겨울 첫눈이 내리던 즈음 코타키나발루의 야자수가 그리워졌고, 낯선 땅에서 느끼는 익숙지 않은 냄새와 풍경 속으로 떠나고 싶어졌다. 그렇게 다시 올해 오월에 떠나는 비행기 티켓을 덜컥 끊어버렸다.
한 달 전부터는 들뜨는 마음을 재우려 매일매일 달력에 줄을 긋고, 이미 다 짜놓은 계획표를 자꾸만 다시 들여다본다. 하루에도 몇 번씩 브라이언트파크에 앉아있는 모습을 상상한다.
머릿속에는 '이번 여행에서는 신선한 과일을 잔뜩 사 먹어야지', '사진도 남기지만 눈으로 더 많이 남겨와야지', '공항 갈 때는 어떤 옷을 입을까'하는 생각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움이 짙었던 겨울을 나고 설렘이 가득한 봄을 지내며 기다린다. 어쩌면 나의 일년은 온통 여행에 가기 전 긴 기다림과 여행에서 돌아온 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여운으로 흘러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