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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ILOPHYSIS Dec 26. 2021

다양하게 시도해야 하는 이유

<뉴타입의 시대>


<뉴타입의 시대> 야마구치 슈 지음


<뉴타입의 시대>를 좀 더 빨리 읽었다면,

난 퇴사를 더 빨리했을지도 모르겠다.


철학자 스피노자의 '코나투스(conatus)' 개념은 외모나 직함보다 그 사람의 본질에 더 가깝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본래의 자신다운 모습으로 있으려는 힘'을 말하고, 이 코나투스란 것은 개인마다 다르다.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코나투스가 무엇에 의해 높아지고 무엇에 의해 낮아지는지를 알고 결과적으로 인생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한 마디로 자신에 대해 알고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자기 삶의 승자인 것이다. 책에서 더 쉽게 예를 들었는데, 내가 자연 속에서 더 활력이 솟아나면 자연은 내 코나투스에 좋은 것이고, 반면 고독과 소외감을 느낀다면 자연은 나의 코나투스에 나쁜 것이다.


코나투스와 대치되는 개념이 바로 '에이도스(eidos)'로 겉모습이나 지위 등의 형상을 그리스어로 표현한 것이다. 외모, 직함 같은 것이 포함되는데, 내가 생각하는 내 에이도스는 바로 '남들이 생각하는 번듯한 삶'이 아니었을까 싶다. '올바른 삶이란 것은 이러이러한 것'이라는 타자(주로 수적으로 우세한)의 시선을 기준 시 하는 것이다. 이러한 에이도스에 근거한 자기 인식은 종종 코나투스를 훼손하여 사람이 자신답게 살아갈 힘을 저해할 수 있다.  



그러면 코나투스는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우선 수없이 시도해야 한다. 인생을 만족스럽게 누리려면 결국 다양한 일을 해보면서 어떤 일이 자신의 코나투스를 높이는지, 또는 훼손하는지를 경험으로 알아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탠퍼드대학교  교육학과 심리학 교수인 존 크럼볼츠 연구를 그 근거로 제시했는데, 성공의 80%는 우연의 산물임을 보여준 연구다. 성공한 이들의 커리어는 용의주도한 계획보다는 예측할 수 없는 우발적인 일에 의해 결정되었다는 결과를 '계획된 우발성 이론'으로 정리했다. 거기에 더해, '좋은 우연'은 호기심, 끈기, 유연성, 위험 감수라는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저자는 그러므로 자신의 코나투스를 높일 기회가 어디서 나올지 모르니 수없이 시도하고 성공한 것만 남기라 한다. 이는 우연한 변화가 많을수록 진화의 계기 가능성도 증가한다는 진화론의 자연도태 개념과도 부합한다.


그러므로 치밀하게 계획한 후 끈기 있게 시행하는 올드 타입 vs 일단 시도하고 실패하면 다시 시도하는 뉴타입 구도는 인생이든, 커리어든 그 만족도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 점점 더 시도에 드는 비용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내 인생은 주로 에이도스가 이끌었다면, 앞으로의 인생은 코나투스를 높이는 방식으로 이끌어 나가고 싶다. 책에서 제시한 방법이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아니 필수 생존 전략에 가깝다). '그래서 어떤 시도를?'에 대한 답은 각자가 찾아 나가야 하지 않을까, 난 그 과정 또한 재미있을 것 같다.





내가 살고 싶은 나이의 딱 반을 살았다. 나머지 반은 스피노자가 말한 현자처럼 인생을 즐기며 살고 싶다. 그렇다고 하여 누군가에게 빌붙거나 쾌락적 삶을 살다 가고 싶지는 않다. 그것 역시 내 코나투스에 반하는 삶이므로.


퇴사를 한다고 하니, 친한 사람뿐만 아니라 조직 내 누군지 기억도 안 나는 이들까지 물어본다.


  "왜 그만두시는 거예요?"

  "퇴사하고 뭐 하실 거예요?"


어쩌면 <뉴타입의 시대> 책 한 권이 내  대답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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