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싫으면…

by PHILOPHYSIS

오늘 아들 옆에 누워 자는 척을 하다 문득 겁이 났다.


나는 사람이 싫다. 어느 순간부터 싫어졌다. 구체적인 기점이 있었나? 그런 건 없거나 혹은 기억을 못 한다. 반면 사람들 앞에서 사교성 뛰어난 척은 잘하는 편인데, 그건 연기라기보다는 과거의 습관 같은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것조차 귀찮아지더라. 굳이 그럴 필요성을 못 느끼겠기도 하고, 여러 번 애쓴 인연의 그저 스쳐감에 질리기도 한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 그 정도가 내가 신경 쓰는 인간관계다. 그러니 사람이 all 싫다기보다는 가려서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웃긴 게, 사람들이 쓴 책은 또 좋아한다. 책 역시 사람의 머리와 마음에서 나왔을 터인데, 책도 어찌 보면 사람과 다를 바 없는데, 왜? 오히려 일방적으로 메시지만 던지는데도, 좋은 책은 좋은 사람 10명을 만난 것만큼 좋다. 정제된 생각, 표현, 논리, 구조… 뭔가 이 사람이 쓴 글만큼은 괜찮을 것이다, 하는 기대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람을 가리고 귀찮게 느껴지기 시작한 게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아마 내가 결혼하면서부터인 듯하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과의 관계가 더 집약적으로 뭉치고, 에너지가 한 곳으로 모이는 그 시점.


그러고 복직을 했는데, 사람과 가까워지려 애쓰는 게 더 귀찮아졌다. 저들도 그다지 관심 없고. 그렇게 또 한 번 근무지를 옮기니, 더 빡빡하게 돌아가는 곳에서 나는 완전히 사교성이란 것을 버렸다. 마치 쓰지 않는 기관이 퇴화하듯. 그런 것은 중요치도 않고, 내게 그런 걸 바라는 사람도 없었다.


이전의 나는 잘 웃었던 것 같은데… 그건 이미지 관리 차원이었을까? 그렇게 가면을 쓰고 사람을 대했고, 그게 그땐 그렇게 피곤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나도 그런 내가 마음에 들었다. 밝고 쾌활하고 사교적인 나. 참 잘도 돌아다니고 새로운 것도 많이 해보던 시절.


지금은 혼자 있는 시간이 편하고 좋다. 가끔 일이 있어 사람들 틈에 있다 집에 오면 방전된 기분도 든다. 사람 많은 곳엘 가면 울렁거리기도 한다. 역시나 집에 와야 충전되는 스타일. 가족이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20대 때, 직장 선배에게 외롭다는 말을 했더니, 딸 둘맘인 그녀는 “나도 외롭고 싶어요, 즐겨요”한 게 기억난다. 그때 그녀가 참 쿨하다고 느꼈는데, 그녀는 그저 솔직하게 말했을 뿐.


이런 상황이니,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하는 겁이 난 것이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뭐라도 하지 않을까. 아닌가. 그런 거 없어도 자기 잇속만 잘 챙기면 되는 건가. 그럴 수도 있겠네. 아니야.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잘 파악해 거길 긁어줘야 한대. 그럴 수도 있겠다. 다시 원점으로. 내가 뭐 박애주의자도 아니고, 그런 거 없이도 잘 먹고 잘 사는 방법 없을까. 답은 없는 물음의 고리들…


에라이, 하며 이불을 박차고 냉수를 벌컥벌컥 마셔본다. 내가 나에 대해 알게 된 몇 안 되는 진실, 이런 날은 아무 생각 없이 자거나 웃긴 걸 봐야 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첫 공모전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