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모전 도전

by PHILOPHYSIS

브런치 알림이 울려 들어와 보니 "작가님의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쌓인 글은 책으로 생하기도 합니다. 작가님의 시선이 담긴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세요:)"라는 메시지가 있었다.


그러네. 한동안 브런치를 방치했구나. 요즘은 정말로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의심이 가기도 하고, 내 일상이라든 시선이든 변화가 거의 없는 듯하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은 무언가 더 완성도 높은 글이어야 할 것 같고, 하여 블로그에 자잘한 이야기를 더 올리는 것 같다. 그래도 저 알림을 받으니 뭔가 자극이 오긴 하더라.


실은 이 여백의 시간 동안 해보고 싶었던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공모전 도전이다. 퇴사를 생각할 무렵부터 공모전에 도전하리라 마음먹었는데, 드디어 얼마 전 에세이 분야 공모전에 글을 접수한 것이다. 인생 첫 공모전 도전이다. 글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고작 친구 자기소개서 고쳐주기, 그리고 크몽에 공무원 단기 합격 후기 같은 걸 올린 게 다였는데, 공모전을 준비한다는 건 색다른 경험이었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심사하여 합격/불합격을 가리는 결과가 있어서일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여러 갈래여서 어느 방향으로 적을지 오래 고민을 했으나 결국에는 하고 싶은 말을 다 써버렸다. 늘 글자 수 맞추는 것이 제일 번거롭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쓸데없는 말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었다. 그러다 공모전 당선작들이 공개되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찬찬히 읽어 보았는데, 당선작들은 정말 읽기 쉽고, 글이 예뻤고, 하고 싶은 말도 명료했다. 반면 내가 써 놓은 글은 구구절절한 데다 하고 싶은 말은 그래서 무엇인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이 말도 하고 싶고 저 말도 하고 싶으니 초점이 분명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은 '하나만 이야기하자' 다짐하고 나머지 이야기들을 잘라냈다. 그렇게 버린 이야기들도 내겐 소중하고 의미 있었지만, 읽는 이에겐 그렇지 않으리라 생각하고서 과감히 지웠다. 여러 이야기 줄기 중 제일 의미 있고, 임팩트 있으며, 기승전결이 어느 정도 있는 줄기 하나만 택했다.


그렇게 난 5회 정도 수정한 글을 완전히 뒤집어 새로 쓰고 4회 정도 더 수정하였다. 어느 날은 생각도 하기 싫었다. 그걸 다시 읽기도 귀찮았고. 그럴 땐 다른 걸 하고 마치 새로운 글을 보듯 다시 들여다보았고, 볼 때마다 흠을 다듬었다. 그리고 마감 이틀 전에 제출했는데, 참 후련했다.


이제는 결과를 안 기다리는 척하며 기다린다. '그 실망을 어떻게 감당하지' 하면서도 한편으론 '첫술이니 큰 기대 말자' 들뜨는 그 마음을 억누르며. 글에 재능이 있는 이는 넘쳐나니 사실 기대해선 안 되는 영역 같기도 하다. 하지만, 무언가에 공을 들여 결과를 기다리는 마음은 그런 논리를 무시하고 혼자 넘실댄다. 이럴 줄 알았으면, 퇴사하기 전에도 도전해 볼 걸. 하나의 이야기를 정해진 분량에 맞추어 내 시선을 담아내고, 그걸 마감 기일 안에 제출하는 그 일련의 과정을 여러 번 시도해 봤다면, 결과물도 훨씬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무엇보다 글 하나를 쓰면서, 그 소제에 대한 나의 과거를 들여다보는 일은 소중했다. 그것은 일종의 '슬로 라이프'를 구현해 내는 일 같았다. 천천히 생각해 보고, 잊힐 기억들 속에서 몇 가닥을 끄집어내어 나만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 말이다. 그렇게 서랍을 하나씩 열다 보니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새롭게 보이는 무언가가 생긴다. 예를 들어, 매일 하던 행위가 실은 과거의 그 일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건 다 이런 이유가 있었으며, 내일 똑같이 그걸 하더라도 완전히 새로운 의미가 묻어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아무런 결과가 없다 해도 유효할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때는 정신승리다. 첫 도전이라는 것에 과한 의미 부여를 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 이렇게 브런치에 남겨도 보고.


아, 아니다...

다 필요 없다. 상 받고 싶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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