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한다는 말의 무게

국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by 메리힐데

법 앞에 사람이 선다.

불완전한 사람이 선다.

법이 사람을 보호한다는 말은, 그 불완전함을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전제로 한다.


법은 이상적인 인간을 전제로 만들어지지만, 현실에서 법 앞에 서는 사람들은 준비되지 않은 말과 불완전한 삶을 들고 온다. 그 순간 법은 시험받는다. 이 사람을 견딜 수 있는가.


법은 흔히 '모든 사람을 보호한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법이 누구를 위해 설계되는지, 그리고 누가 그 설계에 참여하는지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입법자와 제도 설계자, 그리고 집행자. 그들의 시선과 판단이 법의 경계와 내용, 속도를 결정한다. 법이 보호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나누는 일 역시 결국 이 선택의 결과다.


실습 중에도, 그리고 지금 일을 하면서도 내 시선은 늘 법이 놓치는 사람들에게로 향한다. 그중 한 사람은 아직 서류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찾아왔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말로 정리할 능력도, 조리 있게 설명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이야기의 요지는 한참이 지나서야 모습을 드러냈고, 그 사이에는 감정과 혼란이 여러 번 섞여 나왔다.


법은 조용히 속도를 요구한다. 요건을 말하라, 사실관계를 정리하라, 결론을 제시하라. 그러나 사람의 삶은 그렇게 정돈된 상태로 도착하지 않는다. 물론 이것이 법조인의 역할이 필요한 이유일테지만, 그럼에도 나는 묻게 된다. 법은 이 혼란을 견딜 수 있는가, 아니면 제도의 속도에 맞지 않는 삶을 밀어낼 것인가.


법과 제도의 역할이 작동하기 전까지,

개인의 삶에 생긴 이 폭력적인 공백은

누가,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가.




국경을 넘어온 난민들의 모습도 비슷하다.

합법, 불법, 체류 자격 없음.


법적으로는 정확한 이름이지만, 그 이름만으로는 인간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난민의 삶에는 이미 수많은 선택지가 사라진 긴 여정이 있고, 법이 그 삶을 견디지 못할 때 사람은 단지 '합법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배제된다.


법이 보호하려는 사람은 누구이며, 법이 끝내 선택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인가.


나는 이 현실을 지나며 다시 질문하게 된다.

"법이 보호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법이 실제로 선택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법이 모든 삶을 구원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법이 사람을 살리지 못하는 순간이 반드시 악의에서 비롯되는 것도 아니다. 많은 경우 그것은 견디지 못함에서 시작되고, 기다리기를 멈출 때 발생한다. 아직 법의 언어로 번역되지 않은 이야기, 절차의 시간표에 맞지 않는 삶을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을 때, 법은 정확하게 작동하면서도 누군가의 삶을 조용히 탈락시킨다. 그리고 그 탈락은 합법적이기에, 더 쉽게 지나간다.


법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법은 신도 아니다. 그러나 법은 언제나 선택한다. 어디까지 기다릴 것인지, 누구를 보호할 것인지.


그 선택에는 법의 인내와 상상력이 개입된다. 불완전한 인간을 전제로 설계된 법만이, 끝내 사람 곁에 남을 수 있다.


최소한 법이 누구를 선택하고 누구를 배제하는지 의식하는 순간, 법은 사람을 향한 책임을 일부라도 지킬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불완전한 삶을 잠시 견디고, 제도의 속도를 늦추는 선택. 그것이 내가 믿는 법의 책임이며, 내가 법을 묻는 이유다.



법은 설계자의 손에서 시작되지만, 살아있는 사람 곁에서 비로소 완전해진다.

이해관계가 설정되는 순간, 법은 사람을 향한 책임을 선택해야 한다.




법은 단순한 규칙이 아니다. 그것은 언제나, 누군가의 삶을 향해 내려진 선택의 결과다. 법을 만든 사람의 의도와, 법이 보호해야 할 사람 사이의 간극을 인식하는 일. 그리고 그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 바로 그 지점에서 법은 비로소 사람 곁에 남을 가능성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


법은 '보호'라는 말로 시작한다. 질서를 보호하고, 안전을 보호하며, 약자를 보호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장에서의 법은 종종 그 말 뒤에 숨은 질문을 내게 되돌려준다.


"이 보호는 누구를 향해 있는가. 그리고 그 보호 속에서 사람은 끝까지 '사람'으로 남아 있는가."


그 질문 뒤에 나는 하나의 문장을 마음에 새기게 되었다.

"법이 진정 사람을 위한 것이라면, 법은 판단에 그치지 않고 그 사람의 삶을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그때부터 법은 더 이상 제도만의 언어가 아니라, 그 문장 너머의 시선을 읽어야 하는 살아있는 것이 되었다.


법의 문장 너머에서, 국가는 과연 무엇을 보고 있는가. 이해관계가 설정되는 순간, 국가가 사람을 보느냐 국가를 보느냐에 따라 사람은 주체가 될 수도, 도구가 될 수도 있다.


국가는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사람이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가.

사람을 살리는 법과 제도는,

국가가 사람을 바라볼 때

이 세상에 비로소 모습을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국가, 법 그리고 제도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그리고 지금,

그들은 어디를 보고 있는가.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