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털팔이

안녕 2

예쁜 여자 아이

by 김메리

여름날 외출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괜히 걷고 싶어 걸었다. 무심결에 들어선 골목길에 개발되지 않은 옛 풍경이 펼쳐졌다. 슬레이트 지붕의 주택들, 주택 담벼락 밑에 나란히 놓인 스티로폼 화분들, 옥상의 장독대, 주택들과 어우러진 향교 건물, 선명한 초록색 은행나무, 40년은 넘어 보이는 녹슨 인쇄소 간판, 햇빛이 내리쬐는 가풀막.

걷다가 멈춰 서서 사진 찍길 반복하며 가는데, 맞은 편에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힙한(!) 여자아이가 걸어오고 있다. 하얀 반팔 티셔츠 차림에 밝은 노란빛 염색 머리를 뒤로 단정히 묶고 자기 몸만 한 연두색 상자를 들고 간다.


'미술 도구 상자인가.'


지나치려는데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눈이 자꾸 갔다. 그러다 결국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눈길을 돌려 지나쳐 걷다가 슬쩍 뒤돌아 봤는데, 그 아이도 뒤돌아보는 바람에 또 눈이 마주쳤다. 나도 모르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런데 그 아이도 내가 손을 흔듦과 동시에 웃으며 꾸벅 고개 숙여 인사한다.

통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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