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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메리 Nov 02. 2023

순대

소금이냐, 쌈장이냐, 초장이냐, 떡볶이 국물이냐

  대학을 진주로 갔을 때 제일 먼저 이질감을 느꼈던 건 경남사투리였다. 그다음으로 이질감을 느꼈던 건 순대였다. 난 대학 때 '아싸'였기 때문에 알고 지낸 사람들이 별로 없지만, 그래도 당시에 어울렸던 선배들, 동기들과 다 같이 순대를 사 먹은 적이 있었는데 비닐봉지를 여니 순대와 함께 포장된 쌈장이 나왔다.


  '소금은?'


  그때 선배 중 누군가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내게 물었다.


  "대구도 쌈장 찍어 먹제."

  "서울은 소금 찍어 먹는다아이가."

  

  대구는 소금 찍어 먹는다는 내 대답에 다들 "대구는 소금이구나." 하였다. 나도 선배들도 같은 경상도인데도 다르다는 점에서 생소해했던 것 같다.

  순대를 쌈장에 찍어 먹는 게 생소하긴 했지만 막상 찍어 먹어보니 맛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구에서 지내면서 순대를 사 와서 집에서 먹을 때는 집에 있는 쌈장을 꺼내서 소금에도 찍어 먹었다가, 쌈장에도 찍어 먹었다가 하였다.




  전라도 사람인 남자친구를 만났을 때 전라도를 갔는데 순대를 시키니 초장이 나왔다.


  '이건 또 머꼬.'


  남자친구 아니, 전남친이 말했다.


  "순대는 초장이지!"


  그래도 이미 한번 겪어본 상황이라 금방 적응했다(?). 그렇구나. 전라도는 초장이구나. 내가 딱히 가리는 음식이 없어서 그런지 초장에 찍어먹는 것도 '존맛*'이었다.

*음식이 매우 맛있음을 속되게 이르는 말


전라도 피순대. 사진엔 나와있지 않지만 초장, 깻잎, 부추가 같이 나오는 점이 특이했다. 전라도는 정말 맛의 고장인 것 같다.


  요즘에는 집에서 순대 먹을 때 소금, 쌈장, 초장에 번갈아 찍어 먹는다. 떡볶이를 같이 사 왔을 때는 소금이고 뭐고 다 필요 없이 떡볶이 국물에 찍어먹지만!


  순대 얘기를 하니 소주에 순대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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