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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쉬 Feb 24. 2023

'열정'이라는 '덧'

부동산 투자를  오랫동안 하면서 느끼는 것은 때론 열정이 독이 될 때가 있다


최근에 투자한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현재 투자 안부를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

네, 힘듭니다.


왜?


지방 분양권 투자한 것들이 마피로 물려서 부동산에 내놓았는데 분양가 보다 훨씬 싸게 내놓았는데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없어요. 주변 신규 물량이 너무 많고 금리 상승으로 인해 전세도 내려가고 이중삼중으로 겹쳐서 힘드네요.


요즘 가게 상황은 어때?

맞벌이를 하고 있는데도 적자네요.

이자가 턱없이 많이 올라서요.

요즘 그런 투자자들 많아.

상승기에 영끌 투자로 마냥 상승할 것 같아서 투자를 했지만 지금의 침체기를 대처하지 못한 거지.


형님은 괜찮아요?

나도 오롯이 대출로 아파트를 구입해서 셰어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금리 상승으로 인해 급격히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어.


이런 작은 사업도 쉽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처음에 열정을 다해 잘 될 것처럼 시작은 했었지.

"퇴근 후에 직접 인테리어도 하고 블로그도 만들고 청소도 하면서 인생 참 열심히 산다"고

스스로 대견해 하면서 열정을 다했었지.

하지만 이런 작은 사업도 내 의지대로 되는 것은 별로 없다는 생각을 몇 년 해보니까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처음 운영할 때는 잘 몰라서 못한다는 생각을 했고

조금 하다 보니까 코로나가 터지면서 대학교 상권이 초토화됐고 그리고 지금은 만실은 채웠지만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인해 수익률이 최악이 돼버렸으니까.


이런 일련의 일들을 경험하면서 나 혼자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은 없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까지 직장을 다니면서 셰어하우스를 부업으로 해서 그나마 다행인 거지.

만약에 주업으로 했다고 생각하면 아마도 여간 힘든 게 아닐까 싶어.


과거 내가 처음 투자할 때도 투자 동기들이 열정이 넘치다 보니까 다 잘 될 것처럼 생각을 하고 본격적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투자의 길로 들어섰지만 리먼 사태가 터지고 침체기가 5~6년 가니까 다들 버티지 못했었어.

그리고 부동산 투자를 포기하고 원래 하던 일을 계속하면 직장인으로 돌아가야했지.


그만큼  투자라는 것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걸고 전력투구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오래 하면 할수록 더욱 느끼게 되는 것 같아.


그것 말고 다른 데는 괜찮아?

저 작년에 서울에 빌라 투자도 했잖아요.

어디?

강서 쪽에 요 00동이요

그래 언제 했어?

한참 규제가 심해지면서 1억 미만 투자 바람 불때요.

거기 빌라의 무덤인데...

왜? 거기에..

빌라가 뜨길래 오를 줄 알고 했지요.

조금 뜨긴 했지.

빌라는 말 그대로 상승기에만 거래할 수 있는데 그렇지않으면 다음 상승기 까지 거래하기 힘들어.


나 봐 나도 10여 년 이상을 가지고 있잖아. 그나마 나는 지금 재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서  아파트로 변신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라도 있지.


그 지역은 워낙 빌라가 많아서 쉽게 개발이 될지 모르겠다.

그렇게요.

매수할 때는 워낙 빌라가 뜨거울 때라 하나라도 더 사자하는 마음으로 샀는데.... 어휴..

그래?

거기 얼마 정도 투자금이 들어갔는데?

6~7천만 원 정도 들어갔어요.

오래갈 것 같은데.... 쩝.


형 아파트들은 괜찮아요?

나도 떨어진 것이 많이 있지.

하지만 대부분 임사로 묶어 놓았기 때문에 전세 세팅이 워낙 낮아.

다행히 역전세 걱정은 많이 안하지만 몇 개 법인 물건들이 역전세여서 전세금을 토해냈지.

한참 투자를 열심히 할 때는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시에 올라주니까 투자금이 회수돼서 좋았는데.

지금은 그런 시기가 아니니까 힘들어지지.


나도 투자를 오래 하면서 느끼는 것은 처음 시작은 단기 투자를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내 의지대로 되는 것은 거의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돼. 그래서 오히려 단기 투자보다는 어떻게 하면 오래 보유할 수 있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되고 오래 보유할 수 있는 좋은 물건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됐지.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까 섣부르게 지방 물건에 손을 대기가 쉽지 않더라고. 그리고 오래 보유해도 손이 덜 쓰이는 물건들에 관심을 갖게 되지. 그래서 아무리 싸더라도 빌라는 잘 손을 대지 않아.

빌라는 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에 감가가 빠르고  무엇보다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아지게 되어 있어 그리고 노후된 빌라는 더더욱 그렇지.

그래서 나는 매입할 때부터 웬만하면 10년 보유할 수 있는 물건들을 선호하고 그렇게 세팅을 하려고 해.


빨리 사고파는 것보다 오래 보유할 수 있는 물건.


어떻게 10년을 가지고 있어요?

생각보다 시간 금방 간다. 생각보다...

작년에 이미 4년 지난 것이 3~4개 됐고 2년 후면 8년 되는 것들이 다수야. 그렇게 장기로 세팅을 하나씩 해놓다 보면

결국 이런 침체기도 지나갈 거고 지금 떨어지는 것에 스트레스를 안 받아도 되지.

결국 시간은 내 편이 되는 거지.

단기 예측으로 매도 매수를 생각하는 것도 방법이긴 하지만

시장은 내가 생각하는 데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너무 많으니까.


처음 투자를 하면 열정이 넘치지. 투자를 하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하게 되어 있어. 뭐라도 사야 직성이 풀릴 때가 있지. 나름 규제를 피해서 스마트하게 저평가 물건이나 지역에 잘 투자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시장은 항상 변하니까.

때로는 그 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관망하면서 때를 기다리고 있다가 좋은 지역의 물건을 싸게 살 기회가 생기게 되지.


배고프다고 아무거나 먹다가 체하는 수가 있듯이,

배고프더라도도 참아야 할 때를 아는 것도 좋은 투자 스킬을 배우는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돼.


지금 이렇게 시장을 보고 있으면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부동산 하락을 연일 보고하고 있고 대중의 심리도 이런 것에 동조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서서히 좋은 시기가 오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돼.


'열심히'라는 열정에 갇히지 말고 '느긋함'으로 여유롭게 시기를 기다리는 것도 투자의 좋은 스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머쉿게 살고 싶은 - 머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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